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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의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성적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성인인 우리도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금방 답이 나옵니다.
수학 점수가 조금 낮아도, 매일 같이 깔깔거릴 친구만 있으면 학교 가는 길은 마냥 설렜으니까요.
제가 만난 '학교 부적응' 아이들의 90% 이상은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갈등관계에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지 너무나 어려워합니다.
성향이 맞지 않는 친구를 만나면, 요즘 아이들은 쉽게 "전학 가고 싶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학교를 옮긴다고 해결될까요? 그곳엔 과연 우리 아이 입맛에 딱 맞춘 '맞춤형 친구들'만 포진해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다음 학년, 혹은 중·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나와 완벽히 맞는 사람만 만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분노와 짜증, 깊은 슬픔으로 얼룩진 채 상담실 의자에 앉아 있는 이 아이들의 마음은 어디서부터 짚어봐야 할까요?
아직 인생을 얼마 살지 않은, 하얀 도화지 같은 아이들입니다. 우리는 그 원인을 결국 가장 가까운 '가정', 즉 주양육자의 모습에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는 형제자매와 아웅다웅 다투며 양보와 배려를 자연스럽게 몸으로 배웠습니다. 하지만 외동이 많은 요즘 아이들은 가정에서 그런 '관계의 기술'을 연습할 기회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부부의 모습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과거보다 훨씬 더 절대적입니다.
엄마와 아빠. 성별도, 성격도, 체격도, 살아온 환경도 전혀 다른 두 성인이 만나 하나의 울타리를 이룹니다.
아이는 이 거대한 다름을 가진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며 살아가는지 눈으로 보며 자랍니다. 부모의 일상은 아이에게 '나와 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가장 완벽한 시청각 자료입니다.
부부가 함께 식사할 때의 대화, 출퇴근길에 나누는 인사, 주말에 휴식을 취하며 서로를 대하는 태도 하나하나가 아이에겐 모두 '슬롯성 교과서'가 됩니다.

그런데 이 교과서가 매일 갈등과 폭언, 부정적인 감정으로 얼룩져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매일 부부싸움이 일어나는 집에서 가장 약자인 아이는 숨을 죽인 채 눈치 보기 바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언제 양보해야 하는지, 반대로 내 권리를 부당하게 빼앗겼을 때는 어떻게 현명하게 말해야 하는지 배울 기회를 잃어버립니다.
부모가 갈등을 파국으로 해결하는 모습만 보았기 때문에, 교실에서 친구와 작은 트러블만 생겨도 소통을 포기하고 '전학'이라는 극단적인 회피를 선택하거나 부모가 보여준 폭언 심지어 폭행까지 하게 됩니다.
부모님들께 간곡히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진짜 슬롯성 교육은 학원이 아니라 가정의 거실에서 시작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를 만났을 때 어떻게 의견을 조율하고 타협하는지, 서로를 존중하면서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가정에서 먼저 보여주세요.
혹시 "니가 그렇지 뭐~ " "내가 말을 말자!" 라는 등의 상대를 무시하고 있진 않나요?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타협하고 함께 소통하며 '우리'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부모의 건강한 소통을 보고 배운 아이들은, 학교라는 연습장에서 나와는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법을 당당하게 실습해 볼 것입니다.

처음엔 아이니까 당연히 서투르고 실수도 하겠지요. 하지만 가정이라는 단단한 뿌리 위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낸 아이는, 언젠가 더 큰 슬롯로 나아가 세상 사람들과 멋지게 어울려 살아가는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