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편지 공개하며 아들자랑하기

아들을 위한 생일선물

by언제라도봄

강아,


우리 강이는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운동도 좋아하고,

성실히 공부하지만 열심히 놀 줄도 알고,

과학에 푹 빠져있다가도 역사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고,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동물도 좋아하고,

또래 친구들과도 두루두루 잘 어울리면서도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께도 세상 살갑지.

어디가서든 둥글둥글 어울리면서도

줏대 없이 휘둘리지 않고,

다정하지만 나약하지 않고,

불의에는 분노하고 작은 것에 감동할 줄도 알고.

에너지를 발산할 줄도 알고

필요한 때는 차분히 마음을 모을 줄도 알지.


강이를 보면 "well-balanced"라는 말이

너 같은 아이에게 쓰는 말이구나 싶어.

너보다 공부를 잘하거나 축구를 잘하는 아이는 많겠지만

너처럼 균형 잡힌, 조화로운 아이가 또 있을까?

그래서 자주 생각해.

"엄마한테 과분한 아이가 와주었구나"라고.


엄마는 강이가 학교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거나

축구를 제일 잘하는 아이이길 바라진 않아.

대신 제일 많이 웃는 아이이면 좋겠어.

오늘 행복하면 내일도 행복할 수 있고, 어제도 행복해지는 거거든.


엄마도 네 덕분에 더 따뜻해지고 더 성실해지고 더 건강해지고 있어.

무엇보다 더 행복해지고 있어.

지금처럼 너답게 너다움을 간직하면서

호기심도 다정함도 성실함도 잃지 말고

많이 웃고 많이 배우고 많이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가길 기도할게.


태어나줘서 고맙고,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더 고마워.


2026 너의 생일날.

사랑해. 엄마가.



오해 방지차원에서 미리 말해두자면

위 내용들에는 상당히 미화와 과장이 섞여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많은 점에서 아이에게 감사하지만

그게 세상 기준에 자랑거리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어요.

"남보기에 잘난"아이는 아니에요.

엄청 대단하지도, 그렇다고 속을 썩이지도 않는 그런 평범한 아이예요.

어제 생일이었는데 시험기간이라

예민해져 있길래 기분 풀어주려 아부차원에서

생일 편지를 써보았어요.

(그러니 자랑이라고 배 아파하지 마셔요. )


물론 과장 없는 진심도 한두 스푼 있습니다.

전 아이 생기부에 "교실에서 제일 많이 웃는 아이다."라는

말이 적히면 정말 행복할 거 같거든요.

그리고,

저희 아이의 진짜 큰 장점은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정말 잘해요.

저도 다시 돌아가 할머니할아버지한테

이렇게 할 걸 싶어요.

그게 할머니할아버지 보다도 엄마아빠한테 큰 효도였다는 걸

이 녀석이 하는 거 보고 깨달았어요.

아이의 외가(친정)는 일산인데 중딩때는 시험 끝나면

친구들 몇 데리고 일산에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 밥 사주세요!라고 해요.

가서 밥 얻어먹고 호수공원서 잡기놀이하고 오고요.

고딩되니 그리는 못하지만 시험 끝난 주말

토욜 저녁에 혼자 외가로 가서 저녁 얻어먹고

할머니 할아버지랑 티브이보고 뒹굴거리다가 자고

일욜 아침 할머니표 수제비 얻어먹고 귀가.

친정엄마아빠가 정말 행복해하셨어요.

첫 손주인데 손주들 중 제일 살갑거든요.

먼 시골인 친가(시댁)에도 잘해요.

더 나이 드시기 전에 자주 찾아봬야 한다고 하면서

방학에 모든 여행지 접고 시골 가자고...


암튼, 혹여 대단하고 완벽한 아이라고 오해하실까 봐

미리 주절주절 적어놓습니다.

제가 심하게 기준과 기대가 낮은 점도

미리 말씀드려 놓고요.


혹 고딩이들 자녀가 생일이라면 이런 아부 편지 한번 꼭 써보세요. 힘을 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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