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으로 3년 만에 퇴사하고 느낀 두 가지
번아웃 와서 퇴사하려다 월급이 2배가 됐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월급은 그대로 유지하고 근무 시간을 반으로 확 줄여버렸죠.
13년 동안 미친 듯이 일했고, 올라갈 만큼 올라갔더니… 더 이상 올라갈 자리가 없어지더라구요. ‘조직이 더 커지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조직 전체를 봤더니… 규모가 더 커질 수는 없겠더라구요. 그럼 어떻게 하겠어요? 번아웃 오는 거죠.
저는 동기가 이끄는 사람입니다. 항상 어제보다 오늘 더 잘하고 싶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더 도움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서 끊임없이 방법을 찾아요. 그런데 이 일을 내가 더 잘할 수는 없겠고, 이곳에서 더 이상 성장할 수는 없겠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은… 생각보다 크더라구요.
번아웃이 온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이라 생각해요. 내 일에서 더 이상 성장할 여지가 없다. 이 조직에서 더 이상 성장할 만한 여지가 안 보인다.
(자기 분야에서 더 이상 성장 못하는 게 가능해? 너무 잘난 척 아니야? 하시겠지만… 사실이에요. 전 영어 티칭을 했는데 그 어떤 처음 보는 교재를 던져줘도, 어떤 상태와 성격의 학생에게 가르치라고 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가르칠 거란 확신이 있어요.)
결국 번아웃은 찾아왔고, 3년 정도 고생했습니다. 첫 해엔 ‘이게 뭐지? 내가 너무 피곤한가?’ 생각했고, 워라밸 지켜보려고 일하던 패턴에도 변화를 주며 견뎠는데, 둘째 해엔 도저히 제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 생각해서 결국 그만두겠다고 얘기했어요. 보스와의 대화 후에 결국 학기 마치고 그만두는 걸로 합의됐는데… 예… 정은 무서운 거였습니다. 마지막 몇 주 남기고 계속 잡으셔서… 월급 인상과 업무 축소로 합의 본 후 결국 일 년 더 일하게 되었어요. (교육업은 1년 단위라서 ‘일한다’ 하면 무조건 일 년은 버텨야 하는 것. 물론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더 많지만… 그건 제겐 논외이구요)
일 년 후 드디어 ‘저는 그만둡니다.’ 했는데 그만두는 것… 의외로 쉽지 않더라구요. 몇 번 더 보스의 사무실을 들락날락거린 후 결국 제 쪽에서 최후의 조건을 꺼냈습니다. ‘오전만 일 하는 건 생각해 보겠다. 하지만 시간이 반으로 줄어든다고 해서 월급이 같이 줄어드는 건 싫다.’ 당연히 거절하실 제안이라 생각해서 꺼낸 거였고, 생각해 보자 하실 때도 당연히 드디어 그만둘 수 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어요. 그다음 보스의 사무실로 불려 갔을 때 ‘OK. 원하는 거 다 들어줄 테니 일 년만 더 일하자.’란 말을 듣고 사무실을 나왔어요. 그리하여 전 9-6가 아닌 9-2에 점심 먹고 정리한 후 퇴근하는 삶을 시작했습니다. 시간당 계산하면 월급이 2배가 된 셈이죠.
번아웃을 겪고 3년 만에 퇴사를 하며 두 가지를 느꼈습니다.
첫 번째, 내 가치가 두 배였구나. 그런데 그 반만 받고 일하고 있었구나… 최근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가 개봉하면서 메릴 스트립의 인터뷰가 다시 떠올랐었잖아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첫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 하지 않겠다고 거절한 후 출연료 2배 부른 썰. 제작사 측에서 바로 OK 한 썰. 그 영상 보면서 다시 저의 퇴사 때가 생각나더라구요.
두 번째로 제가 느낀 건, 결국 믿을 건 내 실력밖에 없다는 것. 이런 협상력을 가능하게 한 건 온전히 평소 제가 보였던 실력과 태도였단 것을 절실히 실감했어요.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을 텍스트로 정리해 보니 또 다른 느낌이네요. 아무래도 3분 안에 끼워 넣어야 해서 자르고 날리고 했던 걸 좀 여유 있게 풀 수 있어서 좋기도 하구요.
결론은 영상이랑 똑같아질 것 같아요. 번아웃으로 3년 고생하고 퇴사한 이 경험의 매 순간 느낀 점, 생각한 것들이 정말 많아요. 제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얘기하기보다는 여러분들이 궁금하신 질문에 답하는 걸로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게 여러분들에게도 더 도움 되겠죠?
번아웃으로 힘든 분들, 번아웃으로 퇴사한 후 다른 삶을 시작하신 분들께 공감과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궁금하신 점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말로 풀어낸 인스타그램 영상은 또 다른 느낌일 테니 인스타도 방문하셔서 확인해 주세요. 팔로우와 좋아요도 꼭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