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이.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내가 다녔던 국민학교는 역사가 꽤나 깊다. 올해 111 년 되는 학교이다. 아버지와 오빠. 언니 둘. 나 그리고 나의 아들까지 졸업하였다. 봄이 되면 사생대회가 있었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나는 방학숙제에 그림 그리기 있으면 엄마가 살짝 도와주기도 했지만 밖으로 나가서 그림을 그리면 오로지 나 혼자 그려야 했기에 그 시간은 죽을 맛이었다. 그래도 조금 잘하는 게 있다면 백일장에 나가는 거였다. 몇 명의 친구가 뽑혀 강당에 가서 백일장 도전을 하면, 최우수상이나 장원 에 뽑히면 어깨가 으쓱하기도 했다. 가을이 되면 가을운동회가 있었다 . 운 동회가 열리면 마을잔치였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2 천명되는 학생들과 부모님들, 장사꾼들까지 인산인해였고, 엄마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학부모모임이 되며, 서로 자기 자식들의 자랑과 은근한 질투의 눈치들이 오고 갔었다. 남자어른들은 모여 그 자리가 술판으로 이어졌고, 형님. 동생으로 이어지는 뜻깊은 자리이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골골거린 난 운동회가 재미없었 고 , 특히 달리기는 자신 없었다. 뛰었다 하면 꼴찌였다. 어느 해 군대에서 휴가 나온 오빠가 운동회 구경 왔었다. 배가 아프다는 핑계로 달리기를 참석하지 않 은 나였다. 도시락을 사 온 부모님과 오빠가 있는 자리를 찾아서 가니 "니는 달리기 안 하나?" 오빠의 말에 배가 아프다고 하니 , 엄마가 옆에서 "꼴찌 할까 봐 미리 겁먹고 안 뛰 는 기다" 오빠는 웃으며, "다음부터 거꾸로 달리라. 그러면 니 가 1등이다" 고학년이 되면 으레 여자아이들은 부채춤. 남자아이들은 차전놀이였다. 5학년부터 부채춤 을 연습하였고 선배들과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준비 를 하였다. 6학년 때 부채춤 준비하면서 , 예쁘게 화장을 하고 한복을 입으며, 부채에 맞춰 춤을 추었고 중간에서 춤을 추었던 난 학 부모님들 이 나 에게 잘했어 라고 하 는듯하여 뿌듯하기도 했다 . 국민학교 3학년 나의 짝꿍은 민규였다. 항상 1등을 하는 아이였다. 새하얀 피부 를 가진 아이는 시 골아이 같지 않았고, 무엇이든 모범적인 아이였다. 말할 때도 조곤조곤하며, 발표도 곧 잘 하는 아이였다. 짝꿍이었지만 난 그 아이가 불편하였다. 말수가 적었고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아이여서 불편했다. 어느 날 나에게 "너 참 예쁘다. 긴 머리를 매 일 다르게 묶어서 다니네 . 머리카락 한 번만 만져봐도 돼?" 너무 놀란 난 "응 ? 으응" 나의 머리카락을 살짝 만져본 그 아이는 더 이상 나에게 말을 하지 않았고, 가끔 내가 지우개나 칼을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주기도 하였다. 그 아이는 아무 생각 없이 지냈겠지만, 난 그 아이가 계속 신경 이 쓰였고 ,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학년이 올라가도, 다 른 반이 되었어도 , 신경 쓰이는 건 마 찬 가지였다. 11월 달이 되면 고학년들은 체험학습시간이 자주 있었 다. 노동의 시간이었다. 산에 올라가서 난로에 들어갈 솔방울을 따야 했다. 남자아이들은 큰 가마포대 한 자루, 여자아이들은 비닐포대 한 자루. 솔방울 줍거나 따서 포대기에 넣어 선생님께 검 사를 받고 O.K사인을 받아야만 하산을 하였다. 5학년 학교뒷산에서 솔방울을 따는 체험학습 시간이었다. 운동신경이 좋았던 아이들은 일찌감치 한 자루를 만들어 학교로 돌아갔지만, 난 그러지를 못했다. 산에서 떨어진 솔방울을 이리저리 헤매 면서 주웠지만, 가득 차지 못했다. 친구들 몇 명이 보여 그 앞으로 가니 다른 반이었던 민규도 보였다. 민규는 많이 모자란 듯했다. "민규야! 내 거 줄까?" "넌 어떡하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금방 주우면 되겠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민규에게 가득 부어주고 나니 난 반이상의 솔방울을 주 워 야 했다. 솔방울을 줍다가 미끄러져 다리를 다쳤는데 , 민규는 다친 나를 보고 도 아무렇지 않은 듯 선 생님께 솔방울검사만 받고 내려가버리는 걸 보게 되었다. 다른 친구들이 아 픈 나를 발견하여 선생님과 친구들 부축받으며 학교로 돌아왔다. 다친 나를 보고 가버린 민규가 너무 미워, 그 아이와 더 이상 말도 하지 않았고, 복도에서 만나게 되어도 모른 척 지나게 되었다. 그다음 해에도 , 중학교에서도 , 솔방울을 줍는 시간이 있었지만 난 그 시간이 너무 싫었다. 너 그때 내가 다쳤을 때 왜 모른척했니? 다쳤다고 선생님께 한마디만 해 주었더라면 덜 아팠을텐데. 내가 너를 좋은 아이라고 오랫동안 기억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