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와 리스트를 모두 품은 예권님

: 선우예권 피아노 리사이틀

by모현주




너무 오랫만의 선우예권님 리사이틀! 예권님 신보는 리스트였지만 리사이틀 프로그램은 슈베르트와 리스트였다. 역시 슈베르트 좋아하는 예권님 ㅎㅎ 어렸을 때 슈베르트를 치면 참 맑다는 생각을 했었다. 오늘 소나타도 그런 느낌.


마지막 악장에서 왼손은 중간을 치고 오른손이 위와 아래를 왔다갔다 연주하는 파트가 있었다. 남자와 여자가 대화하는 느낌이라 인상적이었다. 뭔가 실랑이를 벌이는 듯한. 전반적으로 슈베르트는 내향형의 소소한 감정을 잘 표현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분위기였다.


한낮의 분위기 같았던 1부가 끝나고 드디어 2부에서 리스트 앨범 수록곡들이 나왔다. 첫번째 곡인 리골레토는 무언가 그루브가 충만했다는 느낌. 두번째 곡인 헝가리안 랩소디는 정말 에스닉한 사운드에 역동적인 변화가 돋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메피스토 왈츠! 이번 리사이틀에서 내게는 이 곡이 최고였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격렬한 감정. 들으며 이런 격한 감정을 내가 경험해 본 적이 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안그래도 오전에 경계선 성격에 대해 생각했는데, 악마로 세상을 인식할 때 이런 감정일까?


오늘 유난히 예권님이 왼손 엄청 파워풀하게 연주하고 피아노 밖으로 떨어뜨리는 제스쳐가 많았다. 뭔가 연기처럼 멋있었는데, 그만큼 파워가 많이 필요했다는 거겠지. 라발스도 엄청 에너지 소비 많은 곡이라 쳐달라고도 못하겠는데 오늘 2부 리스트 곡들은 더 하면 더 했지 ;


뭔가 예권님이 그토록 좋아하는 소박한 슈베르트의 매력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간 공연이었다. 그리고 파워당당 I 슈베르트의 정반대 파워 E 리스트 곡들로 도파민을 풀 충전한 것 같다. 이번 앨범도 공연도 참 기억에 많이 남을 듯.


앵콜도 네 곡 해주셔서 그저 좋았고.. 특히 마지막 곡!! 결혼 행진곡 편곡 버젼! 아니 이거 진짜 왜 앨범에 안넣었어요? 싱글로 내줘요!! 진짜 뭔가 결혼 생활 소재 장편 소설 보는 듯한 구성. 너무 오묘하고 매력있었고.. 박수 그만 치라고 손사레 하시고! 이제 퇴장은 안시키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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