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하며 | 바꿀 수 없으니 펼쳐봅시다
“잘 나왔어. 산바카라하기 딱 좋은 날씨지?”
그날은 한가한 주말 저녁이었습니다. 특별한 목적 없이 남편과 집을 나섰습니다. 시원한 바람에 망설임 없이 강변 산바카라길로 들어섰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배가 고팠습니다.
“뭐 좀 먹을까?”
강변을 빠져나와 제일 먼저 눈에 띈 만두집에 들어갔습니다. 만두를 먹으니, 떡볶이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하필 그곳은 만두만 파는 곳이라 그 마음은 더 간절해졌습니다. 그때, 바로 옆 대형마트의 푸드 코트가 생각났습니다.
“잘됐다. 마트 가서 떡볶이 먹자!”
한참 후에 마트를 나섰는데 도로가 촉촉했습니다. 그 사이 비가 왔던 모양입니다. 다행히 비는 그쳤습니다.
“잘됐다. 다시 산바카라하자!”
그때까지만 해도 그날은 집에서 참 잘 나온 하루였습니다. 그런데 산바카라길을 절반쯤 걸었을까요. 자꾸만 걸음이 자동으로 빨라지는 겁니다. ‘우산 하나 살걸 그랬나.’ 불길한 예감은 곧바로 뚝뚝 빗방울이 되어 떨어졌습니다.
한 방울.
두 방울.
그리고,
우두두둑.
피할 틈도 없이 폭우를 맞은 우리는 순식간에 물에 빠진 생쥐가 되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자전거를 타던 사람, 러닝을 하던 사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들 비 피할 곳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멀리 큰 다리가 보였습니다.
“다리야... 도대체 왜 이제야 나타났니.”
조금만 일찍 보였더라면 그곳은 우리에게 최고의 피난처였을 겁니다. 그대는 이미 비를 다 맞은 후였기에 무거운 발을 재촉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조금 전까지 ‘잘 나왔다.’ ‘잘 먹었다.’ ‘잘 됐다.’했던 그 하루는 한 걸음씩 옮겨질 때마다‘도대체 왜...?’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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