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리추얼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시작된 팬데믹 기간에 슬롯적 거리두기와 자가 격리 등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이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았다. 집에 머무르며 일상생활을 규칙적으로 유지하고자 자기 나름의 루틴routine을 만드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나 역시 기상시간, 운동, 독서, 외국어 공부 등 하루 동안 할 일을 정해 체크했다. 100퍼센트 달성한 날은 부지런하게 산 날, 30퍼센트 혹은 50퍼센트 달성한 날은 게으른 하루를 보낸 날을 의미했다. 그렇게 6~7개월이 지나자 점점 체크리스트를 들여다보지 않는 날이 늘어갔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게으를까’ 하고 자바카라하다가 ‘게으름’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니 게으름을 극복하는 방법, 게으름 탈출법, 게으른 습관 개선 등의 항목이 나왔다. 게으름은 대개 비판과 비난이 담긴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고, 교정해야 하는 행동이었다.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거나 바카라 읽는 것을 본받을 만한 일로 여긴다. 나 역시 그랬다.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하고, 많이 자는 것을 경계하는 고정관념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 이틀 넘게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 자신을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데번 프라이스Devon Price의 바카라 《게으르다는 착각》에서는 게으른 사람을 크게 우울한 사람, 늑장 부리는 사람, 무관심한 사람으로 분류한다. 속상한 일이 있거나 우울할 때는 TV나 유튜브를 보면서 침대에 누워 있는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완벽에 대한 불안함으로 해야 할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계속 미루기도 한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낄 때는 목표와 의욕을 완전히 잃어버리기도 한다.
결국 모든 게으름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생산성 관련 연구결과를 보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인스타그램, 포털뉴스 검색, 회사 휴게실에서 마시는 커피 등은 사람들이 뇌에 휴식과 활력을 주기 위해 본능적으로 하는 행동이다. 화장실을 가고 밥을 먹어야 하듯, 뇌도 덜어내고 채우는 ‘새로고침’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여행 유튜브 채널 ‘원지의 하루’에서 크리에이터 원지가 “몇 년 동안 세계를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사람을 지탱하는 건 일상이고 사람을 나아가게 하는 건 새로움이라는 것”이라고 한 말이 뇌리에 남았다.
운동하고, 일본어를 공부하고, 바카라을 읽는 나의 루틴은 계속되고 있다. 달라진 점은 이를 왜 하는지 스스로 비전을 세우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했다는 것이다. 정해놓은 루틴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되면 이를 위해 과감히 루틴을 건너뛰었다.
이제 체크리스트가 채워진 날은 ‘일상’을 열심히 산 날이고, 비어 있는 날은 삶을 나아가게 하는 ‘새로움’으로 채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