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에 대한 이해 넓히기
철학자 : 나는 철학자로서 앞으로 전개될 논의에서 철학적 관점이 필요할 때마다 내가
나타날 것입니다.
프로이트가 성(性)을 거론할 때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성적 리비도를 말하는
것이며, 그는 신체의 차원에 있는 성적 리비도를 어떻게 보다 높은 차원으로 승
화 시키느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리하여 프로이트는 성적 리비도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논리로 풀어가면서
신경증 증상을 해소하기도 하고, 문화, 예술, 종교 등 다양한 차원으로 승화시키
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性은 프로이트가 이해한 것 이상의 의미와 보다 폭넓은 차원의 보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독일어의 명사들은 모두 성으로 구분되어 있죠. 남성 명사, 여성 명사, 중
성 명사 등으로요. 그것은 그 단어들이 지칭하는 사물 그 자체의 본성을 파악한
결과입니다.
탐구자 : 타고난 본성이나 본질을 부정하는 사르트르나 남성 여성을 본성적으로 구별
하는 것을 슬롯의 힘 있는 세력이 억압적으로 만들어 차별이라고 주장하는 페미
니스트들은 매우 싫어하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신학자 : 나는 신학자입니다. 앞으로 분석가, 철학자와 더불어 논의를 함께 전개해 나가
는 중에 신학적 관점이 제시되어야 할 시점에 내가 나타날 것입니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인 것 같군요. 인간의 본성을 부정하는 것은 인간 이해에 있
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하나님이 흙으로 모든 가축과 각종 들짐승과 공중의 각종 새를 지으신 후, 아담
에게 주신 첫 임무는 바로 동물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는 일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아담이 이름을 어떻게 짓는가를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하나님은 자신이 만드신 들짐승 날짐승들을 아담이 그 본성대로 제대로 파악을
하고 있는가를 보고 계셨던 거죠.
아담이 동물들의 본성에 맞게 이름을 잘 지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가 깨닫게 된 것은 바로, ‘모두들 다. 짝이 있는데. 나는 짝이 없
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동물들의 이름을 본성에 따라 짓게 한 것은 바로 아담 자신의 본성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던 거죠.
말하자면 자신의 본성적으로 타고난 결핍이 뭔가를 알게 된 것입니다.
그 후에 하나님은 바로 아담을 잠들게 한 후 갈빗대 하나를 취해 여자를 만드셨
죠. 이것이 남성(男性)과 여성(女性)의 시작입니다.
철학자 : 남성과 여성이 성의 구별로 시작하지만, 두 성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본성(本性)입니다.
남자는 남성으로서 본성, 여자는 여성으로서 본성, 그리고 인간으로서 공통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동양철학은 잘 모르지만, 조선시대에는 유교가 주자가 집대성한 성리학을
받아들였는데, 성리학에 의하면, 성(性)은 곧 사람의 본연(本然)이라고 말합니
다.
분석가 : 성(性)을 그렇게 거시적으로 보지 않더라도, 미시적으로 한 사람의 인격 안에
성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언행을 보면 성질(性質)과 성격(性格), 그리고 성품(性品)을 볼 수 있
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 성질대로 살면서 관계와 상황의 격을 세우지 못하는 사람이 있
습니다.
어떤 사람은 성격으로 자리 잡아 안정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관계나 상황과 무관하게 인격을 품위 있게 드러내는 성품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성질대로 사는 사람은 그야말로 분별력을 가지지 못한 채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
하는 사람이죠. 이런 사람의 마구잡이 행동은 대개 두 가지입니다.
자신의 에너지를 성적 욕망과 분노를 마구 분출시키면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공격성 에너지가 중립화가 되지 못한 사람입니다.
성격에서 격(格)은 ‘바르게 함’, ‘연구함’. ‘표준’, ‘자리’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
다. 한 문장에 주격과 목적격, 보격이 있듯이 각 단어가 자기 자리에 바르게 있을
수 있도록 연구하고 따지는 것이 바로 ‘격’입니다.
그다음 단계가 ‘성품’입니다. 이 단계는 이것과 저것, 옳고 그름, 선과 악 등을 따
지는 단계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이분법과 관계성을 넘어서는 단계입니다.
환경적 상황이나 상대방의 처지나 태도와 무관하게 나 자신의 품위를 갖추고 있는
상태가 바로 성품의 단계입니다.
성품에는 기본적으로 인자함과 포용력, 그리고 관대함을 가진 상태를 말합니다.
인격의 발달은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형태의 성적 리비도를 어떻게 발달
시켜 가느냐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철학자 : 성은 프로이트처럼 인간의 성적 구별이나 섹스의 개념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동양의 성리학은 우주를 성의 개념으로 정립하고 있는 것인데, 그것은 플라톤의 창
조론 관련 저서 [티마이오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플라톤은 우주를 하나의 거대한 인격체로 보는 것이죠.
그래서 동양의 성리학과 플라톤의 우주관은 하나의 관점으로 모아진다고 볼 수 있
습니다. 곧 대우주와 소우주의 개념입니다.
탐구자 :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우주를 대우주, 그리고 사람을 소우주라고 지칭해 온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플라톤이 대우주 소우주로 언급했다는 것은
처음 들어 봅니다.
철학자 : 플라톤이 말했다기보다는, [티마이오스]에서 플라톤이 우주를 하나의 거
대한 인격체로 본 관점이 현대에 이르러 프렉탈의 개념으로 발전했다는 점을 말
하는 것입니다.
프렉탈이란 작은 부분은 그것이 속한 전체와 유사한 기하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
다는 개념입니다.
분석가 : 위니캇도 바로 그런 개념을 가지고 대상관계를 제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
니다. 위니캇은 아기의 몸을 마치 거룩한 성전과 같이 다루어야 함을 강조하고,
아기에게 어머니는 마치 하나님과도 같은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