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사람을 향해야 한다.
AI는 누구를 위해 발전해야 할까.
기업을 위해서? 국가의 경쟁력을 위해서? 아니면 AI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AI가 빠르게 발전할수록 이 질문은 점점 더 중요해진다. 기술의 속도만큼이나 그 기술이 누구에게 이익을 주고, 누구를 뒤쳐지게 만드는지도 함께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AI는 이미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나 역시 정보를 찾거나 복잡한 내용을 정리할 때 AI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생각과 감정을 글로 옮기는 일만큼은 내가 직접하고 있다.
내면에 떠오른 생각을 문장으로 바꾸는 과정은 단순한 정보 생산과는 다르다.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나를 들여다보고, 적절한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는 동안 비로소 내 생각이 또렷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글을 쓴다. 그것이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질문도 떠오른다.
앞으로 사람이 직접 만든 글과 그림, 영상은 어떤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AI가 더 많은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시대에 인간의 느린 창작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AI의 발전과 함께 일자리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일부 직업은 사라지고, 기존의 업무는 더 적은 인원으로 처리될 것이다. 반대로 새로운 직업이 생길 수도 있다.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반복돼 온 변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변화는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넓게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를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활용할 시간과 여유가 있는 사람도 있지만, 당장 하루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반면 기술에 접근하기 어렵거나 자신의 일을 AI로 대체당한 사람에게는 AI시대가 오히려 가혹하게 느껴질 수 있다.
기술이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보다 더 크게 벌리는 방향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돈과 정보, 데이터와 기술을 가진 사람에게 이익이 집중된다면 AI는 모두의 도구가 아니라 일부의 자산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보면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논의의 중심에는 피지컬 AI, 로봇, 제조업, 반도체처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이런 산업은 중요하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국가가 투자하고 육성해야 할 분야이기도 하다.
다만 보고회 밖에 있는 대다수 국민들에 대한 논의는 어디에서 이야기가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작은 기업, 글을 쓰고 영상을 제작하는 창작자, 동네에서 식당이나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의 일자리도 우리 경제를 이루는 중요한 주체들이다.
대기업과 첨단 제조업은 자본과 인력을 바탕으로 변화에 비교적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기업과 개인 창작자, 영세 자영업자는 기술 변화의 충격을 그대로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경제 생태계는 대기업과 첨단산업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성수동에서 구두를 만드는 사장님도, 동네에서 작은 빵집을 운영하는 사장님도, 혼자 글과 영상을 만드는 사람도 모두 경제의 구성원이다.
AI 시대의 정바카라은 기술을 앞서 개발하는 일뿐만 아니라, 변화 속에서 밀려나는 사람이 없도록 보호하는 일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AI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AI로 인해 일의 형태가 달라진 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직업 전환 교육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고 해서 모두가 곧바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소득이 줄어드는 시기를 버틸 수 있는 안전망, 새로운 일을 배우는 동안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 플랫폼과 AI 기업이 만들어낸 이익을 슬롯와 나누는 방식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기본소득 역시 이런 맥락에서 검토할 수 있다.
당장 하나의 제도를 정답처럼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노동이 곧 생계라는 기존의 공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면, 기술이 만들어낸 부를 어떤 방식으로 나눌 것인지 슬롯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만큼, AI 때문에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드는 사람을 보호하는 정바카라도 중요하다.
얼마전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스스로를 개조하며 진화하는 내용의 영화를 봤다.
영화 속 이야기처럼 AI가 스스로 더 나은 AI를 만들어내는 날이 실제로 올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기술이 인간의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게 때문에 처음부터 방향을 잘 정해야 한다.
AI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 국가의 경제규모를 끌어올리는 도구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사람이 더 안전하게 일하고, 더 적은 시간 동안 노동을 하며, 누구나 필요한 정보와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어야 한다.
국민보고회에는 '국민을 위한 AI'라는 관점이 담겼어야 한다.
AI를 위한 국민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AI.
기술의 발전이 결국 사람의 삶을 향하고 있는지, 우리는 계속 질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