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준 건 직함이지 권력이 아니다
관리자 직바카라을 처음 맡게 되면 어색함이 밀려온다.
어제까지 동료였던 사람들에게 오늘부터 지시를 내려야 한다. 축하한다는 말속에 뼈가 섞여 있고, 단톡방의 온도는 미묘하게 변했다. 회사는 '팀장'이라는 그럴듯한 명패를 줬지만, 사실 이건 권한 없는 바카라임만 가득한 이상한 감옥이다.
팀원을 내 손으로 뽑은 것도 아니고, 마음에 안 든다고 내보낼 권한도 없다.
인사고과권조차 부서장에게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도 팀원들의 동기부여와 성과는 오롯이 내 몫이란다. 이런 상황에서 '짠'하고 리더십이 발휘될 거라는 건 회사의 착각이다. 사람은 그렇게 프로그래밍된 기계가 아니다.
특히 마케팅처럼 예민한 직군, 비슷한 연차끼리 모인 조직일수록 기싸움과 그루핑은 피할 수 없는 기본값이다. 내가 여자든 남자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내가 '선'을 넘어서 상위 포지션으로 이동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여기서 초보 리더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다. 자존감이 깎일수록 자기가 제일 잘하는 '실무'로 도망치는 거다. 리더로서 줄 게 없으니 내가 엑셀을 얼마나 잘 만드는지, 기획안 오타가 얼마나 많은지를 잡으며 내 존재 가치를 증명하려 든다. 이걸 우아한 말로 '마이크로매니징'이라 부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나 무시당하기 싫어'라는 비명에 가깝다.
지금 필요한 건 실무 능력을 뽐내는 게 아니다. 다소 어색하더라도 관계의 재정의를 선포해야 한다. 어제처럼 같이 낄낄대고 상사 욕을 할 수는 없다. 그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동료들의 품으로 숨어버리면 리더로서의 성장은 거기서 끝이다.
팀원들이 "저 사람 변했네"라고 수군거리는 소리를 기꺼이 받아들여라. 그건 당신이 리더의 궤도에 제대로 진입했다는 신호다. 지금의 혼란은 무능함의 증거가 아니라, 실무자라는 껍질을 깨고 나오는 성장통일 뿐이다. 원래 리더의 첫걸음은 가장 친했던 사람들과 멀어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