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AI 이야기를 듣다 보면 조금 조급해져요. 하네스 엔지니어링, 코워크, 에이전트. 다들 뭔가를 굉장히 잘 쓰고 있는 것 같거든요. 새로운 용어가 매주 나오고 그걸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들의 글이 타임라인을 채워요.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 AI를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느껴봤을 거예요.
그런데 얼마 전 제 작업 폴더를 열어보다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이 프로젝트 하나에만 문서와 산출물이 80건 가까이 쌓여 있더라고요. 화려한 최신 기법을 쫓아다닌 결과는 아니었어요. 그냥 제 방식대로 꾸준히 쌓인 것들이었죠.
오늘은 저는 이렇게 쓰고 있다는 나만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제 사용법은 화려하진 않아요. 크게 세 갈래예요.
하나는 대화형이에요. 초안을 잡거나 생각을 정리할 때 그냥 묻고 답해요. 가장 흔한 방식이고 이건 다들 하는 거죠.
둘은 코워크예요. 지금 제 작업의 가장 큰 비중이 여기예요. 시장 리서치나 타당성 분석, 보고서 초안처럼 여러 단계를 거치는 일이 있잖아요. 이런 건 "지시하고, 알아서 수행하게 하고, 마지막에 검토하는" 흐름으로 맡겨요.
셋은 스킬이에요. 반복되는 판단은 매번 설명하지 않고 규칙으로 고정해 둬요.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절차나 경력을 정리하는 방식처럼 자주 하는 일은 한 번 규칙으로 만들어두고 계속 불러 써요.
특별한 건 아니에요. 다만 이걸 그때그때 즉흥으로 하지 않고 하나의 방식으로 묶어뒀다는 게 조금 다를 수는 있어요.
도구만큼 중요한 게 묻는 방식이더라고요. 저는 처음부터 좁게 묻지 않아요. "이거 정리할 방법이 있을까" 정도로 넓게 던지고, 답을 보면서 범위와 방향을 좁혀가요.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시키는 게 아니라 같이 좁혀가는 쪽에 가까워요.
대신 큰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두 가지는 꼭 못 박아요. 이게 어떤 종류의 일인지, 그리고 누구에게 보여줄 건지. 새로 조사할 일인지 있는 걸 정리할 일인지, 경영진에게 갈 건지 실무에 갈 건지를 먼저 정해요. 이걸 안 정하면 AI는 자꾸 편한 길로 새거든요.
가장 신경 쓰는 건 사실과 추론을 섞지 않는 거예요. AI가 "이건 확인된 겁니다"처럼 말해도, 실제로 확인된 건지 추측인지 확인이 필요한 건지 구분하게 해요. 제 자료조차 그래요. 제가 만든 기획 문서도 확정이 아니라 아직 검증할 가설로 두고요. 읽기엔 매끄러운데 쓰기엔 위험한 결과를 피하려고 해요.
제가 가장 공을 들인 건 이 부분이에요. AI를 매번 새로 지시하는 도구가 아니라, 제 일하는 방식을 담아둔 운영체제처럼 만드는 것이요.
한동안 프롬프트를 정교하게 쓰는 데 매달렸어요. 그런데 프롬프트는 매번 다시 써야 하는 일회용이더라고요. 진짜 필요한 건 매번 지시하지 않아도 AI가 일관되게 따르는 기준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일하는 방식 자체를 문서로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운영 지침을 파일로 만들고, 버전을 매기고, 어떤 결정을 왜 내렸는지 이력까지 남겨요. 규칙이 쌓이면서 이건 지침서라기보다 제 판단을 대신 기억해 주는 장치에 가까워졌어요.
여기엔 몇 가지 규율이 박혀 있어요. 방금 말한 사실과 추론의 구분도 그중 하나예요. 모든 숫자에는 검증 상태를 표시하고, 라벨 없는 숫자는 산출물에 넣지 않아요. 과장이나 단정 같은 표현은 걸러내고, "될 때까지"처럼 끝이 없는 지시는 아예 금지어예요. 검증도 무한히 하지 않아요. 몇 번까지만 확인하고, 마지막에 판단이 갈린 지점만 제가 결정해요.
그렇게 아이템을 발굴하고, 검증하고, 리서치하고, 기획과 화면까지 만드는 전 과정을 이 방식 위에 올려요. AI가 규칙대로 수행하고 저는 방향을 정하고 갈린 결정만 판단해요. 만드는 사람에서 결정하는 사람으로 자리가 옮겨간 셈이에요.
솔직히 이게 정답인지는 모르겠어요. 남들이 쓰는 최신 에이전트 기법을 저는 아직 다 따라가지 못해요. 이 방식이 남들보다 느린 길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한 가지는 확실해요. 매주 산출물이 나오고 있어요. 리서치가 정리되고, 보고서가 완성되고,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져요. 화려하진 않아도 일은 잘 진행되고 성과로 연결되고 있어요.
모두를 쫓아갈 필요는 없더라고요. 새 기법이 나올 때마다 조급해지기보다 내 일하는 방식이 분명한지를 먼저 봐요. AI에게 맡기려고 규칙을 적다 보면 정작 제 판단 기준이 얼마나 모호했는지가 드러나거든요. AI를 잘 이용한다는 건, 결국 제 일을 AI가 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일이었어요.
가장 앞선 도구를 손에 쥐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도구가 따를 나만의 방식이 있는가였어요. 성능은 계속 좋아져요. 하지만 그 성능을 내 결과로 바꾸는 건 여전히 내가 만든 구조예요.
여러분은 AI에게 어떤 방식을 건네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