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이 좋아졌다

100년 콘텐츠 팩토리의 청사진을 엿본 하루

by유진

누군가는 "이제 사람들은 바카라을 읽지 않는다"라며 출판계의 지독한 불황을 단조롭게 말한다.
하지만 성북동의 커뮤니케이션북스는 달랐다. 30명이 넘는 직원이 함께하며 매년 정직하게 이익을 내는 견고한 기업으로 성장해 가고 있었다.


대량 인쇄와 일시적인 베스트셀러의 신화에 목매는 대신, 독보적인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하여 대체 불가능한 영토를 개척해 낸 컴북스의 행보는 1인 지능 기업을 운영하는 나에게 큰 울림이었다.


오늘은 『AI와 라이프 아크』를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해 준 출판사의 편집주간님 초대로 성북동을 찾아갔다. 골목 안쪽에 단정하게 자리 잡은 사옥의 겉모습은 차분한 주택가의 풍경을 품고 있었지만, 2017년에 새로 세워졌다는 출입문을 밀고 들어서는 순간 지난 33년 동안 축적된 깊고 방대한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8개 층의 수직 공간, 거대한 '원스톱 콘텐츠 팩토리'

지하부터 꼭대기까지 촘촘하게 이어진 8개 층의 수직 공간. 그곳은 단순한 출판 사무실이 아니었다.

한 권의 텍스트가 기획되어 태어나고, 활자로 인쇄되며, 배우의 목소리를 입어 생생한 오디오북으로 완성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한 건물 안에서 품어내는 거대한 '원스톱 콘텐츠 팩토리' 그 자체였다. 이름만 듣고 남성일 것이라 지레 짐작했던 전정욱 편집주간님은 뜻밖에도 명민하면서도 다정한 눈빛을 지닌 지성 깊은 여성분이셨다.


인근 중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탕수육과 양장피를 앞에 두고 나눈 대화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1인 기업가이자 기획자로서의 심장을 뜨겁게 뛰게 만드는 영감의 연속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갑자기 쏟아진 여름 소나기에 주간님은 아끼시던 우산을 흔쾌히 내어주셨다. 빌려온 우산 한 자루 덕분에, 우산을 돌려드리며 다시 뵐 수 있는 기분 좋은 명분이 생겼다.


출 콘크리트 벽면에 새겨진 예술가들의 숨결

식사 후 전정욱 주간님의 안내로 사옥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사옥은 인상적인 공간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길, 노출 콘크리트 벽면에는 오디오북 녹음 부스를 거쳐 간 수많은 예술가의 친필 사인이 빼곡하게 박혀 있었다. 유준상, 양손프로젝트, 강말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숨결과 목소리가 활자로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다.


계단 참을 환하게 밝히는 다채로운 액자들과, 조용히 텍스트를 다듬는 편집자들의 몰입된 데스크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기획에서 텍스트로, 텍스트에서 목소리로, 그리고 다시 공간과 영상으로 뻗어나가는 그 유기적인 생태계를 바라보며 부러움과 함께 마음 깊은 곳에서 불꽃이 일렁였다.


1인 출판사의 한계를 넘는 유통의 가교

이날 우리는 단순한 저자와 출판사의 관계를 넘어선 비즈니스적 시너지도 깊이 있게 논의했다.

1인 출판사인 아크아이피(ARC IP)의 도서라도 컴북스의 탄탄한 유통망을 통해 시니어와 저시력자를 위한 '큰 글자바카라' 유통 대행을 연계해 줄 수 있다는 감사한 제안을 받았다. 무형의 서사를 다양한 포맷으로 확장하려는 아크아이피의 OSMU(One Source Multi Use) 방향성과 정확히 맞닿아 있는 뜻깊은 대목이었다.

머릿속에 어렴풋이 스케치해 두었던 아크아이피의 100년 로드맵—텍스트를 넘어 오디오북과 다변화된 지식재산(IP)으로 확장하는 지능형 콘텐츠 팩토리의 미래가 손에 잡힐 듯 선명해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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