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할머니 글 쓰며 게으르며 통창이 나 있고 커다란 나무 테이블 위에 종이와 연필, 그리고 나의 노트북이 가지런한 작은 별채를 꿈꾼다. 살금살금 속삭이는 입에 자꾸만 귀를 가까이하고 싶다. 꿈 이 길어지는 상상을 한다. 내가 그어놓은 금을 지우려는 그가 애처롭다. 그래도 상상해 보는 것은 내 자유다. 벌써 행복하면 안 되는데... 게으른 것도 할머니가 되는 것도 김해서의 바카라을 읽기 전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김해서는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등단을 하지 못하다가 산문집을 낸 사람이다. 그녀의 생각을 읽으며 외로움을 감지하며 잔잔히 내 갈 길을 골라냈다. 상상력이 밥 대신 미래를 짓는다 (p.66)에서부터 미련한 희망이 자꾸 나의 눈에 걸렸다. 눈을 감아도 할 수 있는 상상은 끝이 없을 테니까. 영어로 끄적거리며 울먹거리던 한 줄은 이야기에 대한 것이었다.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죽지 않는다. (p.66) Those who love stories do not die . 이야기를 사랑한다. 나의 이야기 그리고 너의 이야기가 전부인 삶이다. 현실의 이야기를 안고 허구로 들어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허구의 상상이 현실의 시간으로 오기도 한다. 더 현실 같은 허구, 너무나 허구 같은 지독한 현실에 갈팡질팡한다. 글 쓰 는 김해서는 엄청나게 글을 써야 하는 직업을 가졌나 보다. 나중에 할머니가 되면 기한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미루며 게으름을 피우고 싶다고 썼더라. 그렇게까지 글을 쓴다는 건 자기를 모두 드러내고도 그 끝 까맣게만 보이는 아래를 더 들여다보는 갈증 같은 것이 아닐까. 자신을 쓸 때도 타인을 쓸 때도 그럴 것이다. 쓰면서도 자꾸 모자라다. 쓰고 있는데도 쓰고 싶다는 목마름은 어쩌면 위선 같기도 하다. 제대로 못쓰니 그런가 보다. 목소리만 크고 이야기는 빈약한 모래 위의 성은 결국 허무한 건가. 어느 영화의 글 쓰는 사람처럼 내가 정말 읽고 싶은 이야기를 상상하며 바로 그걸 써야 하는 거다. 통창이 난 글 쓰는 작은 별채를 허락할지도 모르겠다. 상상하며 꿈꾸기로 한다. 그런 생명이 흐르는 이어짐의 희망이 좋다. 내게 생명이 오는 가슴 두근거리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