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날의 멸망 55

소설

by교관

“그래요.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었어요. 당신도 방금 내 사진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더군요. 그 모습을 발견한 당신의 눈을 바라보았어요. 신기했어요.”


“그렇군. 맞아. 나는 는개의 사진 속에서 무엇인가 변화된 모습을 발견했어.”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작은 동네의 골목이었죠. 그리고 그날 당신을 만났어요.”


마동의 입에서 음 하는 소리가 빵 굽는 기계에서 나오듯 흘러나왔다. 허리를 펴고 테이블에 대고 있던 두 팔을 무릎 위에 올렸다. 상체를 바로 일으켜 의자에 등을 기댔다.


는개가 중학교 2학년 때 나를 만났다면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다.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진 공백을 앞에 앉아 있는 그녀가 알고 있다. 우리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오래전이에요. 생각해 보면 그렇게 오래전도 아니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어요. 하지만 그때의 기억은 이제 갓 만들어진 달력처럼 너무 선명해서 잊히지 않아요. 전 엄마가 왜 그런 남자와 결혼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예요. 엄마는 재혼이었어요. 식은 올리지 않았죠. 어느 날 새아빠가 집으로 들어왔어요. 아빠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유린당한 중학생의 마음은 표현할 길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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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는개.


는개라는 이름은 그녀의 외할머니가 지어주었다. 엄마의 엄마가.


는개는 태어날 때부터 늘어진 안개 같은 모습이었다. 안개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 가는 비라고 사전에 명시되어 있는 이름처럼 는개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연하고 깨질 것 같았다. 약하게 태어난 는개는 외할머니의 보살핌으로 건강을 되찾았고 는개가 3살이 되고 나서부터는 할머니가 매일 데리고 다니면서 많이 걷게 했다. 는개는 아빠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아빠의 부재는 어딘지 모르게 다른 아이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게 할 수 없는 무엇이 있었다. 놀이터에서 같이 놀던 아이가 아빠가 사준 인형이라고 자랑할 때면 는개는 고개를 숙이고 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위축되고 불협화음의 그림자를 만들어낸 는개의 모습을 보고 있던 할머니는 는개 옆으로 왔다. 그리고 는개의 등을 토닥거려 주며 이제 집으로 가자꾸나. 하며 손을 잡고 놀이터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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