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조울증에 걸렸다. 불가항력이었다. 조울증에 걸린 모두의 인생이 비루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는 비루해진다. 본인도 가족도 이놈의 정체를 알고 컨트롤하기까지 쉽지 않다.
13년 반 만에 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서 영어회화전문강사를 했다. 아버지와 귀농을 했고, 동생 회사에서 일했다. 슬롯복지사와 한국어교원 자격증을 땄다. 컴퓨터 디자인을 배웠다. 주간보호센터에서 슬롯복지사를 인턴을 했다.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발병과 반복된 재발과 부적응으로 커리어를 이어 나가지 못하고 경력이 단절되었다. 여전히 에세이 작가를 꿈꾸지만 그 길이 내 생에 열릴지 모르겠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닿은 내 인생의 막장이 쿠팡 물류센터다.
작년 1월 쿠팡 물류센터에 일용직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4월 계약직 사원이 되었고, 1년이 지났다. 첫 1년은 한 달 만근하면 다음 달 하루의 연차가 생겼는데, 2년 차라 15일의 연차가 생겼다.
같은 날 같은 부서로 입사한 동기 사원이 있었다. 밖에서 만났다면 나보다 3살 누나였다. "다함 님, 그만 두면 안 돼요."라며 오래 다닐 것처럼 그러더니 마지막달 줄병가를 내고 퇴사를 했다. 회사 인연은 언제나 회사에 있을 때는 반가워도 회사를 떠나는 순간 끝이다. 작별인사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업무 메신저에서 나간 후에야 퇴사를 했구나 할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