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난 그저 놀고 싶어서 그럴 궁리만 했어. 현실은 아르바이트로 하루를 다 보내는 생활이었지만.” 마동은 당시를 떠올리려 하지 않았다.
음식을 준비하는 소리가 소담스럽게 들렸다. 주방이 주방다워 보였다.
“그런데 당신, 저를 본 적이 없어요?”
는개의 말에 마동은 일순 경직되었다가 그녀를 한참 바라보았다.
“우리가 같은 대학교에 다니지는 않았고…….”
“전혀.”
“는개가 내가 다니는 대학교에 잠시 다녔나?”
“설마요.”
마동은 잠시 생각했다. “어디서 마주쳤나?”
그녀는 대답 없이 고개를 숙이고 진지한 얼굴로 들고 온 생선을 다듬기 시작했다.
“물고기의 배를 가르고 회를 뜨는데 그렇게 많은 칼의 종류가 있는지 몰랐어요. 또 칼집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도. 초벌로 포를 뜨는 칼이 따로 있어요. 뱃살 부위의 뼈를 바르는 칼, 그리고 회를 뜨는 칼, 지느러미와 머리 손질하는 칼이 다 따로 있더라고요. 굉장하죠. 그리고 물고기의 종류에 따라 순차적으로 칼을 사용해서 회를 뜨는 거예요. 어쩐지 회를 뜬다고 하니 겁이 나죠?”
는개는 혼자서 웃었다. 목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신나 보였다. 한 손에는 칼을 들고서.
마동도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흥미롭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칼은 새것보다 잘 갈고 오랫동안 쓰던 칼이 좋은 건데 오늘은 어쩔 수 없죠. 이제 이 칼이 시간이 지나서 더 좋은 칼이 되길 바랄 뿐이죠.”
마동은 는개가 들고 있는 그 칼이 다시 쓰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심이었다. 는개는 세 자루의 칼로 약한 비늘을 끌어내기 시작하더니 직각으로 칼을 내리쳐 생선의 대가리를 잘라 냈다. 눈꺼풀이 없는 쥐돔은 눈도 감지 못하고 머리가 몸에서 분리가 되어서 떨어져 나갔다. 마동은 멍멍하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초현실 화가의 그림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림 속의 뒤죽박죽 계단에 서 있는데 어느 순간 보면 나는 뒤집혀 있다. 뒤집어졌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에 나는 다시 계단의 이상한 지점에 서 있었다.
나는 왜 여기에 서 있지? 어떻게 된 일이지?
그곳에 있다는 것은 이미 그곳에 없다는 거예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곳에서 빠져나가고 싶은데.
그곳에 있다는 것은 죽음이에요. 죽고 싶다는 말은 진짜 죽고 싶어서 하는 말이 아니에요. 단지 그 모습으로 살기 싫어할 뿐인걸요. 당신이 그곳에 있다는 것은 그곳에 없다는 거예요.
쥐돔의 잘려 나간 대가리를 보고 있으니 어딘가로 떨어지는 마음이 깊어졌다. 마동은 언젠가 아주 어릴 때 어딘지도 모를 방파제에서 참치 인간을 만난 적이 있었다. 참치 인간은 비늘로 뒤덮인 거대한 물고기로 사람처럼 방파제에 서 있었다. 마동은 그것이 인형이라고 생각했지만, 참치 인간은 천천히 방파제를 돌아다니며 움직이고 있었다. 마동은 참치 인간을 본 사실을 아이들과 부모님에게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참치 인간은 당시에 마동의 키보다 조금 작았으며 눈꺼풀이 없어서 눈을 감지 못한다고 마동에게 말했다.
그래, 우리는 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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