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화물차가 뚫지 못하는 마지막 100미터

자율주행 화물차가 도크 앞에서 멈추는 이유

by엄지용

자율주행 화물차 실증이 쌓이고 있습니다. 정부와 민간, 학계가 연계하여 고속도로를 넘어 도심까지 자율주행 운송 실증 사업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우리 눈에도 왕왕 도심을 오가는 자율주행 차량들이 보이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는 다가온 ‘현실’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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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자율주행 화물운송 시장을 오래 들여다본, 실제 자율주행 기술 기업을 운영하는 업계 고위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는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멈칫했습니다. 자율주행 화물차가 실제로 멈추는 곳은 ‘도크(Dock)’ 앞이라는 얘기 때문이었죠.


일단 이것부터 짚어두겠습니다. 자율주행 화물차가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는 것, 나들목(인터체인지)을 빠져나와 인근 물류센터 입구 앞까지 오는 것은 기술적으로 이미 가능한 영역이라는 평가입니다. 장거리 직진 구간이 많고, 돌발 변수가 도심보다 적으니까요.


완결된 자율주행 서비스의 가능성 측면에서는 로보택시보다 오히려 화물 간선운송이 빠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업계에 돌던 이야기죠. 실제 한국에서 실증되고 있는 많은 자율주행 화물운송 테스트가 고속도로 간선 운송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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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안, 아무도 풀지 못한 퍼즐


물류센터 도크에 차를 갖다 대는 것을 접안(接岸)이라고 합니다. 배가 부두에 붙는 것처럼, 화물차가 상하차 도크에 정확하게 붙어야 짐을 내릴 수 있습니다.

ADKq_NYPrl0rqTsKf-x0SKOZpFGqmM7avU58PoRmieOI-55l9F3nwnJhg6QqNoL_AInAC8O_vl-P6hQsdVC1_rRorLCwv8IsliAzOEHsMIuh-mAZTAvj=s0-d-e1-ft한 택배 터미널에 접안한 간선 화물차량 내부 모습 ⓒ커넥터스

이게 왜 어려울까요. 승용차 자율주차와 비교해보면 바로 보입니다. 자율주차는 어느 정도 표준화가 됐습니다. 주차 칸의 규격이 나라마다, 건물마다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주차장에는 차가 들어서야 하는 라인이 비교적 선명하게 그려져 관리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물류센터 도크는 다릅니다. 수천~수만 평에 이르는 물류센터 부지는 ‘단일 주소’로 표기되는데요. 이 안에서 도크가 어디 있는지 찾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쉬울 수 있지만, 데이터가 없는 환경에서 자율주행 차량 스스로가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라는 평가입니다. 도크 위치를 어찌어찌 찾더라도 그 형태가 물류센터마다 다릅니다. 심지어 도크 없이 길바닥(야드)에서 하역하는 환경을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차량과 화물 특성에 따라 하역 방식도 달라집니다. 화물차 종류는 1톤부터 25톤까지 다양하고, 특장차까지 포함된다면 그 형태는 가지각색입니다. 예를 들어 옆으로 문이 열리는 윙바디 차량이라면 측면에서 하역을 해야 하고, 특수화물의 경우에는 지게차 외에 별도의 하역 장비가 필요합니다.

ADKq_NZVA7dalJxlOgKlq_MCRIkSRp1ZE7gyShzzmn_uurBkIw1LKlAHUDKpjlrrD8DBWL2vdDEGooSIqJywzc-cIe1j8y99GPgb-89R-f-TL0VPHhV7=s0-d-e1-ft제주항에 들어온 화물차의 모습. 당장 컨테이너부터 현실 세계에는 지게차만으로 하역할 수 없는 화물들이 상당하다. ⓒ커넥터스

이처럼 자율주행 접안을 위해서는 물류센터 도크부터 설비, 화물차, 실려있는 화물 물성까지. 고려해야 할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움직이려면 다양한 물리적 환경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해야 하는데, 충분한 데이터를 모으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비용 측면의 이슈도 있습니다. 화물차는 아무래도 승용차보다 차체가 크다 보니 정밀한 접안 동작을 위해서는 센서가 많이 필요해지고, 이게 전부 비용 증가 요인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경제성과 기술 완성도 사이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율주행 화물운송 서비스는 반쪽짜리 서비스로 남을 수밖에 없는 걸까요?


여전히 필요한 사람의 역할


저와 이야기한 자율주행 업계 고위관계자는 현실적인 해결바카라을 ‘사람’에서 찾았습니다. 자율주행 화물차가 고속도로를 달려 물류센터 입구까지 가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합니다. 이 지점부터 물류센터 직원이 차에 올라타 수동으로 도크 접안을 맡는 것, 그것이 지금 현장에서 논의되는 현실적인 중간 단계입니다. 기술이 가능한 구간까지만 자율주행에 맡기고, 어려운 부분은 사람에게 바통을 넘기는 방식이죠.


물론 변수는 있습니다. 화물차가 상하차지에 도착했는데 담당 직원이 퇴근해 버려 화물차주가 지게차를 몰기도 하는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자율주행이라고 예외일 리 없거든요. 변수를 어찌어찌 통제한다손 치더라도, 물류센터 직원에게 전에 없던 귀찮은 업무가 생기는 건 막을 수 없습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율주행 화물운송이 절감하는 비용이 충분히 크다면, 기업은 그 준비를 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요.


접안 문제가 영원히 풀리지 않는 건 아닐 겁니다. 물류단지 상세 지도 데이터가 쌓이고, 차량과 도크, 설비, 통신 시스템의 표준이 논의되고, 운영과 기술이 타협점을 찾으면 이 또한 서서히 해결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미 움직이는 플레이어들이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나눈 분도 그중 한 기업을 이끌고 있고, 조만간 더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면 커넥터스 독자분들께 제대로 된 인터뷰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커넥터스가 꾸준히 기록해 온 것처럼, 화물차 자율주행이라는 조용한 전선에서 실증을 쌓는 기업들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도크 앞에서 멈춰 서 있는 기술이 그 안으로 들어가는 날, 저는 그 장면을 제일 먼저 전하러 가겠습니다. 오늘 사례가 흥미로우셨다면 커넥트레터 구독, 잊지 말아 주세요. 더 다양한 업계 현장의 소식, 인공지능도 모르는 정보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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