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없이 막걸리 한 잔 하실래요?
집에서 직접 막걸리를 빚어본 분들이라면 아실 겁니다. 발효가 한창일 때 항아리에 귀를 대면 ‘토독, 토독’ 소리가 들리고, 뚜껑을 살짝 열면 맑은 기포가 퐁퐁 올라오는 모습을요. 그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생명의 신비마저 느껴집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저 기포, 이산화탄소(CO₂)잖아?”
순간 멈칫했습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 인류가 줄이지 못해 안달이 난 바로 그 기체입니다. ‘내가 즐겁자고 막걸리를 만들면서 지구 환경을 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시작된 것이죠. 그래서 직접 파헤쳐 보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내뿜는 이 작은 거품이 정말 기후 위기에 ‘지분’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CO₂는 정확히 어떤 원리로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지를요.
먼저 CO₂가 왜 악당 취급을 받는지 그 원리부터 짚어봅시다. 태양에서 온 빛은 지구 표면에 닿아 열(에너지)로 바뀝니다. 지구가 이 열을 다시 우주로 내보내야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대기 중의 온실가스가 이 과정을 방해합니다.
질소나 산소 같은 기체는 열을 그대로 통과시키지만, CO₂ 분자는 다릅니다. 이들은 지구가 내보내는 특정 파장, 즉 적외선을 만나면 격렬하게 진동합니다. 이 진동 에너지가 다시 열로 바뀌어 주변으로 퍼지는데, 그중 일부가 다시 지구 쪽으로 되돌아옵니다. 마치 겨울밤 체온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주는 ‘이불’ 같은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사실 온실효과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만약 이 효과가 전혀 없다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33도나 낮은 영하 18도 정도가 될 것이고,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얼음 행성이 되었을 테니까요. 문제는 이불이 너무 두꺼워졌다는 데 있습니다.
산업혁명 전 대기 중 CO₂ 농도는 약 280ppm이었습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이 수치는 428ppm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불과 150년 만에 약 50% 이상이 급증한 것이죠. 지구가 수만 년에 걸쳐 적응해야 할 변화가 단 100여 년 만에 일어난 ‘속도’가 바로 기후 위기의 본질입니다.
물론 범인은 CO₂만이 아닙니다. 대기 중에는 더 강력한 ‘열 보존 능력’을 가진 기체들이 있죠. 메테인(CH₄)은 소의 트림, 논에서 벼를 키우는 동안, 매립지 등에서 나옵니다. 단기적(20년 기준)으로 보면 CO₂보다 온실효과가 80배 이상 강력합니다. 다만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이 짧고 양이 적어 전체 비중은 CO₂에 밀립니다.
수증기도 의외로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입니다. 인간이 직접 배출하기보다, CO₂가 기온을 높이면 증발량이 늘어나 대기 중에 많아집니다. ‘기온 상승 → 수증기 증가 → 추가 기온 상승’이라는 무서운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죠.
자, 다시 막걸리 항아리 앞으로 돌아와 봅시다. 제 손으로 만든 막걸리에서 나오는 CO₂는 정말 지구를 뜨겁게 하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니요, 괜찮습니다”.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과학적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이 개념을 ‘바이오제닉 탄소 순환(Biogenic Carbon Cycle)’이라고 부릅니다. 막걸리의 원료인 쌀은 불과 몇 달 전 논에서 자라며 광합성을 했습니다. 대기 중에 있던 CO₂를 빨아들여 자신의 몸(탄수화물)을 만든 것이죠. 효모가 이 쌀을 분해해 알코올과 CO₂를 만드는 과정은, 결국 ‘잠시 빌려왔던 탄소를 다시 하늘로 돌려보내는 과정’ 일뿐입니다. 새로운 탄소를 대기에 추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가 밥을 먹고 숨을 쉴 때 CO₂를 내뱉는 것과 똑같습니다. 밥 먹으면서 기후 위기에 죄바카라감을 느끼지 않듯, 막걸리 발효 과정도 자연스러운 생명의 순환 고리 안에 있습니다.
우리가 진짜 경계해야 할 것은 막걸리 거품이 아니라 화석 연료입니다. 석탄이나 석유 속 탄소는 수억 년 전 생물들이 땅속에 갇히며 대기 순환 시스템에서 완전히 격리되었던 것들입니다.
인류는 이 ‘봉인된 탄소’를 꺼내 단기간에 태우고 있습니다. 원래 대기에 없어야 할 탄소가 갑자기 추가되니 이불이 급격히 두꺼워질 수밖에요. 막걸리 거품이 ‘탄소의 여행’이라면, 화석 연료 사용은 ‘탄소의 불법 침입’인 셈입니다.
이제 마음 편히 막걸리 잔을 채우셔도 좋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술 한 잔의 탄소는 자연의 질서 속에 머물러 있으니까요. 탄소의 입장에서 보면 논에서 대기로, 다시 쌀 속으로 들어갔다가 술 항아리를 거쳐 여행을 마친 뒤 고향으로 돌아가는 셈입니다.
물론, 완벽하게 자유로운 건 아닙니다. 막걸리를 담는 유리병을 만들 때, 차에 싣고 마트까지 배달할 때, 그리고 술을 차갑게 보관하는 냉장고를 돌릴 때는 화석 연료가 쓰입니다. 진정한 기후 위기 대응은 발효의 기쁨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의 ‘에너지’를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바꿀지 고민하는 데서 시작되겠지요.
유통과 포장 과정에서의 탄소 발자국 이야기는 더 자세히 다룰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발효 자체의 수학적 원리, 즉 효모가 당을 분해해 CO₂를 만드는 ‘지수 함수의 마법’이 궁금하시다면 이전 포스팅(https://fishingproductfr.com/@galleryd/266)을 참고해 주세요.
오늘 밤, 지구에 대한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자연이 선물한 순환의 맛을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건배!
여러분도 일상 속에서 '이게 혹시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진 않을까?' 하고 멈칫했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막걸리 한 잔의 죄바카라감을 덜어낸 것처럼, 여러분이 가졌던 의외의 궁금증을 댓글로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