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음, 이제 됐습니다. 억제제의 효과가 확실히 나타나는군요. 이제 뜨거움을 느끼던 피부도 가라앉았을 겁니다. 아, 여기에 마동 씨가 오게 된 경위를 말해드려야 하지. 결과론적으로 제가 마동 씨를 발견해서 여기로 데리고 왔습니다.”
“발견?”
“그렇죠, 발견했습니다. 왕진하러 갔던 집의 할머니는 왜 빨리 가느냐고 물었지만 대답할 뾰족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평소에는 한 시간 정도씩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오곤 했으니까요. 빨리 당신의 몸에 타오르는 화마를 잠재워야 했습니다. 화마는 실제로 몸을 불태우는 것이 아니라 당신 원래 마음의 정화작용 같은 것입니다. 감정을 불태우는 겁니다. 하지만 끝을 모르고 타올랐죠. 아마도 초자아를 넘어선 이드가 마동 씨의 자아를 불태워 없애려고 하는지도 모르죠.”
“당신의 뇌는 보통 인간의 뇌 속에 있는 뉴런이나 시냅스의 두 배가량을 더 보유하고 있어요. 두 배라고 하니 그저 그러려니 하시겠지만 인간의 뇌라는 것이 100억 개의 뉴런과 100조 개의 시냅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모래 알갱이 정도 크기의 10만 개의 뉴런이 10억 개의 시냅스를 형성하고 있어요. 이런 수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범접할 수 없는 수치이기 때문에 인간이 하는 상상 그 밖의 세계인 곳이 바로 뇌입니다. 마동 씨의 뇌는 이런 일반인들의 구성요소보다 훨씬 많은 시신경과 신피질과 구피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억이라든가 심장박동, 숨쉬기, 위장, 관 운동이 새로이 변이 되어가는 겁니다.
마동 씨의 뇌는 보통 좌뇌, 우뇌가 분담하는 공간감을 스스로 나뉠 수 있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아직 완전하게 나눠서 사용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성과 분리적 사고, 논리적 기능, 종합적인 전체적 접근성이 자유자재로 좌뇌, 우뇌가 번갈아 가며 할 수도 있게 됩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마동 씨의 뇌는 이렇게 구성이 되어 있어요.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전두엽의 일을 두정엽에서 같이 행할 수 있으며 두정엽이 하는 일, 즉 공간, 계간, 정보의 연합 등의 일을 측두엽에서도 마동 씨의 뇌는 하게 되는 겁니다. 일반인들에게서는 전혀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의사는 침묵했다.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다. 마동은 알고 있었다. 마동이 듣고 싶은 말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불길한 소식을 전하는 전조처럼 침묵은 거무칙칙한 색을 띠고 있었다. 침묵은 허무하지도 않았으며 쓸쓸하지도 않았다. 침묵은 그저 초조했다. 초조함은 패배를 가져오는 묘한 감정이다. 이미 앞에서 등장한 권총은 3막에서 ‘반드시’ 발사되어야 한다. 하지만 3막은 이미 지나가 버린 것 같다. 발사되어야만 하는 총알은 아직 발사되지 않았다.
침묵은 생각보다 길었다. 준비하지 못한 중학생이 수업 시간에 발표를 기다리는 것처럼 시간은 검게 가라앉아 정지해 있었다.
“기쁨이라든가 공포의 한계를 넘어서고 그 한정성을 뛰어넘어 버릴 수 있어요. 인간이 추구하고자 하는 능력입니다. 이런 능력을 지니게 되면 초능력이라고 불리는 영역에 도달하기는 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마음은 그러지 않으려고 하지만 언젠가는 뇌가 그 마음의 순한 부분을 잠식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뇌는 마음에 질서를 강요하겠죠, 그리고 체계에 맞게 체재를 확립해갈 겁니다. 쌍방 공유가 아니라 일방통행이 되어 버리는 겁니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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