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 폭력과 그레이트 아티스트
나 같지 않은 타인. 거짓말한다. 무시한다. 속이 시커멓다. 가르치려 든다. 뺏어간다. 인정하지 않는다. 상처를 건드린다. 사과하지 않는다. 멋대로 재고 비난한다. 내 시간을 뺏는다. 매너가 꽝이다. 배신한다, 괜한 오지랖으로 괴롭힌다. 기분 나쁜 눈매다…. 내 마음 같지 않은 타인은 온갖 악의 근원이다. 하루는 고단하니 타인의 혐의는 무한하다. 그 혐의를 이렇게 정리한 이도 있다.
그들과 다투면 다툴수록 그들은 계속해서 궤변을 늘어놓았다. 처음에 그들은 상대의 우둔함을 이용하지만, 이미 달아날 길을 발견할 수 없게 되면 간단히 자신을 바보로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도 소용없고, 어떤 주제에 있어 더 이상 맞받아치기 힘들어지면 그들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는 체하거나 다른 주제로 바꾸거나 포기하거나 뻔한 말을 한다. 그것이 받아들여지자마자 다시 본질적으로 다른 재료를 끌어들이는데, 또다시 꼬리가 잡히면 대화를 피하며 자세한 것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한다.
분통 터진다. 내 스타일 아닌 상대가 대개 그렇다. 위 인용문은 젊은 시절 아돌프 히틀러가 유대인을 평한 말이다.(『나의 투쟁(1936판)』, 황성모 역, 동서문화사, 190~191p.)
다른 국민과 다른 국가의 몸속에 사는 기생충으로서 유대인 생활에는 확실히 어떤 특성이 있다. (…) 유대인은 생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며, 또한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생존을 위해 북유럽인이 따뜻한 옷차림을 강요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437p)
히틀러가 별 볼 일 없이 살 때는 별 도리 없으니 유대인을 인정하고 말았다. 굳이 인정하지 않아도 될 힘을 가졌을 때 이렇게 마음먹었다.
영원한 자연은 그 순리를 거스르는 행위를 가차 없이 처벌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날 전능한 조물주의 정신에 따라 행동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유대인을 막아 주님의 일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193p)
히틀러에게 남 모르는 유대인 피가 섞였다는 게 대체적 견해다. 이 정치적 관종은 부끄러웠다. 대중의 감정을 이용하기로 맘먹었다. 대체로 부유했던 유대인을 향한 적대 감정과, 1차대전 후 궁핍해진 독일 민족의 생계를 향한 공감이라는 동전의 앞뒷면이었다. 곧바로 ‘주님의 일’을 행했다.
'신성한 폭력'이 악당만의 몫은 아니었다. 1945년 8월 9일 평온한 점심. 3대의 미군 B-29 폭격기 편대가 일본 나가사키 상공에 나타났다. 원자폭탄 ‘팻 맨’을 투하했다. 조종사 중 한 명이 투하 경험담을 《뉴욕타임즈》에 남겼다.
자줏빛 불기둥은 우리와 같은 고도까지 올라와 있었다. 겨우 45초가 지난 때였다. 혜성이 외계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솟아오르는 것 같은 그 광경, 흰 구름을 뚫고 하늘로 올라갈수록 더욱 기세가 맹렬해지는 그 광경을 우리는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것은 생명체였다. 경이에 사로잡힌 우리의 눈앞에 태어나고 있는 새로운 종의 생명체였다. (…)
첫 번째 버섯은 창공 속으로 떠올라가면서 꽃 모양으로 변했다. 아래쪽으로 구부러져 나오는 거대한 꽃잎의 바깥 면은 유백색이었고 안쪽 면은 장밋빛이었다. 우리가 2,00마일 거리에서 마지막으로 바라볼 때까지 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러 색깔로 끓어오르는 기둥 역시 그 거리에서 보였다. 무지개를 반죽해 놓은 거대한 산이 출산의 고통을 겪고 있는 모습 같았다.
(John Carry (편), 『역사의 원전 : 역사의 목격자들이 직접 쓴 2500년 현장의 기록들』, 김기협 역, 바다, 777 ~ 778p)
저 나가사키 원폭 투하 3일 전. 히로시마에 최초의 원폭 ‘리틀보이’가 투하됐다. 폭발 찰나 히로시마 민간인 5만 명을 녹이고 여의도 2배를 지웠다. 열광과 경악이 온누리에 넘쳤다. 인구 16만이 줄었다. 그 와중에 나가사키로 날아간 상황이었다.
“군목의 감동적인 기도로 브리핑을 마무리”하고 이륙했던 조종사들. 나가사키 상공으로 솟은 팻 맨의 버섯구름을 보며 감동했다. ‘새로운 생명체의 탄생, 출산의 고통, 우윳빛 꽃잎, 장밋빛 꽃잎, 그리고 무지개의 경이로움’에 넋을 잃었다. 당시 편대장이 B-29 동체에 그려 넣은 애칭은 Great Artist였다.
같은 공감에 보내는 무한한 신뢰. 다른 공감을 대하는 무한한 외면...
흠... 분위기 봐가며 계속 =3 =3 ■
이미지 _ Nick Jack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