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 아파트 203동에서 발견된 사체는 여자 속옷을 입은 채 자신의 침대에서 사망했다. 입안에는 부인의 속옷이 잔뜩 들어있었는데 그것은 엄청난 양이었다. 감식반이 와서 그 속옷을 빼내는데 결국 장기까지 딸려 나와서 그대로 두고 부검실로 옮겨야 했다. 감식반의 몇몇은 속옷에 얽혀 딸려 나오는 내장 장기를 보고 토하기도 했다. 목 여러 곳에 끈 자국이 선명했고 개 목걸이와 부인의 스카프, 브라의 끈 자국들이 얼기설기 꽈리처럼 엉켜 있었다. 어떤 누군가가 입을 통해 목구멍으로 속옷을 집어넣었다는 증거다. 사망자는 무릎과 두 발로 스카프와 속옷으로 묶여있었다. 형사들은 외부의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부인을 의심했지만 부인 역시 의자에 기이한 형태의 자세로 엉덩이를 보이며 묶인 채 성기를 드러내놓고 정신을 잃고 있었다.
누군가에 의해 제보받고 형사들이 달려왔지만, 그 제보자의 행방이나 목소리 추적이 어려웠다. 전화의 발신은 400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관할 형사들이 사건 현장에 달려왔을 때 부인의 이상스러운 모습에 선뜻 방에 들어가서 묶여있는 부인의 몸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같이 투입된 여형사 덕분에 묶인 부인의 끈을 풀었다. 끈은 발목과 손목을 강하게 조인 탓에 부인의 손과 발은 부자연스러운 검은색으로 변해있었고 퉁퉁 부어 버렸다. 여형사가 부인의 몸에 묶여있는 줄을 푸는 동안 형사들은 그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부종이 심하게 검게 변한 손과 발은 원래 살갗의 색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혈액이 전혀 순환하지 않아서 응급 처치를 했다. 의자에서 풀려난 부인은 다시 기절했고 몇 시간 있다가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부인은 남편이 죽는 순간을 기억하지 못했다.
형사들의 현장 스케치에서 부인은 뒤돌아 있는 상태였고 손발이 너무 촘촘하고 꼼꼼하게 묶여있어서 부인이 그것을 풀고 남편을 살해하고 다시 혼자 자기 손발을 묶을 수는 없다고 단정을 지었다. 제3의 인물이 아파트로 들어와서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그 어떤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 오직 제보자의 행방을 찾는 것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데 전혀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전화국의 데이터상으로 발신자가 있는 곳은 400킬로미터가 떨어진 곳이었다. 그곳은 영산강 상류의 벌판에서 시작되었다. 가망이 희박하기만 했다. 형사들이 전화국에서 확인한 제보자의 목소리는, 남자로 30대인지 40대인지 50대인지 몇 살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시신의 부인은 밤새도록 묶여있던 탓으로 몸에 무리가 왔다. 성기의 기능도 저하되었고 부종은 병원에서 응급조치해도 빠져들지 않았다. 검게 변한 손과 발 또한 색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후에 형사들은 시신의 부인은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정신적인 부분에 심각한 손상을 받았다는 의사의 소견을 전해 들었다.
국과수로 옮겨진 남편의 시신은 부검을 통해서 시신의 얼굴 주변과 장기에는 피가 흐르지 못하고 뭉친 울혈이 심하게 보였고 안구와 눈꺼풀 사이에 피가 고여있고 결막과 폐에 출혈로 인해 냉기는 좁쌀 같은 일혈점이 나타났다고 시간이 많이 흐른 후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국과수에서는 질식사로 관찰되는 소견을 보였고 사건은 자살도 타살도 아닌 ‘사고사’로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담당 형사는 죽은 남자가 자기 몸을 그렇게 꽁꽁 묶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많은 양의 스카프와 속옷을 먹었다는 것도 이상했다. 묶인 상태에서 누군가에 의해서 그 많은 양의 속옷을 억지로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는 것인데 그 누군가의 단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지문이나 발자국, 당시 아파트 단지 내의 사람들을 탐문 수사를 해도 다녀간 사람의 흔적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 안의 CCTV 속에서도 집에 드나든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고 미궁 속에 사건은 후에, 결국 사고사로 결론이 내려졌다. 부인은 정신 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진척이 없었고 자궁이 심하게 파손되어서 여러 번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부인의 사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어린아이로 변해갔다]
[같은 날 E 아파트 506동에서도 시신이 발견됐다. 역시 제보자의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남녀의 두 시신이 발견되었는데 두 사람 모두 방독면을 쓰고 있었다. 기이한 것은 두 사람 중 남성은 미라와 같은 모습으로 죽어있었다. 몸에 수분이 몽땅 빠져나가고 입고 있던 팬티(아직 삽입하기 전에 미라가 된 것으로 추정)와 방독면이 아슬아슬하게 얼굴에 붙어 있는 채 섹스행위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잘려버린 나뭇가지처럼 말라서 죽어있었다. 형사들은 당최 갈피를 잡지 못했다. 남자 밑에서 같이 죽은 여자는 남자가 경영하는 다운타운의 퍼브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는 20대 초반의 여대생이었다. 죽은 남자는 30대 독신 남자로 두 군데의 퍼브 겸 바를 경영하고 있었고 수완이 좋은 사람이었지만 성적 취향이 매조 킥했다. 그들의 죽음도 의문투성이라 형사들은 난감하기만 했다. 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영화 속의 장면과 같아서 그저 멍하게 몇 분은 그대로 있었다.
20대 여성의 체내에서 다량의 러미나정과 엑스터시의 약물이 혈액에서 발견됐고 아직 소화되지 않은 알약은 위 속에 그대로 있었다. 여성은 술과 약에 취해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방독면을 쓰고 숨이 차고 가슴을 답답해하다가 폐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숨이 멎었다. 남자가 먹인 술과 약 기운에 취해 숨을 쉬지 못해서 20대 여성은 안타까운 삶을 마감했다. 30대 독신 남자는 여자가 숨을 멎은 줄도 모르고 독신남이 원하는 성적 흥분을 만끽했다. 여성이 먼저 숨을 거뒀다. 이후 몸에서 수분이 전부 빠져나간 독신남도 방독면을 쓴 채 그대로 말라서 죽었다. 시신을 훼손하지 않고 현장에서 국과수로 옮기려 했으나 20대 여성의 몸 위에서 수분이 다 빠져나가 버린 30대 독신 남자는 몸을 건드리는 순간 건드린 곳이 바스러졌다. 얼굴 밑으로 보이는 남자의 신체는 팬티만 빼고 탈의한 상태라 독신남의 몸은 수천 년 동안 잠들어있던 벌레 먹은 미라를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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