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운 대납

by리릭

사실 시아버지는 나를 반대하셨었다.


출판사를 함께 운영해 나갈 며느리를 원했는데, 스물세 살 어린 내가 마음에 차지 않으셨던 거였다.


전 남편은 아버지의 반대에 개의치 않았다. 아버지 생신 모임 날 나를 인사시키겠다고 과감히 맞섰다. 시아버지 또한 만만한 분이 아니었다. 당신도 마음에 드는 며느리감을 모임에 대동하시겠다며 엄포를 놓으셨다.


그렇게 나는 시아버지와 처음 만났다.


시아버지는 단호했던 말과 달리 며느리감을 대동하지 않았다. 대신 나를 무심한 듯 면밀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를 마음에 담으셨다.


시아버지는 선비 같은 분이었다. 말수도 없고 감정의 표현도, 감정의 변화도 적었다. 잠든 자식들을 사랑스럽게 쓰다듬다가 인기척이 나면 잽싸게 손을 거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척 바카라에 시선을 두었다는 일화는 그분을 이해하기에 충분했다.


그런 시아버지가 상견례에서 마무리 인사를 나눈 후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이 아이가 저에게 복덩이입니다.”


과감한 시아버지의 고백에 당황한 친정부모님은 이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하다 인사하셨다.


나에게 백화점에서 옷 한 벌 사주고 싶으니 먼저 귀가하시라며 친정부모님을 배웅한 시아버지는 앞장서서 매장을 둘러보시다가 하얗고 예쁜 투피스 한 벌을 사주셨다.


나를 향한 시아버지의 첫 번째 애정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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