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 가지 못합니다. 경계에 머물러 있는 나는 지옥에서 올라와 길을 잃어버린 양 한 마리라고. 허우적 허우적 허우적거리던 하얀 털을 가진 양은 거북이가 되었고 한 세기를 살아 심해어가 되었습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다 심해에 빠진 물고기가 되었습니다.
경계의 공기는 무겁고 다리는 땅에 붙었습니다. 천사와 악마의 저주에 걸렸습니다. 목에 쇠사슬이 달렸고 버려졌습니다. 천사는 들숨으로, 악마는 날숨으로 각자의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심해에서 숨을 쉬게 하다니. 정말 지독하다니까. 천사든 악마든 둘 다 생각하는 건 똑같아.
경계의 하늘이 아름다운 이유는 중력 덕분이었네요.
경계는 소음이 심합니다. 천국으로 가기 위한 심해어들의 숨소리로. 참 지독한 저주에 걸린 게 분명해. 운이 좋은 심해어들은 가끔 돌고래가 되기도 합니다. 그저 운이 좋다면. 돌고래가 되면 잠시라도 천국을 보고 온다고 심해어들은 굳게 믿습니다. 천국에서 흘린 소문이 경계를 시끄럽게 합니다. 이것 또한 천사의 장난이라고. 하여튼 지나쳐.
시를 쓰는 심해어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습니다. 과거를 살았다고 미래를 안다고 하지 말아라. 천국도 마찬가지이다. 수면 위는 그런 셈이지. 이야기꾼은 말합니다. 언어를 지켜야 천국에 올라갈 수 있다. 그래서 시인이 되셨나요. 천국에도 이야기가 있나요. 언어를 지켜서 얻은 게 퇴화된 눈인가요.
이야기는 눈이 퇴화된 심해어들의 숙망이라고.
소나기가 오던 날 기억해? 천국이 일그러지는 소리가 아름다웠지. 바람에 나뭇잎이 날려서 수면으로 떨어지던 소리를 기억해?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던 빛줄기가 잠시 동안 심해를 잊게 해주던 그날. 난 눈을 뜨는 줄 알았어. 아주 잠시였지만 말이야.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피었어 우리 집 옥상에. 그때부터 옥상에 화단을 만들었어. 혹시라도 무지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이었지.
천국에 도착했다고 착각한 그날.
맞아. 천국은 사실 없는 거 아닐까. 우린 어떤 경계에서 앞을 보지 못한 채 살아가기 위해 지옥에서 올라온 거 아닐까. 운명이라는 단어가 부끄러울 정도로. 아픈 결말이라고? 당신은 현재의 삶이 아픈가. 퇴화된 눈은 참 감사한 일이야. 천사와 악마의 저주는 나를 살게 하고 이야기꾼의 언어는 미래를 기대하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