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과 진화론은 공존할 수 없는가?
오늘날 우린 인류가 생긴 이후로 가장 과학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
내일은 더 과학적이겠지만,
항상 우리가 마주하는 현재가 가장 과학적이다.
과학으로 증명되면 곧 그건 진리라는 훈장을 달고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다.
하지만,
과거의 과학적 진리가 현재 뒤집어진 것들이 많다.
뉴턴은 시간과 공간이 모든 관찰자에게 동일하게 흐른다고 보았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시간과 공간은 관찰자의 운동 상태와 중력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고 뉴턴이 다 틀린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속도와 약한 중력에서는 지금도 매우 정확하다.
천동설을 신봉했던 과거에는 지동설을 주장하는 사람을 신의 이름으로 처단하기도 하였다.
20세기 중반에는 우주가 팽창하더라도 평균적인 모습은 영원히 동일하다는 정상상태 우주론도 경쟁력 있는 이론이었다. 이후 우주배경복사 등의 관측 증거가 축적되면서 현재의 빅뱅 우주론이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위궤양은 주로 스트레스와 생활습관 때문이라는 생각은 한때 매우 일반적인 의학적 설명이었다.
그런데 Barry Marshall과 Robin Warren의 연구를 통해 Helicobacter pylori와 위궤양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기존 설명이 크게 바뀌었다.
당시 과학이 틀렸다라기보다, 당시 이용할 수 있었던 증거와 관측 범위 안에서 가장 좋은 설명이었는데 더 좋은 설명이 등장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현재의 진리가 미래에 바뀔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미래에 바뀔 수 있다고 해서 현재의 과학을 믿지 않을 이유는 없다.
과학자들도 과학이 절대적인 진리라 말하지 않는다.
과학은 자기가 틀릴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것이 과학의 강점이다.
그런데 과학으로 설명하면 무조건 진리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문제이다.
과학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 진리에 점점 가까워지기 위해 오류를 제거해 가는 방법이다.
이미 형성되어있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생물에 대해 접근하면 진화론은 창조론과 충돌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실제로 이 둘을 적으로 간주하고 싸우는 사람들도 있다.
난, 이 둘은 함께 가는 동반자라고 본다.
창조가 어느 한 순간에 완성된 사건이 아니라, 처음부터 변화하고 발전하도록 세계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면 어떨까?
창조는 이미 완성된 과거의 얘기가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까지 이어져있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진화론은 주로 생명체가 세대를 거치면서 어떻게 변화하고 다양해졌는가?를 묻는다
반면 창조론은 종교적·형이상학적으로
왜 이 세계와 생명이 존재하는가?
궁극적인 근원은 무엇인가?
세계의 존재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실제로 기독교 내부에서도 진화와 신앙을 조화시키려는 입장들이 존재한다.
보통 창조는 과거 어느 시점에 하나님이 세계를 만들어 놓았다 라고 생각한다. 성경에 그렇게 써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누구도 창조과정을 보지 못했다.
성경의 기록은 전승되는 설화를 써놓은 것 뿐이다.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창조는 일순간에 이루어진 사건이 아니라
세계가 변화하고 새로운 것이 나타나는 과정 자체가 창조다.
예를 들어 우주가 계속 변화하고,
별이 태어나고 죽고,
원소가 만들어지고,
행성이 형성되고,
생명이 나타나고,
생명체가 진화하고,
인간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인간이 다시 새로운 생명과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까지—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창조 과정이다.
창조는 완성된 사건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물론,
이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과학도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진화론만으로 증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둘은 질문의 층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진화론과 창조론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할 이유는 없다.
과학적 진화론을 부정하는 창조론자와, 창조를 부정하는 진화론자는 극단론적 사고가 아닌가 싶다.
만약 인간이 새로운 생명, 새로운 기술과 문명을 만들어낸다면 이것 역시 창조 과정의 일부라 생각한다.
이러한 능력이 주어진 것도 창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