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질문의 편지
얼마 전 홍대입구역에서 노숙자 한 명을 보았다. 홍대입구역 8번 출구로 나가는 길은 왼쪽으로 난 긴 계단과 상가 쪽으로 나 있는 짧은 계단으로 나뉘어 있는데, 왼쪽 계단으로 올라가려다가 상가 쪽 계단에 앉아 있는 노숙자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그때 그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을 빗으로 천천히 빗고 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순간 멈춰섰다가 곧 갈 길을 갔다. 그날 이후 '머리 빗는 노숙자'는 내 뇌리에 남아 며칠 동안 반복적으로 재생되었다. 그 노숙자에게 머리를 빗는 일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아무리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어도 포기할 수 없는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린이라는 세계>(김소영, 사계절)에는 '코 풀기 수업'에 대한 에피소드가 언급되는데, 그저 재미있는 수업이라고 생각해 가르쳤던 '손수건 사용법'이 어린이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어린이에게도 콧물을 깨끗하게 잘 닦아서 품위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코 푸는 방법을 진지하게 알려준 교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는 것이다. 요즘 내가 지키려 노력하는 '최소한의 품위'는 무엇일까. 반찬통 그대로 식탁에 놓기보다 작은 접시에 덜어먹으려 하는 일일 때도 있고, 기능적으로는 쓸모없지만 그저 아름답기에 갖고 싶은 무언가를 욕망하는 일일 때도 있다. 만약 지금 당장이라도 디스토피아 영화나 소설 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지금과는 다른 의미의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려 애를 쓸지도 모른다. 인간에게 '최소한의 품위'란 과연 무엇일까.
누구에게나 지키고 싶은 '최소한의 품위'가 있을 것이다. 그건 특정한 행위일 수도 있고, 소유하는 물건이나 추구하는 가치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의 당신이 지키고 싶은 '최소한의 품위'는 무엇인지, 혹은 아무리 극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못할 '최소한의 품위'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포도봉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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