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할 수 있는 김치볶음밥과 치킨덮밥

밥이 주는 행복

뽀얀 쌀을 살금살금 씻어 밥을 합니다. 조금 있으면 딸랑딸랑 추가 흔들리며 구수한 밥냄새가 주방을 가득 채웁니다. 아! 맛있겠다. 까만 서리태콩을 넣으면 더 고소한 콩밥냄새, 여러 가지 잡곡을 넣어도 식욕을 부르는 그 냄새는 식구들의 위장을 깨우며 서둘러 식탁으로 모이게 합니다. 세상에 어느 밥보다도 가장 맛있는 가마솥밥. 이른 새벽이면 어머니께서는 가장 먼저 나를 깨우곤 하셨습니다. 덜 깬 눈을 비비며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잔솔가지 꺾어 불을 지피면 따닥따닥 소리를 내고, 성난 듯이 밥이 부글부글 끓어오릅니다. 커다란 가마솥 안에는 10여 명의 식구들이 먹어야 할 흰쌀을 찾아보기 힘든 보리밥이, 그렇게 구수한 냄새를 피우며 뱃속을 요동치게 했지요.


할머니와 아버지 진지를 푸고, 몇 개의 도시락을 싸고 나면 남는 것은 순보리밥뿐입니다. 식구수에 맞추어 밥을 푸고 닥닥 긁어놓은 그 바삭한 누룽지가 어찌나 맛있던지요. 아니면 물 몇 바가지 부어 우러난 구수한 숭늉과 누룽밥(누룽지의 방언) 한 그릇은 어찌 말로 글로 다 할까요. 나도 하얀 쌀밥이 먹고 싶은데, 내 차례가 올리가 없었지요. 그러니 보리밥은 어쩌다 별미로 먹는 한 그릇이 되었네요. 시나브로 그 시절을 생각하면 별나라 세상과도 같은 지금이 그리 감사하고 소중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변하지 않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어머니들의 정짓간에서 피워내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정성이겠지요. 내리사랑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그 사랑과 정성 오늘도 글꽃으로 피워내 보려 합니다.




어쩌다 보니 며칠 동안 조금씩 남은 밥들이 모여 혼자 한 번에 먹어치우기에는 많은 양이 되었습니다. 이 밥들로 뭘 할까 생각하다 김치야채볶음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근래 중에 배추김치가 가장 맛있게 담가졌어요. 너무 짜지도 맵지도 않고 아삭하니 맛있게 잘 익었습니다. 4분의 1쪽을 꺼내어 김칫소를 모두 털어내고 쫑쫑 썰어주었어요. 이제 야채를 준비할 건데요. 대파 한 줌은 어슷 썰기로 해주고 작은 양파 반 개와 당근, 호박은 3분의 1 정도를 채 썰어 너무 잘지 않게 다져주었습니다. 쓰고 남은 *팸 반개는 뜨거운 물에 데쳐 아주 작게 깍둑썰기처럼 해놓으면 재료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이제 시작해 볼까요. 기름 두른 팬에 대파와 양파를 넣고 볶아줍니다. 파기름이 잘 나왔겠지요. 간장 1스푼을 넣어 약간의 불향을 내고 굴소스 1스푼을 넣고 당근과 김치를 넣어 볶아줍니다. 이어 남은 호박과 햄도 넣어 골고루 볶아주면 이제 밥만 넣어 볶으면 되겠지요. 찬밥을 그냥 넣으면 뭉쳐진 채 돌아다녀서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넣고 볶아주면 금방 완성이 되는데요. 이때 간을 보고 소금을 추가하거나 들기름과 후추를 넣고 마무리해 주었습니다. 다된 볶음밥을 원하는 모양의 그릇에 약간 눌러 담은 뒤 적당한 접시에 엎어놓으면 예쁜 그 모양이 그대로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계란프라이 한 개 얹어 주고 통깨 솔솔 뿌렸어요. 나중에 김가루도 뿌려 먹었더니 파기름 때문에 부드럽고 김치와 야채들이 어우러져 동치미와 맛있게 먹었답니다.




먹고 남은 치킨이 있는데 다시 데워먹어도 처음 그 맛이 아니라서 치킨덮밥을 해 먹으려고 합니다. 우선 치킨뼈를 발라낸 닭고기를 접시에 담아둡니다. 이어 양파 반 개, 새송이버섯 반 개, 당근 3분의 1을 채 썰고, 시금치가 있어서 한 줌 넣었어요. 볶음팬에 간장, 올리고당, 굴소스, 전분, 후추를 넣어 살짝 끓인 후 야채를 몽땅 넣어 볶다가 참기름으로 마무리합니다. 큼직한 접시에 따끈한 밥을 올리고, 한쪽에는 남은 치킨을 에어프라이에 5분 정도 돌려 담아주고 중앙에 완성된 덮밥야채소스를 얹어주며 통깨 뿌려주면 완성입니다. 간이 딱 맞고 맛있다 하네요.


오늘도 이렇게 두 가지 밥을 해보았는데요. 처음에는 간도 안 맞고 실패도 할 수 있어요. 여러 번 하다 보니 대충 이 정도면 되겠다 싶으면 괜찮게 되는 것 같아요. 완성이 되었을 때 간을 보고 싱겁다 싶으면 소금이나 간장을 더 넣어도 되고 짜면 야채를 더 넣든 밥을 더 넣으면 되겠지요.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우리에게는 맛을 살려주는 굴소스가 있어서 대충 해도 먹을만해요. 집에서 만들면 아무래도 기름도 덜 두르고 알 수 없는 소스들을 쓰지 않으니 느끼하지 않고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집에 있든 해외에 나가든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마지막엔 꼭 먹고 싶은 밥.

오늘도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