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24% 급락, 감각의 제국은 지속 가능한가
숫자가 들려주는 불편한 진실
최근 공개된 주식회사 아이아이컴바인드(젠틀몬스터)의 2025년도 연결감사보고서는 우리에게 냉혹한 성적표를 제시한다. 매출액은 7,724억 원으로 전년 대비 정체되었으나, 영업이익은 1,770억 원으로 무려 24%나 급락했다. 더욱이 'Jentle Home', 'Jentle Garden'으로 상징되던 제니(Jennie)와의 강력한 협업 프로젝트가 종료되면서, 시장은 젠틀몬스터가 가졌던 매력의 출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과연 지금까지의 성장은 브랜드의 본질적 경쟁력이었는가, 아니면 빌려온 인격 자본이 만든 거대한 착시였는가.
‘제니’라는 슈퍼노멀 자극의 종료와 전환율의 실종
업계 전문가들은 제니는 젠몬의 단순한 광고 모델이 아니라 브랜드의 ‘최종 구매 트리거’였다고 평가한다. 젠틀몬스터는 난해하고 기괴한 예술적 공간(쇼룸)으로 대중의 주의력을 뺏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난해함을 "나도 갖고 싶다"는 욕망으로 치환시킨 것은 '제니가 쓴 안경'이라는 구체적인 투사였다.
공교롭게 제니와의 광고계약이 종료된 이후, 제니는 더 큰 광폭횡보를 펼치고 있다. 제니라는 강력한 페르소나 자본이 회수된 지금, 젠틀몬스터는 동일한 매출을 올리기 위해 훨씬 더 많은 광고비와 더 거대한 로봇, 더 비싼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직면했다.
‘글로벌 쿨니스’의 아우라가 걷히자, 소비자들은 비로소 제품의 착용감과 소재, 디자인의 독창성을 냉정하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모델의 후광이 사라진 자리에는 로컬 브랜드들의 저가 공세와 '디자인 평준화(Commoditization)'라는 현실적인 위협만이 남았다.
중국 시장의 딜레마: 외형 성장이 부른 화려한 독배
젠틀몬스터의 가장 큰 전략적 약점은 중국 시장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2024년 매출은 1,326억 원까지 늘었으나, 당기순이익은 202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을 잠식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경험 마케팅의 역설’이다. 랜드마크급 입지에 박물관급 오브제를 설치하고 유지하는 비용(OPEX)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소비자들은 그 공간에 금방 익숙해진다. 제니라는 '워너비' 요소마저 희박해진 상황에서, 중국의 MZ세대는 더 이상 낯선 공간 경험만으로 프리미엄 가격을 정당화해주지 않는다. 현재의 영업이익 급락은 누적된 중국 법인의 비용 구조와 브랜드 피로감이 제니라는 '진통제' 효과가 사라짐과 동시에 터져 나온 결과다.
브랜드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젠틀몬스터가 '한 시대의 아이콘'에서 '영속하는 럭셔리 하우스'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구조적 전환이 필수적이다.
▲페르소나의 자산화 (Internalized Persona)
샤넬처럼 전세계 S레벨의 앰버서더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할 것이라면. 제2의 제니를 찾기보다, 탬버린즈의 핸드크림 서사나 거대 로봇(자이언트 헤드)처럼 인격이 제거된 자리에도 팬덤이 유지될 수 있는 ‘자체 IP’와 ‘시스템화된 서사’를 소유해야 한다. 그래야 타인의 명성에 기생하는 '마케팅'에서 벗어나 서로의 서사가 긍저적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경험의 계층화 (Experience Stratification)
모든 매장을 플래그십 쇼룸으로 운영하는 비효율을 걷어내야 한다. 상징적 도시의 거점은 ‘미학적 인장’으로 남기되, 나머지는 철저히 효율과 판매 중심의 ‘리테일 시스템’으로 이원화하여 수익성을 회복해야 한다.
▲기술적 서사 구축
디자인은 복제 가능하지만 기술은 시간이 걸린다. 구글과의 AR글래스 제휴, 젠틀몬스터만의 특수 합금, 생체 데이터 기반의 커스텀 피팅 등 ‘디자인이 없어도 탐나는 제품’으로서의 기술적 초격차를 재무제표의 자산으로 등록해야 한다.
다음 쇼룸은 ‘재무제표’여야 한다
감각은 뉴스가 되지만, 수익은 구조에서 나온다. 젠틀몬스터는 지금 ‘이미지 소비형 브랜드’에서 ‘가치 축적형 럭셔리’로 강제 피봇(Pivot)해야 하는 운명적 기점에 서 있다.
모델은 떠나도 브랜드는 남아야 한다. 제니와의 작별은 젠틀몬스터에게 '가장 화려한 껍질'을 벗겨낸 리트머스 시험지다. 2026년, 젠틀몬스터가 증명해야 할 것은 새로운 기획력이 아니라, 그 감각을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수익 구조의 예술’이다.
성공의 복제자가 될 것인가, 새로운 질서의 창조주가 될 것인가. 그 답은 쇼룸의 거울이 아니라 감사보고서의 행간에 적혀 있다. 전인미답 체험마케팅의 역사를 개척해온 젠몬의 성공적인 다음 챕터를 기대해본다.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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