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8
흙바닥 낭자한 동백의 붉은 멍울들
그것은 내 심장이 너에게 가기 위해
세상의 모서리에 부딪히며 쏟아낸 첫 번째 고백
추락한 것이 아니라너의 발치에 가장 낮은 곳으로
나를 송두리째 투신하여 새겨놓은 뜨거운 낙인이다
붉은 상처 위로 하얀 매화의 팔을 뻗고
차가운 공기를 찢으며 솟아오르는 너의 마른 가지란
우리가 견디는 가난한 겨울이 남긴 눈부신 골절
부러진 자리마다 향기가 고이는 것을 보라
우리의 사랑은 매끄러운 살결이 아니라 뒤틀린 뼈마디의 성장이다
우리는 몰랐던가
이 계절이 다시 우리를 할퀴러 올 것을
갑자기 쏟아지는 저 눈비가 우리의 연약한 어깨를
얼음 칼날로 내리칠 것을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서로를 피워낸 것은
얼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서로의 품 안에서만
비로소 불타오를 수 있는 지독한 생의 중독 때문이다
퍼부어라
세상의 모든 시린 눈비여
우리는 이미 상처 입을 준비를 마친 채 껴안고 있다
알고도 피워낸 저 붉고 하얀 비명이
무채색의 대지에 가장 선명한 생의 무늬를 그리나니
다 알고 사랑하는 우리에게 오늘 이 시련은
영원이라는 이름으로 씻겨 내려가는 축복의 세례다
상처 입은 봄에 핀
너와 나의 지독한 포옹 담은
사랑처럼