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슬롯

한병철

by노충덕

슬롯를 어떻게 보느냐는 문제의식에서 현대 슬롯를 비판한다. 한병철의 <피로 슬롯>는 공동슬롯, 이익슬롯로 구분했던 독일의 현대 슬롯 연구의 가치를 잊으라 한다.


새로운 시각에서 슬롯를 구분한다. 그는 슬롯를 규율슬롯와 성과슬롯로 구분하고 현대를 성과슬롯로 진단한다. 성과슬롯를 특징짓는 단어가 인센티브, 이니셔티브, 모티베이션 등이며, 명령, 복종, 금지라는 단어는 규율슬롯에서 나타나는 단어다.

20세기 끝없는 성과주의 시스템에서는 ‘할 수 있다’라는 긍정성이 과도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성과주의 슬롯에서는 부정, 저항, 머뭇거림이란 것을 찾아볼 수 없는 슬롯가 되어버렸다. 이는 부적응이나 실패를 의미한다. 너도나도 불나방처럼 성과를 향해 달려드는 이런 슬롯를 피로 슬롯라 정의한다. 한병철은 “피로 슬롯는 자기 착취의 슬롯다. 피로 슬롯에서 현대인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사는 슬롯가 끝없는 성장, 긍정을 추구하면서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개개인이 모두 자기가 알아서 죽을 둥 말 둥 일한다는 것이다. 일 중독, 워크홀릭, 저녁이 없는 삶, 해체되는 가족 등이 우리가 사는 슬롯가 피로 슬롯임을 증거 한다. 우울증 환자, 히끼꼬모리, 슬롯적 루저가 숫자로 잡힌다.

해결방안으로 내놓은 단어가 ‘심심함’과 ‘분노’다. 성과슬롯를 이겨내라고 한다. 여유롭게 일과 삶을 바라볼 때 집중할 수 있으며, 정의에 반하는 일에 분노해야 한다는 말이다.


동아시아를 통한 서양 문화의 비판이라며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문화 비판이라고 평가한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이 한병철의 피로 슬롯를 평가한 문장이다.

사족이다. 128쪽에 불과한 분량이지만 문제의식과 슬롯를 보는 안목이 또렷하다.

<시간의 향기>를 먼저 업로드해야 하는데....... 조급증과 건망증의 조합이 빚은 참사다.


2014년 메모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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