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은 소도시에서 인근 대도시로 이사를 나왔다. 조금은 갑작스러운 이사였기에 기존집을 처분하지 못했다. 우리가 살던 집은지리산 자락 숲속마을에 있는 아담한전원주택이었다. 그 집으로 말할 것 같으면 눈물 콧물 쏙 뽑아내며 내 손으로 직접 지은 세상에서단 하나밖에 없는 소위표 전원주택이다. 지붕에 얹은 기와의 색상하나도 몇 날 며칠 고심하고 탐방 조사까지 마친후에야고른 것이었다. 나는 많이 튀지 않으면서도 흔하지 않은 색감의프랑스산기와를 선택했다.기와뿐이겠는가? 벽돌 한 개. 타일 한 장, 수전 하나까지 나의 선택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그 어느 것도 없었다.짓는동안엔건축업자 때문에마음고생을했고 다 짓고나서는 쓸데없는 소송에휘말려 2년이나고통받아야했다.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나는 그 집이 마냥좋았다. 내 자식처럼소중하고 특별하게느껴졌기 때문이었다.
4년을 살고 이사 나오면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귀한 집을 매매로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갚아야 할 대출도 있었고 세컨드 주택을지니고 살 만큼경제적으로 여유롭지도않았다. 올 3월에내놓았지만 지금까지 이 집의 임자는 도대체어디에 있는지감감무소식이었다. 이따금부동산에 전화를 걸어보면 다들 앓는 소리가 심했다. 시내 아파트 거래도안되고있을 뿐만 아니라전원주택을 찾는 사람은 씨가 말랐다면서 비관적인 이야기들만 늘어놓았다. 부동산 불황은대도시보다 시골 소도시에 더 심각한 타격을 준 듯했다.
그래도 나와 남편은 우리 집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반드시 맘에 들어할 거라는 확신. 우리 집은 정말어디에내놔도자랑스러울만큼 예쁘고 살기도 좋으니까.그런데 오늘 드디어 임자가 될지도 모르는 분이 나타났다. 부동산사장님말론 교수라고 하는 분이 우리 집을 보더니 마음에 쏙 든다고 했단다. 자식을 시집, 장가보내는 마음처럼 뿌듯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내 자식 예쁘고 좋다하는 사람 있으면 조금 손해 보더라도원하는 분께 드려야지 하는 마음이있던 차였다. 그런데 세상에나 가격을 깎아도 너무 깎는게 아닌가. 우린 급매여서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값을 내렸다. 호황기 시세에 비하면 현재는 6천만 원 정도싸게내놓은상태였다. 근데 거기서 2천만 원을 더 깎아달라고 했다. 심하긴 하다.그래도 우리 집이 좋다 하니 나는 그분에게 왠지마음이 갔다.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곳을 알아봐 주고 관심가져주니그저기쁘고 고마웠다.
불황으로아파트도 잘 안 팔리는 요즘 시국에 전원주택 매매는 언감생심이다. 그러니 흥정은 조금만 하기로 결심했다. 되도록 그분에게 팔겠다고 부동산에전화를했다. 내일이면 최종 결정을해서 연락을 주겠다 한다. 정말로 그분이 살까? 왠지 모르게 설레면서도 집과 영원히헤어지게 된다는생각을 하니 한편으론 아쉽기도 하다. 집안의 여러 공간들이 자꾸만 눈에 꾹꾹 밟힌다. 아,맘이왜 이렇게 이상하지. 정신 차리자. 현실을 직시하건대 집은 팔려야만 한다. 우리 가정 경제에 조금이나마숨통이 트이려면 그래야만 한다. 왠지 이 밤 집이 팔린다는 상상만으로도 잠이 잘 오질 않는다.팔리면좋은마음과 팔리면 아쉬운 마음이 어지럽게 뒤섞여 가슴이 벌렁거린다. 그래, 이왕 팔릴 거라면그 집을 소중히 아껴주고 가꿔 줄 사람에게 팔리길 빌자.그 집에서아주아주 행복하게 살 사람말이다.
아니, 아니다. 감상적인 나의 배부른 소망이다. 그냥 제발 팔리기만이라도 해라.내 코가 석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