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9년 차에도 사이좋은 부부의 비밀

by자향자

결혼이라는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만 해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원한 구원자이자 안식처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눈빛만 봐도 가슴이 설레고, 세상의 그 어떤 풍파가 몰아쳐도 이 사람 손만 잡고 있으면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던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었죠. 하지만 법적으로 부부가 되고, 한 공간에서 삶의 모든 것을 공유하면서 이야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어느덧 결혼 9년 차, 안팎의 시간을 지나다 보면 우리는 종종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배우자를 보며 묘한 거리감을 느낍니다. 사랑이 식었다기보다는, 마치 오래된 가구처럼 그 자리에 있는 게 너무나 당연해진 존재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뜨거웠던 연애의 감정은 육아라는 현실, 치열한 온라인 게임 생활, 그리고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팍팍한 일상 속에서 서서히 마모되어 갑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도 마주 앉아 다정하게 오늘 하루 어땠는지 묻기보다, "아이는 밥 먹었어?", "이번 달 관리비 냈어?" 같은 생계형 대화만 기계적으로 오고 가기 일쑤입니다.



많은 이들이 시기가 찾아오면 '다 그렇게 사는 거지'라며 체념하곤 합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아이가 생기고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서로를 바라볼 때 눈에서 꿀이 떨어지고, 친구처럼 연인처럼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걷는 부부들 많죠.



그들이라고 해서 삶의 무게가 가볍거나, 남들보다 돈이 넘쳐나서 행복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들은 익숙함이라는 괴물이 부부 사이를 파고들지 못하도록, 일상 속 사소한 '방어벽'을 매일같이 쌓아 올리고 있을 뿐입니다. 오늘은 오래가는 사랑을 만드는 사소한 3가지 습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첫째, 당연함 없애기. 관계를 망치는 첫 번째 덫은 '익숙함'을 '당연함'으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남편이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것도, 아내가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챙기는 것도, 혹은 그 반대의 역할도 세상에 당연한 일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오래도록 사이가 좋은 부부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베푸는 작은 배려와 수고에 기어이 말로써 '고마움'의 족적을 남깁니다.



제 주변의 결혼 12년 차 부부는 여전히 서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습니다. 퇴근길에 남편이 사 온 치킨에 고맙다며 환하게 웃어주고 아내가 주말 아침 끓여준 된장국에 "바쁜데 아침까지 챙겨줘서 고맙다"며 그릇을 깨끗이 비우죠. 밖에서 보면 유난스럽다 싶을지 몰라도, 이 작은 '고마움의 표현'들이 쌓여 서로를 귀하게 여기는 단단함으로 변모합니다.



둘째, 갈등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 단호함. 부부 사이의 거리는 커다란 사건 하나로 멀어지지 않습니다. 낮 동안 쌓인 아주 작은 서운함, 툭 던진 말 한마디에 상처받은 마음을 "다음에 얘기하지 뭐"라며 덮어두는 버릇에서부터 균열이 시작됩니다. 마음에 쌓인 찌꺼기를 제때 비워내지 않으면, 그것들이 단단하게 굳어 나중에는 어떤 대화로도 깨뜨릴 수 없는 벽이 되어버립니다.



연애 시절부터 유독 자주 투닥거리던 동료 부부가 있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성격이 안 맞아 금방 위기를 맞을 거라 걱정했지만, 그들은 벌써 10년째 돈독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비결을 물으니 그들은 연애 때부터 한 가지 철칙을 지켜왔다고 합니다.



바로 '아무리 크게 싸워도 등 돌리고 자지 않기'였습니다. 한밤중에 거실에 마주 앉아 서투른 솜씨로라도 "아까 낮에 당신이 그렇게 말했을 때 내 마음이 조금 서글펐어"라고 털어놓고, 앙금을 그날 밤 안에 풀어내며 감정의 유통기한을 넘기지 않는 지혜를 발휘한 것입니다.



셋째, 일과 아이보다 '우리'의 시간을 먼저 챙기기. 아이가 생기면 부부의 삶은 급격히 아이 중심으로 재편됩니다. 모든 스케줄과 관심사가 아이에게 쏠리다 보니, 정작 '부부'라는 본질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십상이죠.



하지만 가정이 튼튼하게 유지되는 힘의 근원은 부모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부부로서의 유대감에서 나옵니다. 아무리 바쁘고 지쳐도 일주일에 단 몇 시간만큼은 오롯이 서로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사수해야 합니다.



다섯 살짜리 딸아이를 키우며 맞벌이를 하는 한 부부는 매주 토요일 오전 시간을 아주 신성하게 여깁니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거나 잠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해서라도, 단 두 시간만큼은 아이 없이 부부 단둘이 집 앞 카페로 향합니다.



그 시간 동안만큼은 육아나 집안일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서로의 요즘 관심사나 좋아하는 운동, 소소한 생각들을 나눕니다. 연애 시절로 돌아간 듯한 그 짧은 두 시간이, 한 주간 지쳤던 마음을 치유하고 서로를 다시 '여자'와 '남자'로 바라보게 만드는 강력한 접착제 역할을 해주는 셈입니다.



결혼 10년 차가 넘어서도 행복한 부부들의 비밀은 소탈합니다. 수백만 원짜리 명품 가방이나 화려한 리마인드 웨딩 이벤트가 관계를 지켜주는 게 아닙니다.



매일 아침 눈을 맞추며 건네는 인사, 작은 일에도 잊지 않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서운한 감정이 생겼을 때 자존심을 내려놓고 먼저 다가가는 용기 같은 아주 사소한 습관들이 모여 만들어진 기적입니다.



오늘 퇴근해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배우자를 바라보세요. 칭찬이든 따뜻한 포옹이든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작은 표현 하나를 쑥스럽더라도 먼저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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