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속삭이는 숲 깊은 곳에는 헤이즐이라는 작은 고슴도치가 살고 있었습니다.
헤이즐은 다른 고슴도치들과 조금 달랐습니다.
그의 가시는 무지개처럼 여러 가지 색으로 반짝였습니다.
어떤 가시는 아침 햇살처럼 따뜻했고,
어떤 가시는 가을 단풍처럼 반짝였습니다.
헤이즐이 숲길을 걸으면 친구들은 모두 미소를 지었습니다.
"정말 예쁜 색이야!"
"네가 지나가면 숲이 더 환해져."
헤이즐은 그런 말을 듣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자신의 가시를 정성껏 닦으며 반짝이게 만들었습니다.
어느 가을날,
거센 바람이 숲을 휩쓸었습니다.
나뭇잎이 하늘을 날았고,
나무들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헤이즐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
헤이즐은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무지갯빛 가시가 모두 사라지고,
회색빛 가시만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헤이즐은 눈을 비볐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햇살까지 잃어버린 것처럼 마음이 텅 빈 기분이 들었습니다.
부끄러웠던 헤이즐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토끼와 놀지도 않았고,
다람쥐의 도토리 모으는 일을 도와주지도 않았으며,
생쥐들과 숨바꼭질도 하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숲은 예전보다 조용해졌습니다.
토끼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헤이즐, 괜찮아?"
"조금 피곤해."
헤이즐은 작게 대답했습니다.
다음 날에는 다람쥐가 헤이즐이 좋아하는 버섯을 가져왔습니다.
"같이 점심 먹자."
"오늘은 나가기 싫어."
헤이즐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파랑새는 창밖에서 노래를 불렀고,
여우는 문 앞에 산딸기를 놓고 갔으며,
개구리는 연못에서 우스꽝스러운 노래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헤이즐은 여전히 숨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숲에는 짙은 안개가 내려앉았습니다.
아기 토끼는 반딧불이를 따라가다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도와주세요!"
아기 토끼는 울먹였지만,
안개는 작은 목소리마저 삼켜 버렸습니다.
헤이즐은 굴속에서 희미한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는 망설일 틈도 없이 밖으로 뛰어나왔습니다.
회색이 된 가시는 안개 속에서 나무와 하나가 된 듯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헤이즐은 조용히 숲을 살피며 천천히 걸었습니다.
마침내 고사리 잎 아래에서 떨고 있는 아기 토끼를 발견했습니다.
"여기 있었구나."
헤이즐이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아기 토끼는 헤이즐을 꼭 안았습니다.
"헤이즐이라면 꼭 찾아줄 줄 알았어."
헤이즐은 아기 토끼의 손을 잡고 숲의 넓은 공터까지 무사히 데려왔습니다.
걱정하던 친구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토끼는 활짝 웃었고,
다람쥐는 헤이즐을 꼭 안았습니다.
파랑새는 그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고,
여우도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때 아기 토끼가 말했습니다.
"난 예쁜 색이 필요한 게 아니었어."
"헤이즐이 필요했던 거야."
숲은 잠시 조용해졌습니다.
헤이즐은 친구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친구들은 더 이상 그의 가시 색을 보고 웃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친절한 마음,
늘 함께해 주는 따뜻함,
그것이 친구들이 사랑하는 헤이즐의 모습이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친구들이 안아 준 자리마다
작은 색들이 하나둘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따뜻한 금빛.
싱그러운 초록빛.
맑은 하늘빛.
포옹이 하나 늘어날 때마다
헤이즐의 가시는 조금씩 다시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헤이즐은 환하게 웃었습니다.
"내 색은 사라진 게 아니었구나."
"우리의 우정 속에서 다시 피어나고 있었던 거야."
그날 이후,
헤이즐은 더 이상 매일 가시를 닦지 않았습니다.
대신 친구들과 함께 웃고,
돕고,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의 가시는
예전보다 더욱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