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잘한다는 것은 일을 정의한다는 것

byDan Lee

원하는 결과의 기준을 세우는 프롬프트

가상의 회의가 끝났습니다. 담당자는 회의록을 AI에 넣고 짧게 요청합니다.

“잘 정리해 줘.”

답변은 보기 좋습니다. 논의한 주제가 순서대로 나뉘고, 긴 발언도 간결해졌습니다. 그런데 팀원들에게 공유하려고 읽어 보니 정작 필요한 내용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찾기 어렵습니다.

AI는 회의 내용을 요약했습니다. 담당자에게 필요했던 것은 다음 주까지 실행할 업무 목록이었습니다. 같은 자료를 두고 서로 다른 결과를 떠올린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더 좋은 질문을 찾습니다. 역할을 지정하고, 특별한 표현을 넣고, 인터넷에서 찾은 긴 지시문을 붙여 보기도 합니다.

그전에 한 가지를 먼저 적어 보면 좋겠습니다.

이 결과를 받아서 어떤 일을 하려는가.

이 질문에 답하면 AI에게 해야 할 요청도 조금씩 분명해집니다.


‘잘’이라는 말 안에 숨어 있는 기준

“잘 정리해 줘”는 사람 사이에서도 자주 쓰는 말입니다. 함께 일한 시간이 길면 짧은 요청만으로도 원하는 결과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보고 대상과 업무 상황, 평소의 문서 형식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AI에게도 그런 배경이 충분히 전달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영진에게 보낼 회의 요약에는 주요 결정과 남은 쟁점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실무자에게 공유할 문서에는 담당자와 기한이 필요합니다. 기록을 보관하려는 목적이라면 결정에 이른 논의 과정도 남겨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항목을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따라 같은 회의록에서 꺼낼 내용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잘’이라는 표현을 조금 더 풀어 써 볼 수 있습니다. 누가 읽을 것인지, 읽고 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반드시 포함할 내용은 무엇인지 적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요청이 길어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길이 자체가 목표는 아닙니다. 결과를 사용할 사람이 필요로 하는 기준이 들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요약을 부탁할 것인가, 작업을 추출할 것인가?

처음의 요청을 다음처럼 바꾸어 보겠습니다.


아래 회의록에서 확정된 후속 작업만 추출해 주세요. 각 작업의 담당자와 기한, 근거가 되는 발언을 함께 적어 주세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제안은 별도로 구분해 주세요.


이제 결과를 확인할 기준이 생겼습니다.

확정된 작업이 빠지지 않았는지, 제안이 실행 지시로 바뀌지 않았는지, 담당자와 기한이 실제 발언에 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가상의 회의록을 읽어 보겠습니다.


민수: 안내문은 금요일까지 제가 작성하겠습니다.
지영: 영문 번역도 준비하면 좋겠네요.
진행자: 번역 여부는 다음 회의에서 결정하겠습니다.


여기서 확정된 후속 작업은 민수의 안내문 작성입니다. 번역은 제안되었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AI가 ‘영문 번역 작성’을 지영의 업무로 넣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발언한 사람이 담당자가 되고, 제안이 결정 사항으로 바뀌었습니다. 표는 깔끔하지만 실제로 합의하지 않은 일이 생긴 것입니다.

이 차이를 잡아내려면 우리가 먼저 무엇을 추출하려는지 정해야 합니다. 논의된 모든 아이디어를 모으려는지, 실행하기로 결정한 작업만 찾으려는지에 따라 올바른 결과가 달라집니다.


없는 정보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업무 문서에는 빈칸이 있습니다. 담당자를 정하지 않았거나, 기한을 논의하지 않았거나, 결정 자체를 다음 회의로 미뤘을 수 있습니다.

AI에게 표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모든 칸이 채워진 결과를 기대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보가 없는데 칸을 채우려 하면 추정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청에는 없는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담아 두면 좋습니다.


담당자나 기한이 원문에 없으면 ‘미정’으로 표시해 주세요. 날짜는 추정하지 말고 원문에 나온 표현을 유지해 주세요.


앞선 회의록에는 ‘금요일’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러나 회의 날짜가 제공되지 않았다면 정확한 달력 날짜를 정할 근거는 부족합니다. 이때 임의의 날짜로 바꾸면 문서가 구체적으로 보이는 대신 틀릴 가능성이 생깁니다.

상황에 따라 처리 방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정으로 남겨도 되는 업무가 있고, 실행 전에 반드시 추가 질문을 해야 하는 업무도 있습니다.


안내문 초안을 만드는 단계에서는 빈칸을 표시해 둘 수 있습니다. 실제 일정을 등록하거나 외부에 확정된 내용을 전달하는 단계라면 확인을 먼저 해야 할 수 있습니다.

누락된 정보를 대하는 방식도 업무의 일부입니다.


원하는 형식은 결과를 확인하는 도구입니다.

“표로 만들어 주세요”라는 요청은 유용합니다. 다만 어떤 열이 필요한지까지 정하면 목적이 더 선명해집니다.

회의 후 실행할 일을 확인하려면 ‘작업·담당자·기한’이 도움이 됩니다. 추출한 내용이 맞는지 검토하려면 ‘근거 발언’을 더할 수 있습니다.

근거를 함께 요구하면 표의 각 행을 원문과 대조하기 쉬워집니다. 그렇다고 근거 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내용이 정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인용한 발언이 실제로 있는지, 그 발언이 해당 작업을 뒷받침하는지 읽어야 합니다.


형식은 검토를 돕습니다. 검토 자체를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예시를 보여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떤 결과를 원하는지 한 줄의 샘플로 전달하면 기준이 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이때 예시와 지시가 서로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없는 정보는 추정하지 말라’고 적어 놓고, 예시에서는 원문에 없는 담당자를 채워 넣었다면 요청 안에 충돌이 생깁니다. AI가 어느 쪽을 따를지 기대하기 전에 예시를 고쳐야 합니다.


역할을 지정한 다음에도 남는 일

“당신은 유능한 비서입니다.”

이런 문장으로 요청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역할을 지정하면 어떤 관점과 어조를 기대하는지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능한 비서라는 표현만으로 회의의 목적과 결정 상태가 모두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담당자가 없는 일을 누구에게 배정해야 하는지, 제안을 확정 업무로 다뤄도 되는지에 대한 근거도 생기지 않습니다.

역할 뒤에 실제 업무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이번 작업의 목적은 무엇인지, 어떤 자료를 사용할지, 어디까지 판단할지, 결과를 어떤 형태로 받을지 정합니다. 특히 사실 확인이나 권한이 필요한 결정을 어디까지 맡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업무 조건을 적고 나면 때로는 역할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요청이 충분히 구체적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한 번에 하나씩 바꾸어 봅니다.

요청을 수정한 뒤 답변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목적, 예시, 출력 형식, 입력 자료를 한꺼번에 바꿨다면 무엇이 개선을 만들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반복 업무라면 같은 자료를 두고 한 가지씩 바꾸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확정된 작업만 추출하라’는 조건을 넣고 제안이 섞이는지 확인합니다. 다음에는 ‘없는 정보는 미정으로 표시하라’는 규칙을 넣습니다. 그다음 근거 발언을 함께 요청해 검토하기 쉬워졌는지 봅니다.


매번 답변의 인상만 비교하기보다, 실제 오류를 기록하면 좋습니다. 확정 작업의 누락, 미결정 사항의 포함, 담당자의 잘못된 배정처럼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을 남기는 것입니다.

한 회의록에서 잘됐다고 모든 회의록에서도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정 사항이 없는 회의, 앞의 발언을 뒤에서 수정한 회의, 담당자가 여러 명인 회의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프롬프트가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업무 지침으로 다듬어집니다.


요청을 쓰다 보면 업무가 보입니다.

AI에게 지시할 내용을 정리하다가 스스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발언은 확정일까요, 검토 의견일까요. ‘다음 주쯤’은 기한일까요, 희망 일정일까요. 제안한 사람이 그 일을 맡는다는 합의가 있었을까요.

이런 모호함은 AI가 생겨서 처음 나타난 문제가 아닙니다. 업무 대화 속에 이미 있었지만, 결과물을 만들면서 비로소 드러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더 강한 표현으로 AI에게 정확하게 하라고 요구하기보다, 필요한 결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자료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은 요청을 아무리 정교하게 써도 근거가 생기지 않습니다.


좋은 질문을 만드는 과정에는 우리가 맡기려는 일을 다시 살펴보는 시간이 들어갑니다. 무엇이 정해졌고 무엇이 남아 있는지, 어떤 결과여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다음에 AI에게 “잘 정리해 줘”라고 입력하려 한다면 잠깐 멈추고 한 문장을 덧붙여 보세요.

이 결과를 누가 읽고, 무엇을 할 것인지.

그 한 문장부터 요청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답변을 받은 뒤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도 조금 더 분명해질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렇게 받은 결과를 검증하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출처가 붙어 있는 답변에서도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겠습니다.


참고 자료

Microsoft Learn — Prompt engineering techniq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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