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사치, 애프터눈티
영국 꽃무늬 회사, 캐스키드슨(Cath Kidston)에서 일하며 나는 영국만의 일상과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내 마음을 가장 깊이 사로잡은 건 애프터눈 티였다. 따뜻한 찻잔을 손에 쥐고, 작은 스콘과 샌드위치를 음미하며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는 시간. 그 순간만큼은 바쁜 일상도, 시끌벅적한 거리도 잊히고 오로지 ‘여유’라는 감각만 남았다.
그 경험은 내 마음 속 깊이 자리했고, 언젠가 우리 브랜드도 이 특별한 시간을 아시아에 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캐스 카페였다. 한 모금 차와 함께 전해지는 영국의 작은 일상의 행복을, 이제 우리는 이곳에서도 나누고 있다.
애프터눈 티를 마시는 순간보다
더 즐거운 시간은 드물다.
19세기 소설가 헨리 제임스(Henry James)는 애프터눈 티를 극찬했다.
무엇이 그렇게 좋았을까? 예쁘고 맛있는 디저트 때문일까, 아니면 상류 슬롯의 사교 모임이어서일까?
그가 반한 건 차 향과 케이크 맛뿐 아니라, 그 시간을 감싸는 우아한 ‘여유’였다.
내가 다니던 영국 회사에서도 사람들은 티타임을 즐겼다.
“왜 영국인들은 티타임을 이렇게 소중히 여길까?”
그 이유는, 애프터눈 티를 마시는 그 순간만큼 느긋하고 즐거운 시간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영국사람들에게는 유독 특별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런던에 처음 여행왔을 때,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은 바로 애프터눈 티였다.
어쩌면 어린 시절 좋아하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한 장면이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영화 속 주인공 앨리스는 매드 해터(미치광이 모자장수)가 주최하는 ‘기묘한 티 파티’에 초대된다.
길게 늘어선 테이블 위에 쌓인 찻잔과 케이크, 엉뚱한 대화와 계속되풀이되는 “티 타임(Tea Time)!”
그 장면은 내게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 당시 어린 나는 애프터눈 티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구성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영화는 내게 강렬하게 남았다. 그때부터 언젠가 애프터눈 티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3단 트레이 위에 놓인 디저트들에 시선이 머물렀다. 특히 맨 위 단에 예쁘게 자리한 한 입 케이크들이 마치 “나를 먼저 집어 주세요!” 하고 속삭이는 듯했다.
그 순간만큼은 나도 영국 귀족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2시간 남짓의 시간이 얼마나 특별한지, 비싼 가격조차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처럼 그 애프터눈 티의 경험을 맛보기 위해 일부러 영국을 찾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애프터눈 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최근에 먹기 시작되었다.
차 문화는 기원전 3000년경 중국에서 시작되었고, 영국에는 17세기 찰스 2세와 왕비 카타리나 덕분에 귀족 슬롯로 퍼졌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오후 4시의 티타임’ 전통은 1840년경,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서 시작되었다.
그 중심에는 7대 베드포드 공작부인, 안나가 있었다.
당시 점심은 정오, 저녁은 밤 8시. 오후가 되면 출출할 수밖에 없었다. 안나는 차와 빵, 케이크를 곁들여 허기를 달랬다. 그녀의 작은 습관은 곧 친구들에게 전해졌고, 여름에는 잘 가꾼 정원에서, 겨울에는 따뜻한 드로잉룸에서 우아한 모임이 열렸다. 여성들은 가운에 장갑과 모자까지 완벽하게 갖춰 입었다.
차는 인도에서 들여온 귀한 사치품이었다. 그 귀함 덕분에, 애프터눈 티는 단순한 허기 달래기가 아닌, 신분과 우아함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정원 한켠, 스콘과 케이크를 곁들인 차 한 잔을 상상하면, 그 시대 사람들의 오후가 한 장면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애프터눈 티에는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 중에서도 오늘날에도 영국 애프터눈 티의 대표 메뉴로 사랑받고 있는 오이 샌드위치이다. 영국사람들에게는 오이 샌드위치는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한 존재다. 우리에게는 오이와 크림치즈로 만든 샌드위치는 얼핏 평범해 보인다. 더 나아가, 왜 이 메뉴가 애프터눈 티의 기본 샌드위치로 자리 잡았는지 의아하다.
그 이유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오이가 고급 식재료였기 때문이다. 오이를 연중 내내 먹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영국의 까다로운 기후 덕분에 오이는 주로 여름에만 자연산으로 먹을 수 있었고, 신선한 오이를 맛보기 위해서는 온실이 필수였다. 온실을 가진 집은 오직 귀족과 부유층만 누릴 수 있었고, 그들은 정성스럽게 키운 오이를 애프터눈 티에 올리며 사교 모임의 품격을 한층 높였다.
이 오이 샌드위치는 딱딱한 빵 가장자리를 깔끔히 떼어내고, 얇게 저민 오이를 정성껏 넣어 만든 세심한 음식이다. 먹어보면 생각보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부드러운 차와 잘어울리며, 특히 여름에는 신선한 오이의 시원함 덕분에 티타임이 한층 더 특별해진다. 이렇게 단순한 한 조각의 샌드위치에도 그 시대 상류층의 위엄과 사교 문화가 녹아 있다는 사실.
애프터눈 티의 진짜 매력은 바로 그 구성에 있다.
3단 트레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다채로운 맛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만으로도 즐거워지고,
그 특별한 순간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전통 애프터눈 티에는 3단 트레이가 필수다.
1단: 오이, 훈제 연어 등 가벼운 샌드위치
2단: 클로티드 크림과 잼을 곁들인 스콘
3단: 한 입 크기의 케이크와 페이스트리
스콘과 늘 함께하는 클로티드 크림과 잼도 빼놓을 수 없다.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은 영국 남서부, 특히 콘월과 데번 지방에서 유래한 전통 크림으로,
고소하고 크리미한 풍미가 스콘과 함께 어우러지면, 한층 더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애프터눈 티를 ‘크림티(Cream Tea)’라고도 부른다.
애프터눈 티에는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온 깊고 진한 블랙티가 주로 사용된다.
부드러운 우유가 더해져 한층 따뜻하고 포근한 맛이 완성된다.
이 모든 조화야말로 영국식 티타임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예쁜 병아리 모양이나 크리스마스 트리 모야의 쿠키나 케이크를 즐길 수도 있어,
한층 더 특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영국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길 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우유를 먼저 따라야 할까, 차를 먼저 우리는 게 맞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결국 ‘취향’의 문제다.
차 향을 진하게 즐기고 싶다면 차를 먼저 우려내고,
우유의 부드러움을 더 좋아한다면 우유를 먼저 넣으면 된다.
옛날 영국에서는 석회질이 많은 경수 때문에 차의 텁텁함을 없애기 위해 우유를 섞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각자의 입맛과 기호에 따라 자유롭게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애프터눈 티는 그날그날 내 마음에 맞게, 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마시면 된다.
영국 귀족들은 차를 먼저 우리고, 우유를 더해 자신만의 농도로 즐기곤 했다.
진짜 영국다운 티타임을 경험하고 싶다면 런던의 고급 호텔들을 찾아가 보자.
랭햄 호텔 같은 곳은 전통과 품격을 동시에 갖춘 명소다. 취향에 맞춘 다양한 티 세트를 즐길 수 있다.
애프터눈 티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다.
그 안에 담긴 영국의 역사와 사교 문화, 그리고 느긋한 여유의 철학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서부지역인 데본셔의 도셋, 콘웰, 소머셋 (Devonshire, Dorset, Cornwall and Somerset)에서는
더 대중화된 애프터눈티를 경험할 수 있다.
우리 크리에티브 디렉터이자 브랜드를 만든 캐스의 고향, 햄프셔(Hampshire).
햄프셔는 웨식스 왕국의 수도로, 중세 시대부터 역사적 중심지였다.
영국식 애프터눈 티와 티룸 문화가 발달해, 조용한 시골 마을과 매력적인 도시 곳곳에는
오랜 역사를 품은 티룸이 많다.
클래식한 영국식 차와 스콘, 케이크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버전으로,
캐스키드슨에서는 컨셉으로 캐스 카페의 메뉴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캐스키드슨 고유의 사랑스러움이 들어나는 두사람을 위한 세트(Tea for Two).
애프터눈 티는 전통적으로는 2인 이상이 대화와 사교를 즐기는 행사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에는 1인 방문객을 위한 세트도 많아지고 있다.
영국을 여행한다면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한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단순히 차와 디저트를 즐기는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영국의 문화와 우아한 취향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한 잔의 차와 한 조각의 케이크만으로도 영국 귀족의 오후를 경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
영국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애프터눈 티와 함께, 그 안에 담긴 영국의 색과 감각을 즐길 수 있는 장소를 해보려 한다.
우아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 The Langham
영국의 클래식한 스타일 경험하고 싶다면: The Savoy
런던다리가 보이는 뷰맛집: Shangri-La
영국의 상류슬롯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The Ritz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티파티처럼 재미를 즐겨보고 싶다면: The Sanderson
클래식 럭셔리를 즐기고 싶다면: The Connaught
새로운 컨셉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 The Berkeley
쇼핑과 애프터눈티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Harrods
영국스러운 백화점에서 간단한 스콘을 한 번에 즐기고 싶다면: The Liberty
다양한 종류의 티를 즐기고 싶다면: Fortnum and Mason
자연과 함께하는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The Petersham
영국을 여행하다 보면 서부지역인 Devonshire(Dorset, Cornwall and Somerset)에서 더 대중화된 애프터눈티를 경험할 수 있다. 이 버전을 캐스키드슨에서는 컨셉으로 캐스 카페의 메뉴를 개발하였다. 캐스카페는 영국스러운 문화와 브랜드의 키치함을 전목하여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