때론 싸우고, 때론 항복하라
팀장 자리가 힘든 건 누구나 안다.
문제는 얼마나 힘든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거다.
위에서는 임원이 숫자와 목표를 들이대고, 아래에서는 팀원들이 "이거 왜 해야 해요?"라는 눈빛을 보낸다.
임원 입장에선 당연하다.
전략 짜고, 방향 잡고, 실행은 팀장한테 맡기면 끝이다.
팀원 입장도 이해한다. 당장 눈앞의 업무가 산더미인데 또 뭔 지시가 내려오는지 모를 일이다. 그 사이에서 팀장은 완충제가 되어야 한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걸 온몸으로 받아내고, 그걸 팀원들이 소화할 수 있게 바꿔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명확하다.
임원의 지시를 그대로 전달하지 마라.
완전히 소화한 뒤, 본인의 언어로 재구성해서 말해야 한다. 임원이 "이번 분기 매출 20% 늘려"라고 했다면, 팀원한테는 "우리 팀이 지난달에 잘했던 그 방식으로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조직은 단순히 일을 시키는 리더가 아니라, 팀원들의 성장을 돕는 코치형 리더를 원한다. 메신저는 필요 없다. 메신저 역할이면 이메일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본인의 철학에 반하는 지시라면 임원과 싸워야 한다. 용감하게 토론해야 한다. 임원은 일 잘하는 팀장도 좋아하지만, 나중에 자기 자리를 대신할 만한 사람인지도 본다. 팀원들도 안다. "우리 팀장은 그냥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는 사람은 아니구나." 그걸 느끼는 순간 따른다.
중간관리자들은 종종 "체스판 위의 졸처럼" 느낀다고 한다.
자신의 아이디어는 공유되지도, 고려되지도 않고, 그저 위에서 내려온 요청을 실행하는 역할에만 머물러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많은 팀장들이 번아웃에 시달리는 이유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무리 다지고 버무려도 임원의 지시를 내 것으로 만들기 어려울 때가 있다. 강단을 부려봤자 안 먹히는 날도 있다. 그럴 땐 정면 돌파다.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다.
"여러분, 미안합니다. 이번엔 제가 졌어요. 상무님이 시키는 대로 갑시다. 대신 제가 필요한 거 다 서포트할게요."
이게 약한 모습일까? 아니다. 괜히 어설프게 내 생각인 척 포장하는 순간 연기하는 티가 나고, 팀원들은 등을 돌린다. "그냥 위에서 시켜서 한다고 하면 될 걸, 뭘 저렇게 빙빙 돌려 말하지?" 이 말이 나오면 끝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다이앤 거슨과 린다 그래튼의 글에 이런 구절이 있다.
"Managers can't do it all."
"관리자는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 Diane Gherson & Lynda Gratton, Harvard Business Review (March-April 2022)
팬데믹 이후 중간관리자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더 많아졌다.
하이브리드 근무를 관리하고, 혁신을 주도하고, 인재를 육성하고, 조직과 구성원들이 변화에 적응하도록 돕는 일까지. 이 모든 걸 혼자 다 해낼 수는 없다.
일은 결국 사람이 하고, 사람은 관계로 엮인다. 솔직함과 진심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는 것, 때로는 읍소하는 것 역시 강단의 한 형태다.
중간관리자는 상위리더로부터 받은 리더십을 내재화하여 부하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조직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에서 팀장에게 필요한 건 두 가지다.
강하게 맞서는 것과,
솔직하게 내려놓는 것.
팀장은 중간 관리자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이다. 그게 어쩌면 더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