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이현균에 대하여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전지현은 전지현이다. 좋게 말한다면 <군체>의 중심을 잡는 스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암살>, <베를린>과 마찬가지로 <군체>에서도 전지현은 어떤 연기를 하든 아이코닉하며, 영화 전체가 그녀의 파리한 얼굴 하나로 수렴된다. 그런 존재감을 뿜어내는 것이 슈퍼스타의 소임 아니겠는가. 전지현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한다.
다만 좀 아쉬운 점은, 하나의 얼굴(깜짝놀라서 청초하게 쳐다보는)이 너무 자주 반복된다. 그 순간 찰랑이는 그녀의 풍성하고 아름다운 머리칼, 하얀 피부 위에 타투처럼 이쁘게 난 상처까지 다소 상투적이다. 이건 전지현의 잘못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어찌됐든 과하다는 느낌이다. 또한 전지현은 데뷔 때부터 몸을 매우 잘 쓰는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는 움직임이 약간 뻣뻣해 보이기도 한다. 지금의 전지현은 액션보다 정적인 연기가 좀더 어울리는 것 같다.
구교환은 예상대로 연기를 잘한다. 미친 과학자라는 스테레오 타입을 자기 색깔대로 연기한다. 현실에서 마주치면 큰일날 것 같은 느낌.
놀랐던 것은 지창욱인데, 변화의 스펙트럼이 넓은 인물을 곧잘 소화한다. 어떤 장면에서도 자연스럽다. 아직 연기의 색깔이 진하진 않지만 그래서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그는 특수한 연기를 잘하는 뾰족한 칼이 아니라, 어떤 것이든 곧잘 담는 크고 말랑말랑한 그릇이다. 그래서 최근에 화제가 된 병맛 광고도 잘 소화했나보다. 연기자의 자아가 유연하달까.
그렇다면 이제는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해 볼 만한 시점이다. 예를 들어 확 망가지는 코믹 연기라던가. 잘생긴 연기는 충분히 보여줬으니 상상못한 것을 소화한다면 연기자로서 가능성이 더 열릴 것이다.
또 김신록, 신현빈, 고수의 연기도 모두 좋았지만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현균이다.
영화를 보다가 누가 눈에 확 들어오길래 누구지 했는데 이분이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얄미운 인사팀장 최재혁을 연기한 배우. 특유의 쪼가 있긴 한데 연기를 너무 잘하심. 논란 같은 것만 없다면 영화계 중추로 쭉 성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