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에서 펼쳐지는 1조 개의 우주
인간의 오감 중 가장 저평가된 감각을 꼽으라면 단연 후각이다.
우리는 흔히 인간의 코가 개나 쥐에 비해 형편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신 뇌과학은 이러한 편견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인간의 코는 수백만 가지의 색채나 수십만 가지의 소리를 식별하는 능력을 압도하며 무려 1조 가지 이상의 냄새를 구별해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오늘 지식은 살 안 쪄요 카지노 게임은 당신의 콧구멍 속에 숨겨진 1조 개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다.
시각보다 정교한 후각의 안테나
우리가 색을 구별할 때 사용하는 시각 수용체(안테나)는 단 4종류에 불과하다.
이 4개의 안테나가 빛의 파장을 조합해 수백만 가지의 색을 만들어낸다.
반면 후각 수용체는 그 종류부터 차원이 다르다.
인간은 약 350종의 서로 다른 냄새 안테나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기본이 되는 안테나의 종류가 많을수록 이를 조합해 만들어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350개의 안테나가 서로 다른 조합으로 활성화될 때 인간의 뇌는 그 결과물을 각각 독립적인 냄새로 인식한다.
시각이 선과 면의 조합이라면 후각은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화음과도 같다.
켈러 교수의 실험: 왜 1조 개인가?
록펠러 대학교의 켈러 교수 연구팀은 인간 후각의 한계를 측정하기 위해 정교한 실험을 설계했다.
연구팀은 128가지의 서로 다른 냄새 분자를 준비한 뒤, 이를 10개에서 30개씩 무작위로 섞어 세상에 없던 인공 향을 만들었다.
실험 방식은 간단했다.
세 개의 병 중 다른 향기가 담긴 하나를 찾아내는 것이다.
연구팀은 혼합물 속에 포함된 공통 물질의 비율을 조절하며 인간이 냄새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한계치를 추적했다.
이를 통계적으로 계산한 결과, 인간은 최소 1조 개 이상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기존 학계의 정설이었던 1만 가지를 무려 1억 배나 뛰어넘는 수치이다.
개와 인간: 성능이 아닌 면적의 문제
인간이 개보다 냄새를 못 맡는 이유는 안테나의 성능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후각 안테나 자체의 감도는 사람이나 개나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안테나를 설치할 부지의 크기이다.
인간의 후각상피 면적은 3에서 4 제곱센티미터에 불과하지만, 개의 경우 18에서 150 제곱센티미터에 달한다.
또한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약 1,000개의 후각 유전자 중 절반 이상이 기능을 상실했다.
하지만 남아 있는 350종의 안테나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1조 개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해상도를 갖추고 있다.
즉 인간은 냄새를 맡는 양적인 측면에서는 개에게 뒤처질지 몰라도, 정보를 분별하고 식별하는 질적인 측면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기억의 타임머신, 프루스트 효과
후각은 뇌의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부위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특정 향기를 맡는 순간 잊고 있었던 과거의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현상을 프루스트 효과라고 부른다.
이는 후각 정보가 다른 감각들과 달리 복잡한 경로를 거치지 않고 뇌의 심층부로 즉각 전달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사람마다 후각의 예민함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이는 체취만으로 상대의 컨디션을 읽어낼 만큼 날카로운 후각을 지니기도 한다. 켈러 교수의 실험에서도 예민한 사람은 10의 28제곱 종류의 향기를 구분한 반면, 둔한 사람은 1억 종류에 그쳤다. 이러한 개인차는 정보 처리 능력의 선천적 재능으로 연결되며 조향사나 소믈리에 같은 직업적 성취로 이어지기도 한다.
마무리하며 지식은 살 안 쪄요
당신의 코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유능하다.
지식은 아무리 섭취해도 혈당을 올리지 않지만, 1조 개의 향기를 식별하는 당신의 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며 당신의 기억과 감정을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무심코 지나치는 공기 속의 향기에 조금 더 집중해보라.
그 속에 당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줄 1조 개의 열쇠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