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무게, 국적을 넘어서”

by호주아재

내가 일하는 곳은 호주 최대 규모의 카지노 호텔이다.
10개의 레스토랑, 약 290명의 셰프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말 그대로 '미식의 전쟁터.'
그 안에서 나는 27명의 셰프를 이끄는 팀 리더다.


놀라운 건, 우리 팀에서 아시아인은 단 4명뿐이라는 사실.
대부분은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지에서 온 백인 셰프들이다.

낯선 땅에서,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문화 속에서
자신의 자리 하나를 지켜내려 고군분투하는 아시안 셰프들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자꾸만 찡해진다.
그들이 흘렸을 땀과 먹었을 눈칫밥을
나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일머리가 있는 아시안 셰프들에게 더 눈이 가고, 더 마음이 갔다.
잘하면 더 칭찬해 주고, 못하면 더 엄하게 혼내기도 했다.
나는 그게 리더의 공정함이라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졌다.

팀에 있는 한 여성 호주 셰프.
열정도 없고 실력도 부족한 데다, 출근하면 시간만 때우다가 돈이나 받아가면 되지 하는 눈빛,
반복되는 실수에 바카라임감도 보이지 않았다.
그날도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던 그녀에게
나는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발!!! 아시안 셰프들 반만이라도 따라 해 봐!
도대체 왜 이 일을 하는 거야? 그냥 하기 싫으면 하기 싫다고 해! 집에 보내줄게!
네 실수 하나 때문에 다른 셰프들까지 고생하는 거 안 보여?"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궜고,
이내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다.

그날 저녁, 한 셰프가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와 말했다.


"셰프, 오늘 말한건 좀... 인종차별처럼 들렸어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나는 누구보다 인종차별을 싫어한다.
그 아픔을, 그 분노를, 내 몸으로 겪어온 사람이기에...
그런데 정작 내가,
그 상처를 또 누군가에게 남기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그것도 너무 늦게...



리더란, 누군가를 더 챙기는 사람이 아니라
모두를 공평하게 바라보는 사람이어야 한다.
국적도, 피부색도, 배경도
모두 내려놓고
오직 '사람' 자체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
실수도 하고, 반성도 하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리더로서 한 발자국 더 깊어졌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리더가 되겠다고 다짐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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