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디자이너가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꿨을까?

업무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 AI

by밤톨

*원문을 번역한 글입니다.

*원문은 발행 이후 수정될 수 있으며, 본 번역은 발송 시점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6개월 전만 해도 저는 한 번에 하나의 프로젝트에 집중했습니다. 지금은 브레인스토밍, 시스템 로직, 프로토타입, 티켓, 진행 상황 공유까지 여섯 개 프로젝트를 병렬로 진행하며 며칠 단위로 반복 개선하고 있습니다.

제가 더 똑똑해진 것도, 더 오래 일하기 시작한 것도 아닙니다. 달라진 것은 어디에 주의를 쏟느냐입니다. 나머지는 AI에 맡겼습니다.


AI는 대개 속도를 높이는 도구로 이야기됩니다. 같은 일을 더 빨리 할 수 있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1년 동안 매일 AI를 사용해 본 저는 이런 관점이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변화는 속도가 아닙니다. 규모입니다. 디자이너 한 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바카라임질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바꿉니다.

제가 그런 변화를 겪게 된 과정과, 그 뒤에 있는 실제 워크플로우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변화를 강제한 계기

저는 예전부터 AI와 함께 일한다는 아이디어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작은 로봇 부하들을 잔뜩 거느리고 제 일을 대신 시킨다는 상상은 늘 신났습니다. 그래서 AI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저도 다른 많은 사람처럼 바로 뛰어들었습니다. 챗봇도 써보고, 작은 도구도 만들고, 코딩 실험과 사이드 프로젝트도 해봤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가 배우고, 만들고,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흥미롭게도 한동안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는 일상에서는 같은 정도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물론 몇몇 일은 빨라졌습니다. 하지만 AI로 직접 제품을 만들 때처럼 일하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VR 피트니스 기업 FitXR에 합류했습니다. 제가 일해 본 곳 중 아마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회사일 겁니다. 입사 후 몇 달 동안 실험을 연달아 출시하다 보니 금세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이 속도를 어떻게 따라갈지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한 가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도 AI를 어떻게든 활용할 수 없을까? 일의 일부를 넘길 수 있을까? 더 빨리 할 수 있을까? 결과를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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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AI가 제 워크플로우의 어디에 실제로 들어맞는지 점점 선명하게 알게 됐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도움이 되고, 어떤 곳에서는 그렇지 않은지, 또 어떤 일은 오히려 AI 때문에 느려져 제가 직접 하는 편이 나은지도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불과 6개월 전과도 완전히 다르게 일합니다. 단순히 더 빨라진 것이 아니라, 더 넓은 범위의 일을 합니다. 예전이라면 시도하지 않았을 일까지 맡고, 여러 업무를 하나씩 순서대로 처리하는 대신 동시에 굴립니다.



디자이너의 역할 안에서 AI를 바라보는 방식

아마 T자형 디자이너(T-shaped designer)라는 개념을 알고 계실 겁니다. UX, UI, 리서치, 모션 등 한 영역에서는 깊은 전문성을 갖추고, 다른 영역에서도 필요한 일을 해낼 수 있을 만큼 폭넓은 역량을 갖춘 디자이너를 말합니다. 물론 모든 분야에서 같은 수준이나 속도로 일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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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T자의 가로축을 크게 확장해 줍니다. 제가 상대적으로 능숙하지 않은 분야에서도 훨씬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해줍니다. 전문성의 깊이는 분야와 사람마다 다릅니다. 예를 들어 제 기준, 그리고 제가 제 작업에 기대하는 수준으로 보면 AI는 아직 수준 높은 비주얼 디자인을 그다지 잘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디자인 경험이 많지 않은 개발자가 간단한 랜딩 페이지를 만드는 정도라면 꽤 괜찮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사고방식의 두 번째 축은 디자이너의 일이 실제로 무엇인가에 관한 것입니다. 본질만 남겨 보면 제 역할은 비즈니스, 기술, 제품에 걸친 문제와 연결 관계, 그로 인해 생기는 영향을 이해한 뒤 이 모든 것을 함께 만족시키는 해결바카라을 찾는 것입니다. 실제 업무에서는 뭔가 맞아떨어지는 답을 찾을 때까지 다양한 방향과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계속 반복해서 다듬는 일이 됩니다.


AI를 사용하면 이 반복 과정을 더 빠르게 돌릴 수 있습니다. 저는 AI를 스케치나 페이퍼 프로토타이핑처럼 다룹니다. 결과물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제 생각을 뻔한 답 너머로 밀어붙이는 것이 목적입니다.


여기까지는 조금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 걸 압니다. 이제 실제 업무 사례를 통해 제가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그중 상당수는 그리 멋져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제가 하는 방식입니다.



워크플로우 1: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AI에 넘기기

가장 화려하지 않은 일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제품 관리와 각종 운영 업무입니다. FitXR에는 전통적인 의미의 프로덕트 매니저가 없습니다. 프로젝트와 그에 딸린 일상적인 운영은 해당 프로젝트에서 일하는 IC가 직접 맡습니다. 계획 수립, 의견 조율, 티켓 관리, 진행 상황 공유, 리더십 대상 발표까지 모두 원래 해야 하는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업무에 더해 수행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가능한 한 많은 부분을 자동화하려고 합니다. 이 부분에서 Claude, Skills, 그리고 Slack, Granola, Linear와 연결된 MCP들이 엄청난 가치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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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원격으로 일하는 팀이라 맥락이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Slack 스레드, 스탠드업, 회의 통화 등에 말이죠. Granola가 회의 기록과 노트를 맡아주기 때문에 저는 메모를 하느라 정신을 빼앗기지 않고 대화 자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하나의 Skill이 회의 기록과 Slack 메시지를 훑어보고, 여러 직군과 팀원에 걸친 내용을 정리해 Linear 업데이트 초안을 작성합니다.


다른 Skill은 정보가 서로 어긋나는 문제를 관리합니다. 저희 팀은 Slack에서 결정을 내리고도 그 내용이 Slack 밖으로 전혀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이 Skill은 대화 내용과 Linear 이슈를 대조해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을 표시합니다. 반영되지 않은 범위 변경, 잘못된 상태 값, 결정은 내려졌지만 기록되지 않은 내용 등을 찾아냅니다.


저는 각 제안을 검토한 뒤 승인하거나 건너뜁니다. 몇 분이면 끝납니다. 현재 저는 약 여섯 개 프로젝트에 동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모두 더 큰 하나의 방향 안에 있지만, 각 프로젝트마다 미묘한 차이와 과제, 챙겨야 할 작은 요소들이 있습니다. 몇 달 전이었다면 이 정도 깊이로 관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하나뿐이었을 겁니다.


이 모든 것을 누군가 수작업으로 계속 챙겨야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풀타임 업무가 될 수 있습니다. AI가 프로젝트에 직접 관여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반복적이고 많은 시간이 드는 부분을 덜어줍니다.



워크플로우 2: 뻔한 아이디어를 넘어서는 브레인스토밍

아마 가장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활용 사례 중 하나일 겁니다. 그래도 제가 실제로 어떤 관점에서 AI를 쓰는지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브레인스토밍에 AI를 사용할 때 저는 AI가 정답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AI가 정말 잘하는 일은 뻔하고 단순한, 때로는 심지어 바보 같은 아이디어까지 빠르게 한꺼번에 꺼내놓는 것입니다. 어떤 창작 과정이든 처음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대체로 가장 예상 가능한 것들입니다. 그런 아이디어를 지나쳐야 비로소 더 흥미로운 방향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AI는 이 과정을 앞당겨 줍니다. 덕분에 완전히 빈 페이지에서 시작하지 않고, 생각을 시작할 작은 재료를 손에 쥔 채 출발할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AI를 러버덕처럼 사용합니다. 문제를 소리 내어 설명하다 보면, 말하는 과정에서 어느새 답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합니다. AI도 비슷합니다. 문제와 제약 조건, 맥락을 말로 명확히 정리하는 행위만으로도 생각이 선명해집니다. 거기에 AI가 무언가를 되돌려주면, 그것을 보고 다시 판단하고 반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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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유용한 순간은 정말로 막혔을 때입니다. 이상한 엣지 케이스가 있고 고려해야 할 변수도 많아서 어떤 선택지도 딱 맞는 것 같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하든 트레이드오프가 생기고, 사람은 그런 고민을 반복하다 보면 쉽게 같은 자리에서 맴돌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AI를 이용해 가능한 여러 방향을 빠르게 펼쳐봅니다. 그 답들이 완벽해서가 아닙니다. 선택 가능한 범위를 더 선명하게 보고, 각각의 트레이드오프를 한눈에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개 그 정도면 막힌 상태에서 빠져나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워크플로우 3: 복잡한 시스템 — 원재료를 넣고, 생성하고, 다듬기

이런 상황부터는 AI가 정말 초능력처럼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대량의 데이터와 로직, 서로 얽혀 움직이는 요소들을 한꺼번에 파악하고 이해해야 할 때입니다.

패턴은 이렇습니다.
가공하지 않은 자료를 넣는다 → AI가 구조화된 초안을 만들게 한다 → 사람이 수정하고 다듬는다.


사례: “Checkpoints”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 중 하나는 ‘Spotify Wrapped’와 비슷한 경험이었습니다. 사용자의 통계, 성과, 주요 기록을 정리해 보여주며 특정 이정표에 도달한 순간을 축하하는 기능이었습니다. 특별하면서도 개인화된 경험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아이디어만 놓고 보면 아주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구현 방식과 로직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금세 복잡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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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제품에는 서로 다른 여덟 개의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칼로리나 콤보 점수처럼 일부 데이터는 공통으로 사용하지만, 완전히 다른 지표를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Combat과 Boxing은 펀치 횟수를 기록하고, HIIT, Dance, Zumba는 걸음 수를 기록합니다. 게다가 수집은 하지만 사용자에게 따로 보여주지 않는 데이터도 상당히 많습니다.


개발자에게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 덤프를 받았는데, 이 모든 것을 수작업으로 정리하는 일은… 솔직히 악몽 같았을 겁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AI가 빛을 발합니다. 저는 AI에 다음 자료를 넣었습니다.

프로젝트의 맥락

제가 이루려는 목표

데이터 파일

Figma 디자인 링크

각 화면을 설명하는 메모


그러자 AI가 전체 내용을 구조화해 결과물로 만들어줬습니다. 화면 플로우와 데이터 계층 구조를 정리하고, 데이터 필드와 타입, 참고 사항까지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했습니다. 심지어 하이라이트와 배지의 로직까지 초안으로 정의했습니다. 어떤 배리언트가 존재할 수 있는지,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는지,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지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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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용하고 싶지 않은 데이터가 들어가기도 했고, AI가 잘못 이해하거나 틀린 가정을 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 모든 것을 혼자 하나씩 정리하는 대신, 상당히 탄탄한 출발점을 확보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각 부분을 더 깊게 파고들어 수정하고, 실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다듬으면 됐습니다.


부수적으로 팀과 공유할 수 있는 구조화된 문서도 생겼습니다. 하나의 기준 정보원(source of truth)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문서였습니다. 솔직히 예전 같았으면 일주일 동안 처음부터 직접 만들어 놓고 꽤 뿌듯해했을 만한 결과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꽤 완성도 높은 버전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제가 일할 수 있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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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플로우 4: 화면이 아니라 행동을 프로토타이핑하기

제가 AI의 가치를 가장 크게 느낀 영역은 동적 데이터를 활용하는 경험을 프로토타이핑할 때입니다. ‘만약’이 많이 붙는 모든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사용자가 이렇게 답하면 저것을 보여준다. 이 목표를 선택하면 이 부분을 바꾼다. 이 프로필에 해당하면 이런 인사이트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디자인 작업은 Figma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프로젝트는 화면의 집합이 아니라 분기, 로직, 개인화, 상태 변화로 이루어진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이런 것을 Figma로 프로토타이핑하려면 몹시 고통스럽거나 사실상 불가능할 때도 있습니다.


사례: “Positive Friction”

FitXR에서 처음 맡은 주요 프로젝트는 온보딩 개편이었습니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최대한 빨리 플레이를 시작하게 만드는 데 최적화했다면, 이제는 훨씬 더 개인화된 플로우로 전환하려고 했습니다. 사용자는 여러 섹션으로 나뉜 꽤 긴 질문 목록에 답하게 됩니다. 답변에 따라 진행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인사이트를 보게 되고, 마지막에는 개인화된 하이라이트와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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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거의 모든 부분을 맡았습니다. 질문과 답변, 로직과 분기 구조, 인사이트 화면, 그리고 최종 하이파이 디자인까지 담당했습니다.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FigJam에서 전체 플로우를 그려보고, 일부 답변과 인사이트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Figma에서 작은 프로토타입도 만들어봤습니다. 하지만 거의 바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습니다. 조합도 너무 많았고 조건도 너무 많았으며, 작은 변경 하나가 다른 모든 부분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줬습니다.


그래서 먼저 콘텐츠에 집중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모든 질문과 답변, 분기 로직을 거의 대본처럼 Google Docs에 넣고 그 상태에서 검토해 보자는 방식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드백은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할 만했습니다. 읽는 것 자체가 괴로웠으니까요. 전체 흐름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없었고, 너무 긴지 판단하기도 어려웠으며, 질문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조차 알기 힘들었습니다. 당연히 실제 경험을 테스트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쯤 되자 거의 절박한 마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 제품과 아이디어를 만들 때 이미 AI를 써봤잖아. 그냥 AI로 이걸 프로토타입으로 만들면 안 될까? 그런데 정말 잘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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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비주얼 디자인 단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Figma를 거의 열지 않았습니다. 대신 AI를 이용해 실제 경험을 프로토타이핑하고 반복해서 수정했습니다. 콘텐츠, 질문 순서, 분기 로직, 답변을 보여주는 다양한 방식은 물론 서로 다른 입력 방식까지 실험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전체 플로우를 한꺼번에 수정하며 반복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피드백을 받았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질문을 바꿔주세요.”

“이 섹션을 앞쪽으로 옮겨주세요.”

“이 인사이트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줘 보세요.”

“이 답변의 로직을 수정해주세요.”


이전처럼 기준 문서를 직접 수정한 다음 프로토타입 전체를 다시 손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채팅에 피드백을 입력하면 AI가 전체에 걸쳐 필요한 변경을 적용하도록 도와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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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반복 개선의 속도와 깊이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제 저는 단순히 화면을 프로토타이핑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프로토타이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결국 회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실험 중 하나가 됐습니다. 저에게 이 사례는 AI가 단순히 제 작업 속도를 높인 것 이상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AI가 없었다면 아마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방식으로 일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워크플로우 5: 하이파이 디자인의 경계까지 활용하기

지금까지 다룬 내용은 모두 로직, 시스템, 구조처럼 AI가 가장 강한 영역이었습니다. 세밀하고 실제 제품에 적용할 수준의 UI라면 탄탄한 디자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이상 아직 AI가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직접 실험하면서 정말 기대하게 된 영역이 두 가지 있습니다.


Paper + Cursor/Claude Code

Paper는 캔버스 기반 디자인 도구입니다. Figma와 비슷하지만 독자적인 내부 코드가 아니라 HTML을 기반으로 하며, 처음부터 AI와 MCP 워크플로우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습니다. 아직 알파 단계이고 필수 기능도 빠져 있어 지금 당장 Figma를 대체할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작업하는 무한 캔버스라는 관점에서는 이미 훨씬 앞서 있습니다. 여러 에이전트를 동시에 실행해 레이아웃이나 디자인 방향을 하나씩 시도하는 대신 여러 가지를 병렬로 탐색할 수 있습니다. 잘 작성한 design.md 파일과 함께 사용하면 놀랄 만큼 괜찮은 결과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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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ML 기반이라는 점 덕분에 디자인과 코드 사이의 간극도 거의 사라집니다. 여러 방향을 시각적으로 탐색한 뒤, 선택한 안을 저장소에 바로 구현하라고 AI에 지시하면 됩니다. 작은 실험에서는 Figma 컴포넌트 하나를 Paper에서 다시 만든 뒤 AI를 이용해 곧바로 실제 코드베이스에 반영하기도 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이 이야기는 다시 T자형 역량으로 돌아갑니다. 저는 모션 디자인을 굉장히 높이 평가합니다. 훌륭한 애니메이션은 제품의 느낌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특별히 자연스럽거나 빠르게 작업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닙니다.


모션 작업을 해야 할 때마다 솔직히 조금 겁부터 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적인 프레임 사이의 전환을 머릿속으로 그리는 것도 어렵고, 보기 좋으면서도 조금은 독특한 움직임을 떠올리는 일은 더 어렵습니다. 말 그대로 제 T자에서 세로축에 해당하는 전문 분야가 아닙니다.


최근에는 이 부분에서도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맥락과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키프레임이나 정적인 화면을 전달한 다음, 그 사이의 전환 방식을 제안하거나 직접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모션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분이 보기에는 아주 기본적인 수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 같은 사람에게는 정말 유용합니다. 훨씬 나은 출발점을 만들어주고, 이후에는 제가 직접 개입해 더 정교하게 수정하고 다듬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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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차이는 이제 처음부터 이 작업에 제 모든 주의를 쏟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다른 일을 계속하는 동안 AI가 그 가능성의 일부를 대신 탐색하게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다시 같은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단순히 속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레버리지를 만들고, 더 많은 영역을 동시에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진짜 변화: 제작보다 판단

AI가 사라질 일은 없을 것이고, 발전 속도는 솔직히 조금 놀라울 정도입니다. 저는 이것이 좋다거나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현실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현실 속에서 디자이너의 역할도 변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 자체는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디자인은 언제나 새로운 도구와 플랫폼, 기대에 맞춰 다시 정의되어 왔습니다. AI는 그 이야기의 다음 장일 뿐입니다.


저는 원래 여러 분야를 이것저것 건드려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늘 분명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쓸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 주의력입니다. AI는 제게 그 한계를 움직여 줬습니다. AI가 저를 모든 일에 능숙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취향과 판단력, 문제를 이해하는 능력의 필요성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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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제게 주는 것은 레버리지입니다. 더 빠르게 시작하고, 더 많은 방향을 탐색하고, 더 복잡한 문제를 처리하고, 제가 원래 강하지 않은 분야에서도 일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굴릴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러니 진짜 기회는 AI로 자잘한 업무에서 몇 분씩 아끼는 데 있지 않습니다. AI를 중심에 두고 일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데 있습니다. 어디까지는 우리가 직접 통제할지, 무엇을 위임할지, 막혔을 때 어디에 활용할지, 또 우리의 사고가 더 넓게 뻗어나가도록 어디에서 활용할지를 다시 생각하는 것입니다.


결국 저는 AI가 디자이너라는 역할을 대체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흔히 이야기되는 방식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신 역할의 형태를 바꿉니다. 손으로 직접 만들어내는 일은 줄어들고, 방향을 정하고 판단하며, 완성도를 가려내고, 여러 요소를 연결하는 일이 더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아마 이것이 저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일 겁니다.


AI 덕분에 같은 일을 더 빨리 하게 된 것이 아니라, 예전에는 가능하다고 느끼지 못했던 규모로 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원문 출처: https://medium.com/design-bootcamp/from-1-project-to-6-how-ai-changed-how-i-work-as-a-designer-dcd1a0befe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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