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 오퍼라는 이름의 가장 비싼 마취제

믿었던 핵심 팀원이 사직서를 들고 오면 리더의 머릿속은 하얘진다. 당장 다음 달 프로젝트는 어쩌나, 다른 팀원들에게 동요가 퍼지면 어떡하나. 이런 공포는 리더를 조급하게 만든다. 그래서 가장 손쉬운 방패를 꺼낸다.


"연봉 맞춰줄게. 아니, 더 얹어줄 테니 생각 좀 바꿔봐."


소위 카운터 오퍼다.


​하지만 솔직해지자. 그건 해결바카라이 아니라 마취제다. 현장에서 본 수많은 사례 중, 연봉 때문에 남은 이들의 80% 이상은 1년을 못 버티고 다시 짐을 싼다.


돈은 잠깐의 고통은 잊게 해 주지만, 그를 떠나게 했던 근본적인 염증까지 치료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잠시 통장이 두둑해진 기쁨은 길어야 두 달이다. 그다음 날부터는 다시 똑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나를 숨 막히게 하던 상사는 여전하고, 의미 없는 보고서 작업에 밤을 지새우는 일상도 그대로다.

성장은 멈춰 있고 비전은 안갯속인데, 월급 좀 올랐다고 없던 애사심이 샘솟을 리 없다.


​이제 리더는 인센티브 대신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 팀에서 가장 몰입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그리고 그 에너지가 왜 사라졌는지"를 물어야 한다.


단순히 "얼마면 되겠니?"라고 묻는 건 리더로서의 직무유기다. 그가 우리 조직에서 '부품'이 아닌 '주권자'로 대접받고 있는지, 그의 성장이 조직의 목표와 맞닿아 있는지 처절하게 점검해야 한다.


​떠나려는 사람의 입은 가장 정직하다. 그에게 "만약 당신이 오늘부터 팀장이라면 우리 팀에서 무엇부터 없애고 싶은지" 물어보라. 그 답 안에 조직의 민낯이 들어있다. 만약 리더인 내가 그 근본적인 갈증을 채워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멋지게 보내주는 게 낫다.


억지로 붙잡아 둔 1년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는, 가장 비싼 기회비용을 치르는 유예 기간일 뿐이다.


​리처드 브랜슨은 인재를 대하는 리더의 태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Train people well enough so they can leave, treat them well enough so they don't want to." > — Richard Branson (Virgin Group Founder)


"직원이 언제든 떠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교육하고, 떠나고 싶지 않을 만큼 충분히 잘 대우하라."


​사람을 남기는 건 돈의 액수가 아니라, 이곳에서 내가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다. 그 확신을 줄 수 없는 리더라면 카운터 오퍼는 가장 비겁한 선택이다. 인재가 떠나는 건 그가 나빠서가 아니라, 우리 조직의 그릇이 그를 담기에 너무 좁아졌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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