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어드바이저 디자인 팀의 AI 워크플로우 도입기
*원문을 번역한 글입니다.
*원문은 발행 이후 수정될 수 있으며, 본 번역은 발송 시점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매니저가 디자인팀의 일상 업무에 AI를 더 잘 활용할 방법을 알아봐 달라고 했을 때, 저는 자신 있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무슨 일을 떠안게 될지 전혀 몰랐기에 가능한 자신감이었습니다.
저는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의 B2C 프로덕트 디자인팀에서 일합니다. 프로세스를 다듬고, 업무 도구를 개선하고,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의 걸림돌을 줄여 디자인팀이 더 잘 일하도록 돕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AI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건 당연해 보였습니다. 콘퍼런스 발표도, 링크드인 게시물도, 아티클도 하나같이 같은 말을 했습니다. AI를 도입하지 않으면 뒤처진다고요.
정작 어떻게 해내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론 말고 실제 과정 말입니다. 아무도 읽지 않는 문서를 몇 주씩 쓰고, 무엇을 해야 ‘완료’인지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엔지니어링 회의를 하고, 새 워크플로를 소개하는 슬랙 메시지를 보낸 뒤 누군가 써주기를 바라며 기다리는 그런 과정이요.
이 글은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실질적인 출발점은 디자인팀과 함께 진행한 워크숍이었습니다. 당시의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팀원들이 실제로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예상했던 결과도 있었습니다. 반복 업무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엔지니어링팀과 조율하느라 너무 자주 오가야 한다는 점이었죠. 의외의 발견도 있었습니다. 팀원들은 이미 각자 AI 도구를 쓰고 있었지만, 활용 방식이 제각각이었고 그 경험은 공유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핵심은 마지막 발견에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는 AI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의 경험과 지식이 흩어져 있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모두가 다른 사람도 이미 해봤을 일을 혼자 조용히 처음부터 다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누구에게도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도구를 구매하거나 특정 워크플로를 의무화하기보다, 팀이 함께 쓸 기반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재사용 가능한 Claude 스킬 모음.
팀의 지식을 담은 구조화된 프롬프트로, Claude에 필요한 맥락을 제공해 일반적인 도움을 넘어 실제 업무에 쓸모 있는 결과를 내도록 합니다.
누구나 읽고 따라 할 수 있는 공용 문서 공간.
스킬의 버전을 관리할 공용 저장소.
스킬을 개선하고, 필요에 맞게 포크해 활용하고,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전에는 없었던 프로토타이핑 과정.
디자이너가 Claude Design에서 대략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Claude Code로 실제 작동하는 결과물을 만든 다음, 그날 바로 프로덕트 매니저에게 공유하거나 실제 사용자에게 테스트할 수 있는 URL로 배포하는 흐름입니다. 엔지니어링팀에 작업 티켓을 넣을 필요도,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말로는 간단했습니다. 막상 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팀의 호응을 얻은 스킬은 Project Bio Writer, 프로젝트 개요 작성 스킬이었습니다. 대략적인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입력하면 브리프, 가설, 상세 설명, 기초 지표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줍니다. 마지막에는 필요에 따라 진행 상황을 관리할 티켓도 생성합니다. 팀에 공유하자 실제로 쓰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모두가 바로 쓰기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팀 안에 자리 잡을 만큼은 사용했습니다.
이 스킬이 통했던 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불편을 해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브리프를 쓰는 일은 누구나 귀찮아합니다. 그래도 써야 한다는 건 모두 알고 있죠. 그 일을 빠르게, 실무에 쓸 만한 수준으로 해주는 스킬이라면 사용을 권하기도 쉽습니다.
일러스트 생성 스킬도 확실한 성과였습니다. 트립어드바이저의 클레이 질감 3D 에셋을 만드는 스킬을 개발했고, 이후에는 비아터(Viator)용 스킬도 만들었습니다. 팀에 공개하기 전에 실제 프로젝트에 쓸 일러스트를 약 100개 생성하며 충분히 검증했습니다. 이 과정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스킬 하나 만들었으니 알아서 써보세요”가 아니라, “실제 업무에서 충분히 써봤고, 제 역할을 하는지 확인한 스킬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가장 오래 걸린 건 프로토타이핑 인프라였습니다. 시작할 때 예상했던 것보다 맞물려 돌아가야 할 요소도 많았습니다.
첫 번째는 Claude Design에 트립어드바이저와 비아터의 디자인 시스템을 연결하는 일이었습니다. 만드는 사람이 컴포넌트나 스타일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도, 처음부터 적절한 요소를 사용한 브랜드에 맞는 프로토타입이 나오도록 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AI에 여러 프롬프트를 입력하며 디자인 시스템 자체를 검증해야 했습니다. 컴포넌트에 기술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만 볼 게 아니라, Claude가 실제로 적절한 컴포넌트를 고를 수 있을 만큼 이름과 구조, 문서가 명확한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두 번째는 디자이너에게 Git을 가르치는 일이었습니다. 별일 아닌 것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터미널을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사람이 처음으로 저장소를 클론하는 모습을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어떤 팀원에게는 이 단계가 전체 도입 과정에서 가장 높은 장벽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Claude Code 활용 가이드와 배포 스킬 모음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작동하는 결과물을 실제로 배포할 때마다 명령어와 실행 순서를 일일이 기억할 필요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네 번째는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었습니다. 내부에서 만든 프로토타입은 회사 VPN 안에서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디자이너가 아무리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도 회사 밖의 실제 사용자에게 보여줄 방법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프로토타입을 외부에 호스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제 컴퓨터에서는 돼요”가 “이 링크에서 직접 써보세요”로 바뀌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클릭 영역을 연결해 둔 Figma 목업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고 반응하며 사용자 테스트까지 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이었습니다.
만드는 것보다 사람들이 쓰게 하는 게 더 어렵습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새 스킬을 소개하는 슬랙 메시지를 팀 전체에 보냈는데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을 때, 비로소 그 말을 실감했습니다.
팀원들이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유용한 도구라도 처음 써보기까지는 마음먹고 움직일 힘이 필요합니다. 우선 그런 도구가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마침 그 도구를 쓸 만한 업무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 업무에 적용해 봐도 되겠다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용 문서까지 조금이라도 기술적으로 어렵다면, 이미 사용자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셈입니다.
프로토타이핑 환경 설정 가이드를 공유한 뒤, 엔지니어링 지식이 너무 많이 필요해 디자이너가 따라 하기 어렵다는 피드백을 받고서야 이 사실을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처음 접하는 사람을 위한 문서가 아니라, 두 달 동안 직접 부딪히며 익힌 저 자신을 위한 문서를 쓰고 있었던 겁니다. 문서를 다시 썼습니다. 지금은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썼어야 했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었다”와 “팀이 그걸 쓴다” 사이의 간극은, 알고 보니 거의 전적으로 문서와 소통의 문제였습니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팀에 자리 잡은 스킬에는 명확한 문서가 있었고,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솔직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제가 슬랙으로 직접 한 번 써보라고 권한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반면 저장소에 올려놓고 신경 쓰지 않은 스킬은 별다른 반응 없이 묻혔습니다.
문서를 써놓는 것과 사람들이 그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건 별개의 일이었습니다. 프롬프트를 구성하는 방법이나 토큰 사용량을 관리하는 법을 읽어도, 한 번쯤 잘못 써보고 왜 중요한지 체감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사용법을 말로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좀처럼 효과가 없었습니다. 직접 보여주는 건 효과가 있었습니다. 처음 스킬을 실행하는 사람 옆에 앉아 함께해 보거나, 서론에만 컨텍스트 윈도우의 절반을 낭비하던 프롬프트를 어떻게 고쳤는지 전후를 비교해 보여주는 식이었습니다.
엔지니어링팀의 지원이 얼마나 필요한지도 과소평가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치가 큰 작업 중 일부는 엔지니어가 실제로 시간을 투입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언제나 다른 우선순위의 업무와 경쟁해야 했습니다. 로드맵에 확정된 일정이 없으면 이런 일은 구조적으로 가장 먼저 다음 분기로 밀립니다. 지금 하기로 결정해야 할 구속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 작업이 병렬로 진행될 거라고 가정하고 로드맵을 짰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확보해 둔 시간과 리소스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계획을 세울 만큼 중요한 일이라면, 언젠가 해보자는 선의의 약속이 아니라 실제로 시간을 배정한 확정 일정이 필요합니다.
기술이 가장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았습니다.
Claude는 적절한 맥락을 주면 놀라울 만큼 일을 잘합니다. 잘 작동하는 스킬을 만드는 데는 특별한 프롬프팅 기법보다 문제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일러스트 생성 스킬은 여러 번 다듬어야 했습니다. 디자인 크리틱과 아이데이션 스킬도 몇 차례 개선을 거쳤습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기술은 약속한 역할을 해냈습니다.
문서를 쓰는 일.
버전을 관리하는 일.
공용 저장소를 마련하고, 스킬을 어디에 두고 어떤 체계로 관리할지 운영팀과 논의하는 일.
이미 바쁜 사람들에게 새 도구를 어떻게 소개할지, 슬랙 메시지를 언제 보낼지 고민하는 일.
프로세스가 공유해도 될 만큼 준비됐는지, 아니면 더 다듬는다는 핑계로 공개를 미루고 있는지 판단하는 일.
그게 바로 디자인옵스(설계 운영)입니다. 생각해 보면, 새삼 놀랄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 밑에는 더 늦게야 알아차린 또 다른 가정이 깔려 있었습니다. 일하는 방식을 한 번 만들면 모든 일에 적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프로젝트에는 여전히 Figma가 필요합니다. 그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AI를 전혀 쓸 필요가 없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때로는 Claude Code보다 Figma Make로 만드는 편이 테스트 가능한 프로토타입에 더 빨리 도달합니다. 이번 시도의 목적은 업무에 맞는 도구를 고르는 판단을 대신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각자가 그 판단을 내릴 때 선택할 수 있는 도구를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두 달을 시범 운영 기간으로 잡았습니다. 지금은 트립어드바이저와 비아터 두 브랜드를 아우르는 공용 스킬 라이브러리가 있습니다. 각 스킬에는 문서가 있고, 버전도 관리하고 있습니다. 디자인팀의 절반이 활발하게 사용하는 프로토타이핑 인프라도 마련됐습니다. 사람들이 외면하지 않고 실제로 찾아보는 공용 문서 공간도 생겼습니다. 팀에는 이 방식을 일상적인 업무 방식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요청했고, 조금씩 그렇게 바뀌고 있습니다.
아직 어느 것도 끝난 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만든 건 개념 검증, 즉 PoC입니다. 실제로 작동하고, 계속 추진할 근거가 될 만큼 충분한 사람이 쓰고 있습니다. 이를 팀 전체의 업무 방식으로 정착시키려면 엔지니어링 시간을 실제로 확보해야 합니다. 이미 과중한 업무를 감당하는 사람들의 선의에만 기댈 수는 없습니다. 다음으로 요청해야 할 지원은 바로 그것입니다. 지난 두 달보다 더 큰 지원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분명한 건 디자인팀이 두 달 전과는 다르게 일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고, AI가 사람의 판단을 대신해 주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이제 프로젝트 브리프를 써야 할 때면 해당 스킬을 찾을 만큼은 달라졌습니다. 3D 일러스트가 필요하면, 그 일을 해주는 프롬프트가 있다는 걸 압니다. 테스트용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싶을 때는 실제 접속 가능한 URL로 배포할 경로가 있습니다. 이전에는 없던 경로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느낍니다. 지금으로서는요. 도구는 바뀔 겁니다. 아마 우리가 계획을 세워 대비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요. 중요한 건 워크플로가 특정 도구 하나에 종속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야 무엇이 Claude Code를 대체하든, 지금까지 만든 기반을 처음부터 다시 구축하지 않고 새 도구를 연결해 쓸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하던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도구보다 실제로 겪는 불편에서 시작하세요.사람들이 쓰는 스킬은 실제로 겪고 있던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쓰이지 않는 스킬은 해결바카라부터 만들어 놓고 거기에 맞는 문제를 찾고 있었습니다.
문서는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모르는 사람을 기준으로 쓰세요.그 문서를 읽는 사람은 이 모든 걸 처음 접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을 위해 써주세요.
공용 저장소는 생각보다 중요합니다.개인 폴더에만 있는 스킬은 가치가 쌓여 커지지 않습니다. 버전을 관리하고, 문서를 갖추고, 조직의 다른 사람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스킬은 다릅니다.
도구를 정착시키는 일은 소통의 문제입니다.아무리 뛰어난 스킬이나 워크플로라도 아무도 모르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알리고, 설명하고, 사용해 봤는지 확인하고, 피드백을 요청하세요. 그리고 이 과정을 반복하세요.
엔지니어링팀의 지원이 필요한 작업은 협의한 것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보고 계획하세요.
누군가 일을 못해서가 아닙니다. 작업 순서를 조율하기 어렵고 우선순위도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 가능성을 처음부터 일정에 반영하세요.
마지막으로, 실제 과정은 링크드인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여곡절이 많습니다.워크숍에서 전면 도입까지 매끈하게 이어지는 과정은 없습니다. 다른 회사의 실행 방식을 통째로 가져다 쓸 수도 없습니다. 쓰는 도구도, 팀의 습관도, 엔지니어링 리소스도 모두 다릅니다. 다른 디자인 조직에서 잘된 방식이 우리 팀에는 그저 일을 더 늘리는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은 팀이 실제로 더 편하게 일할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이미 관리할 것이 많은 팀에 또 하나의 관리 대상을 얹는 게 아닙니다.
답장 없는 슬랙 메시지도 있고, 다시 써야 하는 문서도 있고, 일정이 밀리는 엔지니어링 회의도 있고, 거의 아무도 쓰지 않는 스킬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수고가 충분히 가치 있었다고 느끼는 순간도 있습니다. 배포한 프로토타입으로 사용자 테스트를 진행할 때, 혹은 디자이너가 처음부터 혼자 시작하는 대신 제가 만든 스킬을 꺼내 쓸 때가 그렇습니다.
여러분의 디자인팀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면, 어떤 점을 배우고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무엇이 잘되고 있고, 무엇이 잘되지 않나요? 다시 한다면 무엇을 다르게 해보고 싶으신가요?
원문 출처: https://medium.com/user-experience-design-1/please-dont-stretch-your-app-for-foldables-a62f1f8230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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