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꽃대 김치를 아시나요

수확하지 않은 겨울배추가 봄을 맞으면 꽃대를 쑥 밀어 올린다. 노오란 배추꽃이 피어나고 하얀 나비, 노랑나비 떼 지어 날아들던 어린 날이 떠오른다. 먹을 수도 없는 꽃이었지만, 다 질 때까지 한쪽 귀퉁이에서 밭을 지키곤 했다. 그런 배추꽃대로 김치를 담근다니, 도대체 어떤 맛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진짜로 정말로 막내 시동생이, 군대 동기가 해남에서 재배했다며 배추꽃대 한 박스를 떡 하니 우리 집에 내려놓고 갔다. 막상 눈으로 마주하니 반갑기보다는, 이걸 어쩌나 싶은 마음에 난감했다.


급한 대로 데쳐서 오동통한 꽃대를 반으로 갈라 초장에 찍어먹었다. 맛은 유채도 갓도 아닌데 아삭한 식감에 고소하기까지 했다. 제주에서는 배추꽃대를 튀겨 먹기도 한다는데 기름진 것은 내키지 않는다. 데쳐서 배추꽃대 맛을 확인했으니 김치를 담그기로 했다. 끝부분을 조금 잘라내고, 서너 번을 아기 다루듯 살랑살랑 씻은 뒤, 천일염을 솔솔 뿌려 절였다.


천일염, 찹쌀풀, 마른 통고추, 고춧가루, 새우젓, 멸치액젓, 구운 소금, 마늘, 생강, 대파, 쪽파, 미나리, 양파, 당근, 무, 배즙, 사과즙, 매실청.


배추꽃대가 절여지는 동안 양념을 준비했다. 찹쌀풀을 쑤고, 마른 통고추는 물에 불려 잘라 씨를 뺀다. 고추씨는 냉동실에 모아 두었다가 동치미를 담글 때 쓰면 유용하다. 생강과 양파, 무를 썰어 둔다. 먼저 깍두기 모양으로 자른 무를 믹서에 갈아 체에 밭쳐 국물만 쓴다. 무 건더기가 많으면 김치가 정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린 고추에 양파, 마늘, 생강을 함께 갈아 넣는다. 당근은 곱게 채 썰고, 대파와 쪽파, 미나리는 길지 않게 썬다.


1시간쯤 지나 절여지고 있는 배추꽃대를 뒤집으며, 번거롭더라도 하나하나 반으로 갈라 주었다. 그래야 절임도 잘되고 양념도 골고루 밸 것 같아서다. 처음 담가보는 배추꽃대 김치지만, 들인 정성만큼 맛이 깊어질 거라 믿는다.


준비한 양념을 양푼에 담아 간을 맞추었다. 소금에 절인 배추꽃대라 짜지 않게 해야 한다. 양념 계량을 기록하고 싶었지만 배추꽃대의 양을 재지 않아 생략했다. 이 순간 중요한 것은 담그는 이의 눈대중과 혀끝이다. 양에 따라 조금씩 더해 가며 간을 맞추다 보면, 부디 원하는 맛에 닿기를 바란다. 이것도 어렵다면 내가 달려가 담가 주고 싶은 심정이다.


배추꽃대는 수확이 늦어지면 꽃대가 질겨지고 씁쓸해져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두릅처럼 꽃이 활짝 피기 전에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두 시간 동안 절인 배추꽃대를 씻어 물기를 빼고, 30분 정도 숙성된 양념에 버무렸다. 마른 고추가 들어가 색도 곱고 맛도 깊다. 혼자 흡족해 실실 웃고 있는 모습이라니, 누가 보지 않아 다행이다. 간도 딱 맞고 식감도 좋다. 갓김치에 가까우면서도 아닌, 묘한 맛. 이것이 배추꽃대 김치의 맛이라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어릴 때는 그저 꽃으로만 보던 배추꽃대를, 육십 대 중반이 지나서야 김치로 담갔다. 세월은 모르는 사이 많은 것을 바꿔 놓는다. 지금과 같은 세상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왕 알게 된 김치이니, 배추꽃대 김치가 널리 알려져 농가의 새로운 수입원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생겼다. 내년에는 미리 주문해서라도 다시 담가 먹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맛이다. 알맞게 익었을 때의 그 맛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가족들은 갓김치보다 맛있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