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난 춤추는 고래다.

by성급한뭉클쟁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칭찬의 위력을 보여주는 흔하디 흔한 속담(?)이다. 해양 포유류 중 가장 덩치가 큰 고래가 칭찬 한 마디에 거대한 몸집을 흔들며 춤을 추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칭찬의 힘이 대단하긴 한가보다.


필자도 칭찬을 엄청 좋아한다. 자존감이 끝도 없이 낮아지다가도 누군가 칭찬 한 마디 건네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인정 욕구'를 부정하는 아들러 심리학은 이런 나의 심리가 건강치 못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인정받을 때 큰 기쁨을 느끼고, 특히나 칭찬받을 때 그 희열은 최고조에 이른다.


그런데 왜 하필 '고래'일까? 어렸을 땐 꽤나 자주 듣던 칭찬이 점점 더 귀해지고 있는 요즘, 최근 들어 귀하디 귀한 칭찬 한 마디를 듣고 혼자 기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본 글 앞에서 소개된 속담이 떠올랐다. 아니 근데 정말로, 왜 하필 "고래"가 춤을 출까? 하고 많은 동물 중에서? 문득 지적(?) 호기심이 폭발한 순간, 그 유래를 찾아보니 공유하지 않을 수 없는(!) 너무 '꿀잼'인 이야기를 발견해서 (물론 철저히 개인 기준 ‘꿀잼’이다) 늦은 새벽이지만 노트북을 열게 되었다.


알고 보니 '고래'라는 동물 자체에 대한 레퍼런스 (reference)는 켄 블랜차드 컴퍼니의 회장님이신 케네스 블랜차드 (Kenneth H. Blanchard)의 바카라 "Whale Done!"로부터 왔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긍정적 태도와 칭찬이 가져다주는 삶의 변화"를 자기 계발서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그는 "플로리다 여행 중 해상수족관에서 거대한 몸집의 범고래가 환상적인 점프를 통해 멋진 쇼를 펼치는 것을 보게 되었고, " 그 노하우에 대해서 알게 되는데 그 해답은 일명 '고래 반응 (Whale Done Response)'이라 불리는 훈련법이었다. 누군가가 (고래가) 무언가를 (끝내주게 멋진 점프를) 성취했을 때 즉시 칭찬하고,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엄하게 질바카라하고 혼내는 대신 중간중간에 격려를 잊지 않는 것이 '고래 반응' 훈련법의 핵심이라고 한다. 남보다 스스로에게 더 가혹하고 주변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칭찬과 격려의 황금 비율(?)이, 즉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건설적이고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도우미 바카라이다.


"그래서 '고래'였구나" 싶다. '고래'가 유독 속담에 자주 등장하는 듯한 느낌적 느낌(?)이 없지 않았는데 (대표적인 예로 모두가 떠올린 그 속담 맞다. 거대한 고래 싸움에 터지는 얄팍한 새우 등이 안쓰러울 뿐.) 찾아보니 그 '고래' 레퍼런스가 납득이 갔다. 그와 동시에 약간의 아쉬움(?)이 들기도 한 게 바카라 내용은 필자처럼 칭찬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칭찬을 들을 수 있을지에 대한 '꿀팁' 공유서가 아닌 것 같았다. 능력 있는 경영 컨설턴트가 지위 높은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칭찬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일 것 같은데 이건 마치 ‘부유층의 소득 증대가 우선시되어야 경기 부양으로 인해 저소득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 효과 (Trickle-Down Effect)' 이론처럼 들리는 감이 없지 않다. 물론 읽어보기 전에 바카라을 판단할 수는 없으니... (는 이미 판단 다 한 건가... 쩝.) 얼른 읽어봐야겠다. 역시 궁금한 사람이 지는 법이다.


사실 고래가 중요한 건 아니다. 그냥 칭찬이 필자에게 주는 동기 부여가 참 큰 것 같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됐다. 필자는 요즘 일적으로 최악의 한 달을 보내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우울해지고 그 어떤 포인트에서도 설렘을 느낄 수가 없었다. (변태 같다고 할 수도 있지만 필자는 '월요병'이라는 개념을 이해 못하던 사람이었다.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 얼마나 신나는데!"라는 말을 눈치 없게 내뱉으며 친구들의 질타를 받곤 했는데 그런 필자에게도 더 이상 월요일이 즐겁지 않고 일요일 저녁이 되면 한 없이 기분이 다운된다...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소위 말해 '인생 노잼 시기'를 겪는 중이었다. 노력하지도, 하고 싶지도 않았고, 당장 입고 있는 옷이 맞지 않음을 매일 아침 느끼고 있는 와중에, 내가 애초에 이 옷을 입고 싶던 적이 있긴 한 걸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에까지 도달해버려 많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처진 마음은 당연히 티가 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일 적 퍼포먼스는 눈에 띄게 ‘푸어 (poor)’ 해졌고 부정적인 피드백도 거듭됐다. 고맙고 다행이게도 주변에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과의 잦은 1:1 대화 (고민 상담) 덕분에 결국 내 문제와 부딪혀야 함을 깨달았고 마음 가짐을 바로잡고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일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오늘은 칭찬을 받았고 기분이 좋았다. 쓰고 보니 너무 아기 같고 유치한데 필자는 진심으로 기뻤다. 물론 모든 게 다 성공적이었고, 이제 다 해냈다는 '유종의 미'를 장식하는 듯한 느낌의 칭찬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미묘하지만 필자에게는 매우 크게 느껴진 칭찬 한 마디였다. 이제 좀 감을 잡은 것 같다고, 이제는 좀 디스커션이 되고, 먼저 아이디어와 논리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피드백이었다. 지식 노동자를 꿈꾸는, 내가 재밌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지식을 생산하고픈 필자에게는 작지만 매우 의미 있는 한 마디였고, 그 작은 '칭찬' 버튼 하나로 지난 3-4주간 혼자 마음고생한 게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았다.


칭찬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이 정도라면 '고래'가 춤출만하다. 그리고 이렇게나 칭찬 한 마디에 좌지우지되는 '멘털 (mental)'을 갖고 있는 필자는 "네가 무슨 고래냐?!"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정교한 자아를 갖고 있는 모든 개인이 타인의 칭찬 한 마디로 기분 좋은 하루, 아니 매일을 보낼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칭찬의 물방울이 큰 바다를 이루어 우리 슬롯에 춤추는 고래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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