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지금, 때 [시] 낙화 by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아, 이렇게 오는구나. 내가 그리도 싫어한다 했던 것들이 보란 듯이 의도적으로 전시될 때 문득, 때가 온 거다 한다. '가야 할 때, ' 흐트러져 불안한 고뇌와 고통이 결국 '슬픈 눈'으로 떨어진다. 아름답다 하자. 내 눈을 좀 더 바라봐주지 그랬어. 눈 멀어 마주했던 곳에 뜨거워진 눈물을 내려 두고 나를 위로한다. 그래, 그게 인생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