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도입부가 막힐 때, 무엇부터 고민해야 할까?

by한큐

아티클부터 뉴스레터, 카드뉴스까지. 본업에서 다양한 유형의 '텍스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지만 매번 작업의 마지막은 비슷합니다. 가장 고민되고 어려운 이 과정으로 마무리하죠. 바로 '도입부 작성'입니다. 도입부, 리드, 서두 등 제작자마다 다른 용어를 쓰지만 공통적으로 '글의 시작 부분'을 의미합니다. 사실 도입부를 쓰는 건 가장 스트레스 받는 작업이기도 해서 맨 마지막으로 미뤄둘 때도 많습니다. 스트레스 받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만큼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죠. 물론 콘텐츠의 모든 텍스트를 챙겨야 하지만 도입부는 특히 공들여 써야 하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이 후킹하지 않으면 본문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독자분들이 이탈하고 맙니다. 본문에 가득 채워놓은 후킹한 내용을 보여줄 기회조차 사라지는 셈이죠. 특히 요즘처럼 숏폼부터 롱폼까지 재밌는 영상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글의 도입부에서부터 주목도를 높여야 합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도입부를 써야 할까요? 5년 넘게 기자로 일하며 계속 고민해 온 질문입니다. 바카라을 읽고 인터넷에 검색해 보기도 하고,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후부터는 "답을 내놓으라"며 하소연하기도 했죠. 이 과정에서 몇 가지 공통된 팁을 얻기도 했습니다. 첫 문장부터 새로운 키워드를 제시해야 한다거나, " "를 더한 인용구 또는 재밌는 사례로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처럼요.


물론 모두 도움 되는 피드백이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도입부를 어떻게(How) 써야 하는지만 안내할 뿐, 무슨 내용(What)으로 써야 하는지가 빠져있다는 점인데요. 새로운 키워드, 인용구, 사례로 시작해야 한다는 건 단어와 문장을 조합하는 방식, 즉 말 그대로 '글쓰기 스킬'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고민해야 할 부분은 어떤 내용(A)으로 도입부를 채울 것인가입니다. A에 대한 고민부터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이후에 '글쓰기 스킬'을 더해 도입부의 완성도를 높이는 거죠.

브런치 이미지.jpg출처: Unsplash

좋은 선배들의 피드백을 듣고 수많은 야근을 반복하며 깨달은 한 가지 전략은 '상식에 반하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겁니다. 많은 독자분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내용과 반대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이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는 콘텐츠의 주제를 정할 때도 유용합니다. 주로 비즈니스 지식 콘텐츠를 제작하는 저의 본업을 사례로 들자면, 독자분들이 예상할 법한 전략과 정반대의 방식으로 성공한 브랜드의 이야기를 다루는 식입니다. 인기 상권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공식을 깨고 아무도 찾지 않는 골목 상권에서 팬덤을 쌓은 식당, 모두가 팝업스토어의 방문객 수를 중시할 때 인당 만족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오히려 방문객 수를 제한한 패션 브랜드처럼요. 이렇게 상식에 반하는 포인트가 분명한 주제라면 도입부에서부터 이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주목도를 높여야 합니다.


문제는 모든 주제가 이렇지 않다는 거죠. 이 경우에는 글의 주제와 관련해서 '사람들이 당연시하는 부분은 무엇일까'를 먼저 찾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리고 그 상식과 이번 주제 사이에 어긋나는 지점이 없는지 살펴보는 거죠. 주제를 있는 그대로만 바라볼 땐 보이지 않던 포인트를 꼼꼼히 탐색하는 겁니다. 다룰 수 있는 상식에 반하는 내용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한 두 문장 정도로 추가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MZ세대에게 필름 카메라가 인기 있다'는 주제를 다룰 땐 이렇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도입부]

카메라 시장에서 요즘 MZ세대 사이의 새로운 핫템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필름 카메라입니다. 필름 사진 특유의 레트로 감성을 즐길 수 있어 일상을 새롭게 기록하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다양한 카메라 브랜드도 이에 맞춰 최근 필름 카메라를 재출시하는 추세죠.


[상식에 반하는 내용을 적용한 도입부]

MZ세대를 타깃팅한 제품은 대부분 '최신 사양'을 강조합니다.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를 공략하려면 새로운 기능을 앞세워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런 흐름을 역행하는 제품군이 있습니다. 바로 '카메라'인데요. 기존의 디지털 카메라보다 화질이 미흡하고 사진 출력 방식도 번거로운 필름 카메라가 다시 주목받고 있어요. 다양한 카메라 브랜드도 MZ세대에 맞춰 필름 카메라를 재출시하고 있죠.


두 도입부가 말하는 내용은 같지만 전개 방식은 다릅니다. 이렇게 주제와 관련해 상식에 반하는 내용을 찾으면 도입부를 다양한 방식으로 작성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포인트를 더하는 것만이 절대적인 정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도입부의 여러 버전을 생각해 보며 글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유의미한 전략입니다. 좋은 도입부를 쓰는 데 있어 필요한 건 단번에 멋진 첫 문장을 써내는 필력 하나만은 아니니까요. 얼마나 다양한 내용을 고민하고 고쳐 써봤는가도 중요한 승부처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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