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일기 79
안다. 치료 목적의 의약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건강 보조 식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TV 홈쇼핑 쇼호스트의 말에 지금 민수 씨는 빠져들고 있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합니다. 이는 혈중 지질 및 혈행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아시잖아요. 나이가 들수록 어떻다? 고지혈증 다 온다. 게다가 오메가 3, 항산화에도 도움이 되죠.”
“맞아요. 유해 산소죠. 항산화는 이런 유해 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해 주죠. 유해 산소는 사람을 늙게 만들죠. 늙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2명의 쇼호스트, 티키타카처럼 주거니 받거니 청산유수다.
“간편하게 하루 한 알이면 됩니다.”
“바쁜 세상이죠. 하루 한 알로 혈행 개선, 항산화, 게다가 비타민 D까지. 일석 삼조. 오늘 최저가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전화 주세요. 모바일 주문은 더 빠릅니다. 하루 한 알, 300원이면 충분합니다.”
“300원이면 요즘 살 게 없어요. 시장에 가면 호떡도 한 장에 1,000원. 공깃밥도 이제 2,000원으로 올랐죠. 그런데 하루에 단돈 300원입니다. 오메가 3.”
300원이라면 까짓것. 민수 씨 핸드폰으로 쑥 결제한다. 사실 이렇게 결제한 게 오메가 3 말고도 찬장 속에 이미 수북하다. 아직 다 먹지 못한 카무트 효소며, 언제 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유산균도 몇 통 남았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유기농레몬즙은 햇빛 본 지 오래다. 상큼한 비타민 C가 온몸 가득 채워져 몸이 가벼워진다는 느낌까지 줬던, 그래서 처음 한 달 동안 하루도 잊지 않고 부지런히 먹었던 바로 그 레몬즙 아니었던가.
아내는 이런 민수 씨를 보고 한마디 한다.
“차라리 야밤에 치킨 한 마리를 먹지 말아유.”
틀린 말이 아니다. 늦은 밤, 입이 심심하단 이유로 배달시킨 치킨 한 마리, 피자 한 판, 또는 라면 한 그릇의 유혹만 견딘다면 다 필요 없는 것들일지 모른다. 그런데 그게 생각대로만 되지 않는다. 분명 야근 끝나면 집에 가서 얼른 씻고 바로 자야지, 각오했었다. 그런데 웬걸, 집에 도착하면 이상하게 입이 심심하고, 고프지도 않았던 배가 요동친다.
냉장고부터 열어본다. 없다.
찬장을 뒤진다. 있다. 라면.
냄비에 물 올린다. 양파 썬다. 계란 챙긴다. 전기레인지 앞에서 팔팔 끓는 라면을 바라보는 마음이 풍족하다.
다음 날, 퉁퉁 분 얼굴로 민수 씨는 TV 홈쇼핑을 보고 있다. 이번엔 코엔자임이다. 혈압에 좋단다. 민수 씨, 라면 먹은 죄바카라감이 조금 덜어진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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