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다시 찍은 가족사진

가족 모두 즐거운 기억 순간으로 저장

byJake Shin

어제는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날이었습니다. 부모님, 남동생 가족, 그리고 우리 가족까지 모두 모여 가족사진을 찍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렇게 전체 가족사진을 찍은 것은 동생이 결혼하기 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약 11년이 흘렀습니다.


11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때는 없었던 동생의 아내와 아이가 생겼고, 우리 가족에게도 둘째가 생겼습니다. 사진 속 인원은 늘어났고, 각자의 삶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누군가는 부모가 되었고, 누군가는 조부모가 되었고, 아이들은 새로운 가족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한 장의 사진 안에 지난 시간의 변화가 조용히 담기는 것 같았습니다.


촬영 장소는 회사 근처에 있는 사진관이었습니다. 전체 촬영 시간은 부모님 두 분의 독사진까지 포함해 약 한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가족사진 촬영이라는 것이 막상 시작되면 조금 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가 정면을 바라보고, 자세를 고치고, 표정을 맞추다 보면 자연스러운 웃음이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진사분이 분위기를 잘 풀어주었습니다. “멸치”라고 외치게 하더니, 이어서 “대가리”라는 구호를 던졌습니다. 순간 가족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어색하게 만들어낸 미소가 아니라, 정말 웃음이 나와서 웃는 표정이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나이도, 걱정도, 각자의 삶의 무게도 잠시 내려놓은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웃는 얼굴로 사진 속에 남았습니다. 부모님도, 동생 가족도, 우리 가족도 모두 밝은 표정이었습니다. 아이들도 즐거워했고, 어른들도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시간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듯했습니다. 가족사진이라는 것은 결국 잘 나온 얼굴을 남기는 일이 아니라,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남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마음 한쪽이 뭉클해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사진사분께 독사진을 찍는 이유를 말씀하시면서 “영정사진용”이라는 표현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조금 내려앉았습니다. 언젠가 누구나 준비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부모님의 입을 통해 그 말을 직접 들으니 쉽게 넘길 수 없었습니다.

특히 어머니가 아프시다 보니 그 말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평소에는 애써 담담하게 지내려고 하지만, 이런 순간에는 마음이 흔들립니다. 부모님이 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 아직은 그런 준비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그래도 지금 이렇게 사진을 남길 수 있어 다행이라는 마음이 함께 밀려왔습니다.


사진 촬영을 마친 뒤에는 근처에 있는 서울식물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나무와 꽃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온실 안은 습하고 더웠지만, 가족들과 함께 있으니 그 불편함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신기한 식물들을 바라보았고, 어른들은 천천히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걷는 시간은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멋진 장소라서가 아니라,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풍경을 보고, 같은 길을 걷고, 같은 더위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조금 더 선명해졌습니다. 사진관에서 남긴 정지된 장면과 달리, 서울식물원에서의 시간은 천천히 움직이는 가족사진 같았습니다.


온실 구경을 마친 뒤에는 별도 공간인 주제원으로 이동해 15분 정도 걸었습니다. 길게 걸은 것은 아니었지만, 가족 모두가 함께 이동하고 같은 방향으로 걸었다는 사실이 좋았습니다. 이후에는 저녁 식사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 동생 가족들과 한 시간 정도 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습니다. 어제 하루는 거창한 행사가 있었던 날은 아니었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날이 될 것 같다고 말입니다. 11년 만에 다시 찍은 가족사진, 새로 늘어난 가족들, 환하게 웃던 부모님, 그리고 부모님의 독사진. 그 모든 장면이 마음속에 천천히 남았습니다. 가족사진은 지금의 우리를 기록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언젠가 다시 꺼내 보게 될 시간을 미리 남겨두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그저 사진 한 장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안에 담긴 표정 하나, 손의 위치 하나, 함께 웃던 분위기까지 소중해질 것입니다.


어제의 사진 속에는 우리 가족의 지난 11년이 담겼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또 살아갈 시간에 대한 바람도 담겼습니다. 부모님이 조금 더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이 시간을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형제도 각자의 삶 속에서 바쁘더라도, 가끔은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가족사진은 완벽한 순간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더 늦기 전에 함께한 시간을 붙잡는 것이고, 어제 우리 가족은 그 시간을 붙잡은 것이라고 봅니다.



웃는 얼굴로, 조금은 뭉클한 마음으로, 그리고 오래 간직하고 싶은 하루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