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을 어쩌면, 가을 새벽녘 요란한 기척으로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무슨 일인가 싶어 나가 보았더니 바람에 피부가 오소소 결 따라 일어선다 이렇게 쉽게 올 님이었던가 기다린 건 천년인데 손바닥 뒤집듯 하루 만에 가을 손을 맞이한다 원망으로 잠 못 드는 밤들이 무색하게 그저, 그저 반가운 마음만 애타는 그리움도 힘없이 녹아내려 기쁨만이 넘실거리는 가슴을 붙들고 이제는 지나갔다고 힘들고 지친 시간들은 어제가 되었다고 어쩌면 오늘부터 가을이라고 설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