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지옥 그리고 나 (1/2) 동굴 속 이야기 스물여섯 순간순간 극단의 환경을 오가는 경험을 일생동안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 여름에서 겨울로, 지옥에서 천국으로,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자주 경험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경험한다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무엇인 가 바뀌게 될까? 지난주에 감사하게도 적당히 견딜만한 극단의 환경을 순간순간 오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음료공장 냉동창고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영하 18도 냉동창고와 영상 35도 뙤약볕을 오가는 일이었 다. 25kg 냉동 음료 박스를 적재하고 수백 번 트럭에 싣고 물품을 내렸다. '가족 같은 분위기'란 광고처럼 쉬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았고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감사했다. 내가 바라마지않던 고 단한 환경이다. PET병에 든 음료를 빠르게 얼리는 냉동창고에서 쉴 새 없이 땀이 흘렀고 몸에선 김이 모락모락 올랐다. 입김은 하얗고 자그마한 얼음알갱이 로 속눈썹에 방울방울 맺혔다. 마스크를 쓴 입안으로는 짭조름한 물이 흘러 들어왔다. 땀인지 콧물인지 마스크 안에 맺힌 입김이 녹은 물인지 그 모든 것이 뒤섞인 것인지는 알 수 없었 다. 3M 장갑과 두 겹의 목장갑에도 불구하고 손끝과 발끝에 추위와 고통이 밀려왔다. 냉동창고 팬은 지옥 같은 찬 바람을 불어댔고 귀마개를 뚫고 들어오는 귀를 아프게 하는 웅웅 거리는 큰 소음은 아이러니하게도 추위와는 가장 거리가 먼 매미소리로 바뀌어 들렸 다. '아... 추위는 지옥이구나 .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다' 냉동창고에서 가끔씩 35도의 뙤약볕으로 호출되었 다. 불볕더위에 방한복, 귀마개, 깔깔이, 장갑을 훌훌 털어 벗었다. 두 겹의 긴 팔은 벗지 못했 다. 옷을 벗었다 다시 입을 겨를이 없었 다. 그렇게 긴 팔을 껴 입고 옷깃을 세우고 귀마개를 목에 건 채로 검은 아스팔트 위에 섰 다 . (옷차림과 더위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옆 공장, 건너편 공장 아르바이트 분들은 정신 나간 인간을 보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 다. 아무래도 좋았다. 뜨거운 더위로 몸속이 익어갔 다. 발걸음이 비틀거린다. 뒤늦게 어지러움이 찾아왔다. 현기증이란 발이 더 신호가 빠른 법이구나.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 '추운 건 아플 뿐이지만 더운 건 몸이 위태롭네? 더위보다는 추위가 나은 게 아닐까?' 곧 땀에 젖은 채로 다시 냉동창고에 들어간다. 또다시 밖으로 나와 작렬하는 햇빛 과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에서 현기증과 씨름한다. 이젠 25kg 음료 박스나 땀, 끈적이는 음료, 몸에 새로 생긴 멍 따위는 신경도 쓰이지 않 는다. 오로지 추위와 더위의 지옥을 아무 생각 없이 쉴 새 없이 오갈 뿐이다. 그래 이곳은 지옥이다. 며칠이 지났다. 지옥 같은 추위와 더위에 조금은 익숙해졌 다. 그리고 내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 다. 난 혼란에 빠졌다. - 힘들었던 상하차 일이 달콤하게 느껴졌다. 육체의 고단함은 당연했지만 그것을 넘어 고통이 느껴졌다. 새벽까지 온몸이 아파서 끙끙대다가 통증에 잠깐씩 잠에서 깨기도 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즈음이면 그제야 몸의 통증이 사라지고 잠시나마 단잠을 이룰 수 있었다. - 몸에 여유가 없어지자 마음에 두려움이 자랄 틈이 없었다. 다행이다. 축하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