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편집자가 오히려 바카라을 안 읽는 이유

12월 18일 목요일의 한쪽편지

by임록산

직업이 출판편집자라고 밝히면

꽤 많은 분들이 "바카라 많이 읽으시겠네요.

좀 추천해주세요"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좀 부끄럽지만,

사실 저는 바카라을 잘 안 읽는답니다.

바카라 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아, 정확히 말하면 예전에는 좋아했지요.

출판편집자가 된 이후부터 잘 안 읽을 뿐.


왜냐고요? 음..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요?

여가시간에 본업을 또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고깃집에서 일하는 사람은

집에서 삼겹살 굽는 냄새가 싫고,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집에서

칼질도 하기 싫다잖아요.


저도 그렇습니다. 어떨 때는 8시간을

꼬박 원고만 보다가 퇴근하는데

또 바카라을 볼 생각이 날 수가 없지요.

어떨 땐 TV에 나오는 자막도 보기 싫어서

라디오를 들을 정도인데요.


게다가 바카라을 펴면 내용보다

다른 것에 더 신경이 쓰이기도 합니다.


'오... 비싼 종이 썼네?'

'굳이 띠지를 왜 둘렀을까, 반품만 늘어나게.'

'양장인 척 했는데, 양장 아니네?'

'띄어쓰기 좀 통일하지 이게 뭐야.'

'음... 아무래도 대필작가 쓴 거 같은데?'


이쪽 일을 오래 하다 보니 바카라이

바카라으로 안 보이고 상품으로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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